
2010년 5월 4일.
저녁을 먹고나서 일곱시에 터키런으로 향했다. 아직 저녁 해가 남아있었고, 햇살이 강했지만, 숲속은 서늘하였다. 황혼이 아름다웠다. 선녀탕에서 세수를 하니, 마치 옛날 이땅을 고향으로 알고 살았던 인디언 여자가 된듯한 기분이 들었다. 터키런 계곡에서 세수하고 몸을 씻는 맛에 이곳에 자주 갈지도 모르겠다. 피부가 보들보들한 느낌.
숲에서 나왔을땐 사방이 어두운 밤이었다.
혼자 있었지만, 무섭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American Legion Bridge 아래 강기슭의 캐나다 거위가족.
"딸아들 구별말고 둘만 낳아 잘기르자"던 1970년대의 가족계획 표어가 생각난다.
새끼가 두마리뿐이다.
대개 대여섯마리씩 몰고 다니는데, 이 친구들은 가족계획 실천가들인가보다.
캐나다 거위는 반드시 부부가 함께 자식들을 지킨다.
이들의 투철한 자식보호 자세를 지켜보노라면,
부부가 합심해서 자식을 키워내는 것을 보노라면,
눈물겹기까지 하다.
내가 자식을 저 거위들 만큼이나 정성들여 돌보는가?


저 마지막 사진 흐릿한데도 참 좋아요..
답글삭제가끔은 쟤들이 사람보다 낫다 싶을때 많아요..
하긴 꼭 거위들 아니라도 사슴이나 토끼도 제새끼를 얼마나 챙기는지...
@사과씨 - 2010/05/05 23:19
답글삭제예, 저도 흔들린듯한, 그리고 물이 흔들리는 마지막 사진이 참 맘에 들어요. 사이즈를 줄여 놓아서 그런데 크게 보면 정말 물이 만져지는듯한 기분.
이 친구들이 육지에 올라와 있다가 인기척이 나니까 부랴부랴, 허겁지겁 꽁지야 나 살려라 하면서 물에 뛰어든거에요. 하하하 (미안 미안~)
저도 마지막 사진을 베스트로 꼽습니다. 그 순간의 느낌이 손에 만져질 것 같아요.
답글삭제그런데, 한국에 살지 않는 분에게 한국의 사회, 정치에 관해 말하는 것이 좀 조심스럽긴 하지만, 강을따라, 운하를 따라 이렇게 아릅다고 자연그대로의 산책로가 그냥 '방치'되고 있는 미국의 혜안이 부럽습니다. 한국에선 멀쩡한 갈대숲, 숲지, 천연 생태계를 이리저리 찢어발기고 있는 중이군요. 이렇게 훼손된 것이 또 얼마나 걸려야 제 자리로 돌아올까요.
@느림보 - 2010/05/06 09:57
답글삭제...그래서, 저는 한국의 정치 경제 지도자들이 워싱턴을 방문하면 그분들이 시내 윌라드 호텔에나 묵으면서 우래옥같은 곳에서 연회나 벌이는 대신에, 포토맥 강변의 Heritage Trail이나 제가 걷는 운하길을 시간내서 하루쯤 걸어다니며 체험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워싱턴의 포토맥강은 서울의 한강과 같은 격인데, 포토맥강은 강의 양안이 거의 원시림 상태로 보존이 되어 있어요. 물론 원시림은 아니죠 국립공원 관리단이 끊임없이 숲을 돌보고 있으니까... 한국의 힘있는 분들이 골프장에서 회동하는대신에 이런 '이상적인' 모델들을 체험하러 다니는 모임을 갖는다면, 비록 좁은 땅덩어리이긴 하지만 한반도도 아름다운 자연상태를 유지하면서 경제적으로도 좋은 모델이 될만한 것을 찾아낼수 있을텐데요.
가끔 속상해요. 우린 면적이 좁고, 인구는 많고, 워싱턴의 모델을 우리가 그대로 쓸수도 없고. 4대강은...생각하면 속이 쓰려서...
@RedFox - 2010/05/06 19:43
답글삭제한국에서는 무슨무슨 관리공단이라고 하면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이해하고 보존하는 것이 아니라, 무슨 길을 깔고 정비하고 인공적으로 식수를 하고, 분수를 놓고 놀이터와 음식점을 놓고, 등등등 손을 대야만 뭔가 관리를 했다고 착각하는 것 같아요. 그건 훼손. 그 이하 그 이상도 아닌데요, 차라리 일본처럼 고유의 미학점 관점에 따른 재배치도 아니고, 그냥 비전과 상상력이 부재한 것 같아요. 자전거 타고 자주 돌아다니는데, 하루가 멀다하고 공사판으로 변하는 길 옆의 풍경이 참 아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