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7월 20일 화요일

무지개와 반달

 

 

 

책상 정리 싹 해치우고, 플라시도 도밍고 틀어놓고 한숨을 내 쉬고 있는데

창밖의 나뭇가지 사이가 '눈이 부시게' 밝았다.

달이, 씻은듯이 밝은달이 검은 나뭇가지 사이에서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내 창가로 달이 기웃거리면

나는

전생에 헤어진 그리운 내 애인이 달이 되어 기웃거리는 듯한 환상에 빠지곤 한다.

(달은 가장 오래된 시계라고... )

달은 전생에 헤어진 내 애인이라고~  내가 말했지.

 

 

 

어제는, 소나기가 쏟아졌다.

거실에서 빨래 정리를 하다가 문득 내다보니

거실 밖 하늘에 무지개가 걸렸다.

내가 문득 내다 보고 싶었던 이유는,

무지개가 나를 불렀기 때문일거야.

 

무지개는, 노아가 비둘기를 날려보냈을때

비둘기가 마침내 육지가 있음을 알리는 나뭇잎을 물고 왔을때

하늘에 무지개가 걸렸대서

그래서 무지개는 가슴뛰는 희망과 재생의 상징이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윌리엄 워즈워드가 My heart leaps up whenever I behold the rainbow in the sky 라고

노래를 한 배경에는

그런, 서양의 기독교권 문화의 정서가  깔려있었던 것이지.

우리나라나 아시아권에서 무지개는 '허망한' 무엇을 상징한다.

꿈처럼 사라지는 허망한 것.

구로자와 감독의 '꿈' 영화도 어떤 아이가 하늘의 무지개를 쳐다보는 포스터로 유명하기도 하지...

 

나의 무지개는... 희망이고, 그리고 허무이기도 하고...

 

 

 

바늘과 실, 그리고 ~

오피스에 나갔었는데, 일도 손에 안 잡히고, 공부를 해도 집중이 잘 안되고...

꾸역꾸역 공부를 하다가 일찌감치 나와서

크래프트 샵에 들러서 간단한 실 세트 한곽 사고 (그냥 평범한 바느질용 실 여러개 들어있는것)

기웃거리고 구경하다가 클립보드랑 to do list 라는 편지지 크기의 용지 묶여 있는것도 사고.

 

 

아 그냥 이렇게 예쁜 분홍 테두리 종이에 매일 뭔가 끄적이고 확인하고 그러면 재미있을것도 같아서.

옛날에는 (아니 어제까지도) 매일 언라인으로 '할 일' 적어놓고 하나 하나 지우는 재미로 살았는데,

이제는 뭐랄까, 좀더..물리적인, 손에 만져지는 뭔가에다가 손으로 끄적이고 싶어졌다고나 할까...

 

 

 

 

 

 

 

아침에 두가지 한국 뉴스에 눈이 갔다.

 

(1) Fairfax County에 살고 계시던 어떤 남자분이 (아내와 아이들도 있다고) 캘리포니아에, 구글 본사에 입사 인터뷰 하러 가셨다가, 강도를 만나서 대낮에 총을 맞고 돌아가셨다고.  이런, 이런...  이렇게 딱할데가... 아내와 아이들은 또 얼마나 상심이 크실 것인지...  내가 그랬쟎아...여기는 정글이라고... 우리는 정글에 살고 있는 이방인들인거야...

 

(2) 한국의 초선 여당의원이 입을 잘 못 놀려서, 하필 여성 비하 발언이 문제가 되어 거의 정치 생명 끝장낸 분위기. '여성 비하 발언 때문에 정치생명 끝장 날 정도면, 우리나라도 선진국이 되어가긴 할 모양이네...' 이런 생각도 잠시 스쳤다. 최연희 같은 사람도 재 당선되고 그러는 판인데...  글쎄, 뭐랄까, 그 사람 큰 실수 한것 맞고, 상응하는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한편 생각해보면... 아 그 놈의 '입'조심을 했어야 하는데...그놈의 입이 사단이지, 왜 그따위 소리들을 그 시간에 거기서 했어야만 했었을까...  그 '입조심'은 단지 그 사람 뿐 아니라, 누구에게나, ...특히 '나'에게도 해당되는 사항이라서, 나까지도 간담이 서늘해졌다고나 할까... 입 한번 잘 못 놀리면 완전...그렇게 되고 마는거라구... 으시시. 세치 혀가 문제야...입을 조심해야 해 입을. 오, 나의 입을 꼭 다물게 하소서. 오직 사람을 키우고 살리는데만 이 입을 사용하게 하소서. 아멘.

 

 

우리 아파트에 설치된 세탁기의 사용법을 몰랐는데, 어제 알아냈다. 별도의 연결 장치가 있어야만 하는줄 알고 그동안 사용을 못했는데, 의외로 간단하게 해결이 되었다. 밀린 빨래를 이제 거의 다 해치웠고, 망가진 빨래 걸이도 수리를 했다. (건조기도 설치되어 있는데, 이 더위에 건조기 돌리면 실내 온도가 확 올라갈테니까, 게다가 날이 이렇게 더우므로 베란다에 말리면 금세 마를테니까, 자연 건조를 하면서 산다.)

 

이제 내 책상과 서랍, 서류와 잡동사니들을 싹 정리하고

청소기를 돌려야지. 그러면 청소는 대강 일단락 되는 것 같다.

 

 

 

 

2010년 7월 19일 월요일

Snowflake Bentley : 눈꽃 아저씨 벤틀리

 

http://snowflakebentley.com/WBresources.htm

 

 

날이 더울때는 한겨울에 듣는 크리스마스 캐롤을 듣는다던가, 눈이 펑펑 쏟아지는 장면이 가득한 영화를 본다던가 (러브 스토리, 러브레터, 닥터 지바고 등) 이런 겨울 풍경을 연상해도 좋을 것 같다.

 

평생 '눈꽃 (snowflake)'만 들여다 본 사나이가 있었다. 그의 이름은 Wilson A. Bentley (1865-1931).

http://snowflakebentley.com/index.htm

미국의 최 북단이라 할만한 버몬트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평생을 보냈다.

윌슨은 정규 학교 교육을 받는 대신에 교양이 풍부한 어머니와 함께 집에서 교육을 받으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자연속에서 뛰어 놀며 꽃이나 풀, 새 등을 관찰하기를 좋아하던 윌슨은, 어느날 눈 꽃을 들여다보다가 눈꽃의 모양에 매료되고 만다. 버몬트의 특성상 일년의 절반도 넘도록 겨울과 같은 날씨이니 '눈'이야 말로 그의 삶에서 가장 친근한 관찰 소재가 될 만도 한데, 당시에 그의 주변 사람들이 '그 흔해 빠진, 지천에 깔린, 지겨운  눈송이'를 들여다보는 이 소년을 제대로 평가했을 것 같지는 않다.

 

처음에 눈꽃송이를 세밀하게 그려대던 이 소년은,

그러나 자신의 그림에 한계를 느끼고

'사진기'에 관심을 갖게 된다.

그러자 그의 부모는 당시에는 구하기도 힘들었던 카메라를 막대한 돈을 들여 구입해 준다. 그리고 윌슨은 매일 눈꽃송이 사진을 찍는다.  요즘이야 카메라 기술이 하도 좋아져서, 나같이 사진 이론을 전혀 모르는 사람도 성능 좋은 카메라로 다양한 근접 촬영을 하면서 기뻐할수 있지만, 초기의 카메라로 '눈송이'를 찍는 작업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실패에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윌슨 벤틀리의 눈송이 사진 촬영 작업은 계속된다. 그가 눈꽃송이 사진을 찍어대는 세월동안, 주변에서 그의 '눈 사진'의 가치를 인정해 준 사람은 별로 많지 않았을 것이다.  사진을 찍으려면 초상화 같은 인물 사진을 찍던지, 그까짓 눈 사진을 찍어서 뭘 어쩐다는 말인가? 

 

1885년, 스무살이던 윌슨 벤틀리는 역사상 최초로 눈꽃 입자를 찍어낸다. 그리고 그가 모은 5000장이 넘는 눈꽃 입자는 모두 제각기 다른 모양을 하고 있다.  그러니까, 이 세상의 눈꽃 입자들중에서 동일한 모양을 가진 것은 없다고 한다.

 

남이 뭐라거나 말거나 그는 눈꽃 사진을 찍고 들여다보고 기뻐하면서 평생을 지냈고

마침내 이런 그의 '기행'이 널리 알려지면서, 대도시에서 그의 사진에 관심을 갖고 찾아오는 발길이 늘어갔다고 한다. 그리고 마침내 그의 눈 사진 책(1931)이 탄생한다.  그러나 그렇다고해서 그가 갑자기 사진계의 스타가 된다거나, 그의 눈 사진으로 떼부자가 된 것도 아니었다. 그는 눈 사진에 미쳐있는 버몬트 시골의 사나이였고, 노년에 눈 사진집을 한권 내기에 이르렀고,  그리고 눈길을 헤메다가 폐렴에 걸려서 급거 사망하고 말았다.

 

 

 

 

내가 눈꽃 사진 작가 윌리엄 벤틀리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지난 겨울 (2009), 크리스마스 즈음에 스미소니언에 갔을 때였다. 스미소니언 캐슬 주변의 공원이 커다란 눈꽃 입자 모양의 장식으로 치장 되어 있었는데, 그 공원에 '평생 눈꽃 입자만 사진기에 담은 사나이'에 대한 안내문이 있었다. 그런데 며칠전 코코란 미술관에 척 클로스 특별전을 보러 갔었는데, 사진 전시관 한 구석에 비치된 책자중에 눈꽃 아저씨 벤틀리에 대한 어린이용 책이 있어서 한가로이 앉아 읽게 되었다. 

 

나는 혼자서 한 우물을 파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에 쉽게 매료되는 편이다.

'모세 할머니'로 알려진 풍속화가에게 매력을 느낀다거나 (http://americanart.textcube.com/category/American%20Art%20History%20Sketch/Grandma%20Moses)

혹은 평생 '삽화가'로 살아간 Norman Rockwell (http://americanart.textcube.com/category/Realism/Norman%20Rockwell) 에게 애정을 느끼는 이유는

이들이 전문 교육을 받았던 안받았건, 소박한 삶의 풍경들을 들여다보고 외곬수처럼 그것들을 어떤 식으로든 자기 식으로 표현해 냈기 때문이다.

내가 외곬수로 한가지만 들이 파는 사람에게 매력을 느끼는 이유는...(나도 잘 모르겠지만), 그들이 보이는 어떤 '일관성'이 나를 끌기 때문인 것 같다.

 

일관성.

쉽게 변치 않는.

한가지 대상에 집중하는.

 

 

이어지는 노래는 Nat King Cole 의 When I fall in love...

  내가 사랑에 빠지면, 그 사랑은 영원할겁니다...그렇지 않다면 사랑에 빠지지도 않을거예요...

 

 

 

2010년 7월 18일 일요일

Virginia Tech : 찬홍이 저널리즘 캠프

찬홍이의 저널리즘 캠프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버지니아 테크에서 열리기 때문에, 오늘 왕눈이까지, 온 가족이 블랙스버그의 버지니아텍까지 다녀왔다.

 

 편도 250마일, 왕복 500 마일 거리.

 대략 편도 다섯시간씩 잡고, 운전시간 왕복 열시간.

 

간밤에도, 역시 두시쯤에 잠에서 깬후 잠을 못 잔 터라 좀 피곤했다.  무사히 다녀와서 다행이다.

 

 

 

찬홍이와 신문사 동기생들, 그리고 '실업자'같이 동생들 틈에 낀 지팔군 (줄무늬).  우리들의 영원한 '강아지' 왕눈 할아범.  버지니아텍 Squire 학생회관 앞.

 

 

 

 

찬홍이가 캠프에 합류 하기 전에, 집에서 챙겨간 '밥'을 먹이고 왕눈이와 놀았다. (학생회관 근처 매점)

 

 

 

 

다음주 목요일 오전 열한시까지 가서 찬홍이 픽업해 와야 하고

바로 다음날인 금요일에는 지홍이를 데리고 샬롯빌에 다녀와야 한다.

(샬롯빌에 가는 길에 아예 호텔 잡아서 하루 묵으면서 근처 구경이나 할까...

그런데 왕눈이는 어쩌구? )

 

 

내가 천성이 '운전'을 좋아해서...다행이다...

 

 

찬홍이를 캠프에 남겨두고 돌아온 지팔군은

오자마자 평소에 찬홍이가 하던 - 왕눈이 데리고 나가서 산책시키기 (오줌 뉘기)를 하고 돌아오더니

"찬홍이 녀석이 없으니 허전하다"며 우울한 표정이다. 실없는 놈.

이제 다음달에는 지팔이 녀석이 기숙사로 들어가버릴것이고...

나는 이러나 저러나 대범한척 하면서 살아야 하는거다.

대범한척 행동하다보면 스스로 대범해지겠지 뭐.

 

 

 

 

 

 

 

 

백악관 채소밭

 

 

DC 관광객들이 반드시 들르는 백악관 후원 풍경.

여기서 주목할 곳은, 왼편 구석, 막대기를 꽂아놓은 것 처럼 보이는 곳.

 

이곳이 아마도 미셸 오바마 여사가 주도적으로 하고 있다는 정원 농장인 것으로 추측된다.

 

 

 

그 백악관 울티리에서 정 반대쪽.

워싱턴 마뉴먼트가 보이고

들여다보면, 찬홍이와 나의 머리통 사이에 하얀 나즈막한 건물이 보이는데 그것이 호수 너머의 제퍼슨 기념관.

 

그러니까

미국 '내셔널 몰' 지역은

워싱턴 마뉴먼트를 중심점으로 (사진의) 오른쪽 일마일 위치에 링컨기념관.  왼쪽 일마일 지점에 국회의사당.

그리고 마뉴먼트를 중심점으로 이쪽 앞쪽에는 백악관, 정반대편  대척점에 제퍼슨 기념관이 있다.

 

 

 

Einstein Monument: DC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DC의 Independence Avenue, 링컨 메모리얼 근처에 위치한 National Acedemy of Sciences (http://www.nationalacademies.org/) 정원 한 구석에 아인스타인 기념비가 있다.  거인 같은 아인스타인 동상인데, 주위에서 아이들이 모여 있는 풍경이 '거인의 정원'을 연상케 한다.

 

 

 

Corcoran: Chuck Close 특별전 2010년 7월 3일 - 9월 12일

 

http://www.corcoran.org/close/index.php

 

백안관 옆에 있는 Corcoran Gallery of Art 2층 전시장에서 7월 3일부터 9월 12일까지 생존하는 미국 현대화가 Chuck Close 의 특별전이 진행중이다.  여름기간 동안 토요일 무료 입장이라서 입장료를 절약하기 위하여 (그리고 토요일에는 내셔널 몰 지역의 도로변 주차도 무료라서 좋다) 토요일 오전에 다녀왔다.

 

워싱턴 시내의 미술관들은 대개 영구 소장 전시물에 대한 사진 촬영은 허용하고, 특별전은 사진 촬영이 금지된다 (다른 도시에서도 대부분 이와 같은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이번 전시품에 대한 사진 촬영은 못 해왔지만, Chuck Close 의 작업 내용이 어떠한지, 그 공정까지 자세히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영어로 art 은 예술이라고도 번역되지만, '기술'로 번역되기도 하는데, 사실 '기술'과 '예술'사이의 거리는 매우 멀면서도 그 차이를 분간하기 힘들정도로 중첩되어 있기도 하다. 이번 척 클로스의 작품전을 보면서 예술이란 천재성이나 창조성에만 의지할수는 없는, 기술과 세밀한 정성이 요구되는 작업이란 것을 다시한번 깨닫게 되었다.

 

이따금 미국의 대형 미술관에 가보면 만드시 어딘가에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척 클로스의 작품들.

휙 훑어보고 지나갈지도 모르는 그 작품뒤의 제작 공정은,

땀과, 노력과, '노가다'가 요구되는 아주 힘든 과정이었다...

그런것을 알게 되니, 이 세상에 쉽게 얻는것이 별로 없으며

영광뒤에 --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되어, 한편으로 기쁘기도 했다.

(노력해야 얻을수 있다는 것은, 기쁜 일 아닌가...)

 

 

코코란 미술관 앞의 찬홍이(왼)와 지홍이 (오른). 

사진에서 오른편에 백악관이 있다.

저 오른쪽 뒤에 보이는 회색 건물이 백악관에 연결된 행정동, 아이젠하워 빌딩.

 

2층 전시장. 중앙에 입구의 척 클로스 작품이 보인다.

천창으로 자연 채광이 된다.

 

2층 전시장 중앙홀. 역시 멀리로 척 클로스의 작품이 보인다.

 

 

현관 앞에서 미술 작업을 하는 학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