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새벽 세시부터 잠이 깨어서, 역시 그 시간에 잠이 깨면 다시 잠들기 힘들것을 알기에, 주섬주섬 일을 시작했다. 몇시간동안 언라인으로 처리할 일들을 하고, 학교에 나가서 수업 준비를 하고, 수업을 하고, 그리고 또 일을 하다가 귀가했다. 공장 생산라인 돌아가듯 쉬지 않고 일을 해댔을것이다.
오후 햇살속에, 바람이 상쾌했는데, 조지타운 가는 길에 내 빨간 모자를 잃어버렸다.
잃어버린줄도 모르고 있다가, 하버에 도착한후에야, 내 머리에서 모자가 사라졌다는 것을 알았다.
바람에 날아갔을것이다. 그걸 내가 바람 맞으면서 걷는 재미로, 까맣게 모르고 있었을것이다.
몇시간을 하버에서 보내야 했는데, 지쳤는데, 다시 모자를 찾기위해 왔던길을 되짚어 가기엔 피곤한데. 졸린데. 그 모자 싼건데. 없어져도 그만인데. 뭐 여러가지 자기합리화를 하면서 '포기'하려고 했지만, 어쩐지 사람들 발에 짓밟힐, 쓰레기가 될 그 모자의 운명이 서럽더라.
그래서, 왔던 길을 되짚어서
한참을 되짚어서 가다보니
길가에 빨간 모자가 오두마니 있더라.
달려가 그것을 집어서 손으로 툭툭 털어서, 다시 머리위에 단단히 썼다.
찾았다.
다시는 너를 잃어버리지 않으마.
그날, 그 모자를 쓰고 하버에서 네시간쯤 있다가 한밤에, 자정쯤에 귀가했다.
그날, 그런 일이 있었다.
모든 잃어버려진 것들, 버려진 것들의 뒷모습은 슬프다.
빨간모자를 슬프게 하면 안되었던 것이지.
제모자도 아닌데 다시 찾으셨다니까 왜 이리 다행이다.. 싶고 좋은지..^^
답글삭제@사과씨 - 2010/05/10 23:46
답글삭제그쵸? 전 같았으면, 저 그거 찾으로 안가요. 물건 '따위' 잃어버리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팽배하거든요. 별로 미련도 없고. 그런데, 그날은 어쩐지 버려지고 잊혀지는 모든 것들에 대해서 슬픈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찾으러 간거죠. 모자이긴 하지만, 모자에 대해서도 나는 책임이 있는거니까. (왕눈이와 다를바가 없는거죠... 잃어버리면, 찾으려는 노력을 해줘야 하는거죠...)
비밀 댓글 입니다.
답글삭제혹시 오른쪽 위 그림에서 쓰고 계신 저 모자인가요? ^^; 다행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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