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봄학기 사회언어학 수업 종강을 했다. 이것으로 봄학기는 일단락 되었다. (기말 프로젝트를 세밀히 평가하고 피드백을 주는 '나의 숙제'가 남아있긴 하지만.)
수업을 마치니 오후 세시. 피곤하고 배도 고프고, 근처에 나가서 아무거나 먹으려고 오피스를 나서는데, 강의실에서 학생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났다. 몇명이 남아서 한가롭게 이야기를 나누는 중.
[소생이 늦은 점심을 먹으러 나가는 길인데, 혼자 가기 심심하오니 따라오시면 라면을 사드리리]
내가 제안하자, 대학원생 몇명이 따라 나섰다. 내 작은 차에 가득 채워가지고 근처 '라면집'에 가서 '라면'과 '김밥' 그리고 '라볶이'까지 '진수성찬'으로 차려놓고 '종강 기념' 라면회를 간단히 했다. (여기 미국 맞어? 하하하 ) 하긴 내 학생들도 이런곳을 처음 와본다며 놀라워했다. 헤헤헤.
라면과 김밥을 섞어놓고 '질펀'하게 먹던중 내 나이또래의 학생 한분이 매운 떡볶이에 진땀을 흘리며 말했다:
:이번 학기가 언제 끝나나 했더니 끝이 나긴 나는군요. 태어나서 이렇게 공부를 열심히 해본것이 처음 입니다. 아이고 죽는줄 알았어요.
그분은 평생 공부하거나, 가르치는 일에 종사해 왔던 분인데, 뒤늦게 석사 프로그램에 들어왔다. 그런데 이렇게 '빡시게' 공부를 한것이 처음이라고 한다. ... 해서... 내 수업 진행 방법이 '나쁘지 않았구나' 하는 평가를 할수 있게 되었다. 나는 학생들에게 공부를 하라고 목조른적이 없다. 각자 자기 프로젝트를 선정하고 스스로 일을 진행했을 뿐이다. 스스로 잘 하고 싶어서 밤을 새웠을뿐, 내가 밤새라고 으르렁대거나 협박을 한 적도 없다. 스스로 좋아서 했을뿐.
이번학기에 학생들은 각자 스스로 연구과제를 정해서 작업을 해왔다. 오늘 연구 보고 세미나를 하는 것으로 종강을 한 것인데, 학생들 얼굴이 정말 딱하게도 야위어 있었다. 내가 보기에도 며칠씩 밤을 샌 몰골들이었다. 그만큼, 그들의 발표 내용도 예상을 뛰어넘는 것들이었다. 오늘 내 사회언어학 수업에서 각자 연구 발표한 학생들은, 아마도 대부분 올 가을 버지니아 지역 컨벤션에 서게 될 것이다. 그만큼 작품들이 좋았다. 그중에 한 작품은 내년 봄의 국제적인 컨벤션에 이름을 올려도 될것으로 보인다. 다들, 스스로 선택한 일에 열정과 '코피'를 자원해서 쏟았을뿐, 내가 그거 하라고 등떠민적 없다.
그러고 보면 '교육'이란 앞에서 꽥꽥대고 떠드는 것이 아닐것이다.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여건과 분위기만 조성하고, 선생은 뒷전에서 바둑이나 두면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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