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5월 2일 일요일

[산책] 터키런 파크, 계곡 물놀이

 

 

작년 이맘때,

나는 캐나다거위 (Canadian Geese)가 알을 품고, 새끼를 치고, 그 새끼를 어른이 될때까지 돌보는 과정을 관찰하며 일기에 기록을 남겼었다.  올해는, 어쩐지 그 거위떼가 그자리에 돌아오지 않아서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중이었는데.

 

이따금 강변에서 새끼들을 이끌고 다니는 캐나다거위 부부를 발견한다.

여섯마리 거위병아리.

 

올해는, 나도 너희들을 관찰할 기력이 없을것 같아.

작년에는 여우도 캐나다거위도 내 곁에서 새끼를 낳아 키우더니

어쩐 일인지, 이제 다시 내곁에 돌아오지 않아

이런 생각을 하면 쓸쓸해진다.

하지만, 만사에 때가 있으니

사랑할때와 이별할때가 있으며

날때와 죽을때가 있다

그러려니 할 밖에.

 

 

 

 

레지오날 브리지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내가 '선녀탕'이라고 부르는 계곡에서

잠시 쉬며 놀았다.

날이 여름처럼 후텁지근해서

강변에서는 아이들이 옛날, 나 자랄때처럼 물장구를 치며 놀았다.

(서양 아이들이 강변에서 노는 장면이, 한국의 아이들하고 똑같아서, 그걸 쳐다보면서 웃었다... 다를게 무어가 있다고...)

 

 

 

나는, 물가에 가면 물에 뛰어드는 사람이고

P국장은 물가에 가면 물 튈까봐 저만치서 고양이처럼 앉아있는, 그런 종류의 사람이다.

바닷가에 가면 나는 옷을 입은채로 뛰어 들어가 놀다가, 젖은 옷 입은채로 집으로 오는 사람이고

P국장은 모래사장에 앉아서 '바다가 참 좋구나' 하고 쳐다보는.

나는 행동과 생각을 동시에 하는 편이고

P국장은 생각한 후에 행동하는.

 

나는 성질이 급해서 산길에서나 평지에서나 걸음이 빠르고 저만치 앞서가고

P국장은 성질이 느긋하고 사색적이라 늘 나보다 한참 뒤쳐져서 오는.

 

그래서,

물을 보고 내가 뛰어들면

그는 '철딱서니 없는 애'를 돌보듯 멀찌감치서 사진이나 찍어주며

내가 즐기는 물장난을 대리체험으로 즐긴다.

 

오늘, 내가 선녀가 된 기분이 들 정도로 물놀이가 재미있었다.

그리고 눈가에 쏟아지는 피로감이 싹 사라졌다.

나만 그런줄 알았는데 P국장도 같은 느낌이라고 했다.

그는 하루종일 일을 했는데, 그래서 피곤해서 산책도 안간다고 하다가 마지못해 따라 나섰는데, 물가에 앉아 쉬노라니 머리가 개운해지고 피곤함이 사라졌다고. (그래서, 운동을 해야 덜 힘든거라구~ )

 

바위틈을 흘러흘러 내려온 계곡물에 세수를 하고 몸을 닦으니, 피부가 보들보들한것이, 수돗물로 세수했을때와는 사뭇 다르다.  계곡물이 오염되었다고해도, 바위틈을 통과하면서 정화된 자연수이니까, 소독처리한 수돗물보다는 피부에 더 좋을지도 모른다. 앞으로는 터키런에 갈때, 아예 타월을 하나 갖고 가서 세수하고 발 닦고 그럴까보다.

 

 

봄날은 간다

봄날이 가거나 말거나

나는 내게 주어진 황금같은 시간들을 깊이 깊이 음미할것이다.

 

 

 ***

 

큰놈이 입학신청을 한 학교에서 허가서가 날아왔다. 녀석이 기뻐하는 얼굴을 보니 나도 가슴을 누르던 바위를 내려 놓은듯한 기분이 들었다. 감사한 일이다. 몇군데 더 보낸것이 있는데 좋은 회신이 오기를 기다리는 중이다.

 

 

 

 

[산책] 들꽃피는 언덕: Build me up Buttercup baby~

 

 

나는 버터컵이라는 꽃이 어떻게 생겼는지 모를때부터 이 노래를 좋아했었다.

워싱턴에 올라와서 봄에 아무데나 피는 흔한 노란 꽃이 버터컵이란 것을 알았다.

그래서 길가에 핀 버터컵을 발견하면, 나는 영락없이 이 신나는 노래를 흥얼거린다...하하하...

 

 

 

 

저녁 지어먹고, 오후 여섯시에 터키런에 산책하러 나가다가 우리동네에 있는 공원을 쳐다보니 '버터컵 buttercup' 꽃이 언덕을 노랗게 물들이고 있었다. (제주도의 유채꽃처럼).  그래서 오랫만에 노란 들꽃 구경하느라고 이곳을 잠시 산책했다.  '황금 잔'같이 앙증맞고 노란 꽃들.  이런 광경을 보면, 천국이 지상에 잠시 비치는것 같기도 하다.  지상에 거울이 있어서, 가끔 천상의 아름다움이 반사되는것 같은. 꿈결같은.

 

 

 

 

 

 

어떤 아이 아빠가 아이를 데리고 꽃밭에서 한가롭게 산책 중.  아이가 꽃밭에서 노는 장면은, 그대로 그림 같았다.

 

 

 

 

 

 

 

 

 

 

 

 

아카시아꽃 송이도 한송이 따서 먹었다.  달콤하고 향긋하고 맛있었다.  이것 찹쌀가루 뭍혀서 튀며먹으면 정말 맛있겠다...

 

 

 

 

2010년 5월 2일 일요일.

 

 

Henry Ossawa Tanner: 갈릴리해의 예수와 제자들 (1910)

Henry Ossawa Tanner (1858-1937)
Christ and His Disciples on the Sea of Galilee (ca. 1910)
Oil on artist's canvas board
2010년 5월 1일 Virginia Museum of Fine Arts (버지니아 미술관)에서 촬영
크기는 대략 가로 20센티 세로 15 센티 정도로 추측됨 (작은 그림이었음)



버지니아 미술관이 대대적인 증축공사를 마치고 재 개관식을 하던날 (2010년 5월 1일) 미술관 방문을 하였다가 발견한 헨리 오사와 태너의 소형 작품. 갈릴리 바다의 예수와 그의 제자들. 성서적인 지식이 일천하므로 간단히 상식선에서 배경 설명을 하자면, 예수가 제자들을 이끌고 갈릴리 바다를 건너던중, 스승께서 잠시 낮잠을 즐기고 계시는 와중에 풍랑이 몰아치는지라... 어리석은 제자들이 풍랑에 겁이나서 "스승님, 배가 뒤집힐 판국에 잠이 오십니까? (내식으로 대략)" 성화를 하니까, 예수께서 잠에서 깨어나서 짐짓 짜증스러운 태도로 말씀하시다: "어리석은 제자들아, 내가 그동안 보여준 이적들을 보지 못했느냐?  내가 자는데 왜들 법석을 떠느냐.  풍랑이 그렇게 무섭다는 말이냐?"  예수께서 약간 성가신 표정으로 풍랑을 향하여, "시끄럽구나. 어리석은 내 제자들이 무섭댄다. 좀 조용히 해라" 하고 타이르시니 풍랑이 잠잠해지도다~

대략 이러한 일화가 전해지는 바, 그것을 태너가 화폭에 옮겼으리라 짐작된다.

헨리 오사와 태너는 유색인종이 인정을 못받는 미국의 풍토에서 흑인 화가로 성장한 사람인데, 종국에는 미국의 인종 차별에 진절머니가 난다며 유럽으로 건너가 버렸다 (1891년). 이 작품은 파리의 살롱전에서도 전시가 되어 높은 평가를 받았던 빼어난 작품이다.  필라델피아 미술관에 헨리 오사와 태너의 '수태고지'  대형작품이 걸려있는데... 오사와 태너의 미술세계를 종합적으로 정리할때 함께 소개하겠다.

이 작품은 딱히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그 일화를 음미할만한 가치가 있다.  우리가 고해와 같은 삶을 헤쳐나갈때, 풍랑이 몰아치고 배가 위험에 빠질때라도, 평정심을 잃지 않는 자세, 그런 성품을 키우기는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풍랑을 잠재우고 대양을 건너겠다는 자세로 하루 하루를 살아 나가고 싶은 것이다.








텍스트큐브가 '사실상' 서비스를 중단하겠다는 공지를 해서,
어떻게 할것인가 잠시 고민을 했다.
텍스트큐브를 블로그로 선택한 이유는,
조용하고, 눈에 안띄고, 그냥 조용히 혼자 놀기에 좋아보여서
그리고 구글이 관리한다니 데이타 잃어버릴 걱정을 안해도 될것 같아서.
지난해 5월에 만들어 놓고 있다가 8월부터 사용했으니까, 계정은 1년간 유지한 셈이다.

나는 이 블로그를 갖고 놀면서, 내 인생에서 힘든 오후의 한때를 무사히 건널수 있었다.
많이 아팠으나, 지금은 그럭저럭 견딜만하다.
시간이 많은 문제들을 해결해주긴 하지만,
텍큐에서 블로그질하면서 스스로 정신상담을 주거니 받거니 한 것도 도움이 되었을거라고 생각한다.
그것으로 족하다.

미국미술 프로젝트를 아직 마치지 못했는데, 텍큐 쓰기가 애매해지고 말았다.
프로젝트를 마무리 할 때까지는 계속 작업은 해야 할 것 같은데...
그래서
계정을 하나 만들어놓긴 했는데
이삿짐을 옮길지 말지는 좀더 두고 볼 것이다. 서두를 이유가 없으니까.
어디서 무엇을 하건, 그다지 미련을 느끼지 못한다. 아쉬움도 별로 없고.
완전 '유목민' 생활에 익숙해진 것도 같다.  :-)
어차피 나그네 아니던가.
아무튼, 시작한 일은 매듭을 지어놓고...




2010년 5월 1일 토요일

Virginia Museum of Fine Arts 버지니아 미술관 그랜드 오프닝

공식홈페이지: http://www.vmfa.state.va.us/default.aspx

 

버지니아주의 행정수도 (주도)는 Richmond 리치몬드시이다. 이곳에 버지니아 미술관이 있었는데, 지난해초부터 증축 공사를 한다고 일부 폐쇄하다가, 전부폐쇄하고 본격적으로 공사를 한것으로 알고 있다.  소장품의 일부는 지역의 다른 미술관들을 돌며 순회 전시가 되기도 하고 그랬다.

 

그 버지니아미술관 (Virginia Museum of Fine Arts)이 오늘 (2010년 5월 1일) 증축을 마치고 개장식을 하면서 다양한 개장 행사를 온종일 진행했다. 나는 열한시쯤 도착하여 오후 네시까지 있다가 나왔지만, 오늘 자정까지 미술관이 열린다고 한다.

 

 

나는 증축 이전에 이 미술관에 가 본적이 없으므로 얼마나 새로 수리된것인지 짐작하기 어려운데, 직접 가서 보니 제법 큰 규모였다.  미국의 국공립 미술관들중에서 10대 미술관 안에 손꼽히는 것이라는 설명을 듣기도 했다.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나 필라델피아 미술관에 견주면 규모가 작다고 할 수 있으나, 그 외의 다른 미술관에 견주면 결코 뒤처지지 않는다 (그러면 정말 미국의 십대 미술관중의 하나가 될수도 있겠다)

 

나는 큰 기대 안하고, 내가 평소에 보고싶어했던, 미국 미술가들의 작품을 보겠다는 '소박한' 생각을 갖고 리치몬드까지 120마일 길을 달려갔는데, 막상 가보니 내 예상보다 규모가 커서 '감동' 받았다 (이럴땐, 이 미술관의 모든 소장품이 내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입구에 들어서면 개념미술의 창시자인 Sol Lewitt 의 작품이 '정다운 음악'처럼 서있다. (아이좋아, 아이좋아, 좋아서 깡충깡충 뛰게 된다. 예상치 못한 명랑하고 생동하는 작품을 만나서)

 

 

 

 

 

 

 

 

일단 전체 소장품중에 미국미술품들이 걸작들이 많이 있어서 '너무 너무' 행복했고

미국 미술품 외에도 유럽이나 아시아 작품들도 골고루 구비되어 있었다.

워싱턴의 NGA 국립 미술관보다는 규모가 작다고 할 수 있지만, 국립 미술관에서 찾아보기 힘든 알토란 같은 작품들도 많이 있다.

 

작품사진은 300장 가까이 세밀하게 찍어왔으므로 차근차근 풀어 놓기로 하고,

오늘 나를 감동시킨 또다른 요소는, 미술관 재 개장식을 하면서 미술관측이 관람객들에게 보인 남부의 친절함 (Southern Hospitality) 이라고 할 만하다.

 

Southern Hospitality 라는 표현이 있다. 미국 남부 사람들의 푸근한 인심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내가 살고 있는 북 버지니아는 미국의 '북부'쪽에 가깝지만, 버지니아의 수도인 리치몬드는 한때 남북전쟁 당시에 '남군'의 수도 였던 적도 있다. 남부의 '심장부'와 같은 곳이었다.  같은 버지니아 이지만, 내가 북버지니아에서 차를 몰고 120마일을 남쪽으로 달려 내려갔을때, 리치몬드에 펼쳐진 풍경은 워싱턴 인근 지역과는 사뭇 달랐다.  '플로리다'를 연상케하는 따뜻함, 느릿함, 여유로움, 순한 표정, 느릿한 발걸음, 그리고, 아아, 특유의 남부 액센트와,  여기저기 많이 보이는 흑인들.  워싱턴 인근 지역에서 흑인들을 많이 못봤는데, 리치몬드에 오니까 정겹고 순박한 흑인들이 여기저기 많이 보였다. (여기 남부 맞구나... 고향에 돌아온듯한 따뜻함.)

 

내가 Southern Hospitality 라는 표현을 떠올린 이유는,  이 미술관이 오늘 방문한 '모든' 관람객이 원하면 언제든지 먹고 마실수 있도록 음료와 간식을 '무한'으로 제공했다는 것이다.  미술관에는 카페테리아와 레스토랑, 스넥바 등이 설치되어 있는데, 이 미술관 내부에 있는 카페테리아및 레스토랑, 스넥바, 그리고 코트야드에서 마치 호텔의 연회장같은 설비를 해놓고, 관객들에게 정중하고도 친절하게 음료와 가벼운 요깃거리를 온종일 제공을 한 것이다.

 

이들이 제공한 것은

  1.  각종 탄산음료수와 레모네이드를 얼음과 함께 유리잔에 담아주고, 빈 잔들을 즉시 치워서 항상 청결한, 준비된 상태를 유지했다 (그렇게 사람이 많는데...기다리는 줄도 없을정도로 기민했다)
  2. 카페테리아에서는 미국인들이 점심 대용으로 먹는 핫도그 (빵 사이에 소세지 낀것) 를 은박지로 포장해서 따뜻하게 해 두었다가 누구든지 원하는 사람에게 제공했다.
  3. 여러가지 쿠키도 쌓아놓고 누구든지 집어가도록 했다.
  4. 감자칩 스넥도 원하는 만큼 봉지를 집어갈수 있었다.

아침 열시부터 자정까지, 쉼없이 제공되는 음료와 간단한 먹을거리들. 

 

나는 처음에는 '음료수 정도는 기념으로 무료로 주나보다' 생각하고, 점심 먹을거리를 찾기 위해서 카페에 들어갔는데, 가만보니, 아무도 돈내는 사람이 없는거다. 돈을 받는 사람도 없었다. 

  "이것이 뭔 일이다냐? "

나는 그만 눈이 휘둥그레지고 말았다.

 

 

2009년 1월이었나? 스미소니안 미국 역사 박물관이 보수를 마치고 재 개장을 했는데, 공식 개장전에 일부 인사들에게 미리 공개를 한 적이 있다.  그날 나도 구경을 갔었는데, 거기서도 음료와 가벼운 먹을거리를 제공했었다.  그때는 그냥, 음료와 스넥을 조금 나눠주나보다 생각했었다. 감동은 없었다.  오늘은, 음료와 식사를 제공하는 행사 담당 직원들, 혹은 일꾼들의 태도나 표정이 참 여유롭고 평화롭고, 느릿한 미소를 담고 있어서  미술관에 왔다는 느낌을 넘어서 '내가 참 복이 많구나. 이런 호사를 다 누리는구나' 뭐 이런 황송한 느낌까지.

 

그래서 생각하게 되었다, 사람을 접대할때는 이런 여유와 느긋함을 갖어야 하는거구나.  세밀하나 신경질적이지 않은, 남부 스타일의 친절함. 

 

오늘 개장일이라 끊임없이 미술관 여기저기서 각종 공연과 행사가 이어졌는데, 나는 미술체험 학습 코너 여러군데 중에서 스탬프 만들어 찍기를 해봤다.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종이에 연필로 스탬프 밑그림을 그린다

스티로폼 판 위에 밑그림을 올려놓고

연필심으로 선을 그려준다

스티로폼에 밑그림과 동일한 골이 패인다

 

 

스티로폼에 스탬프 잉크를 고르게 묻혀서

종이에 올리고

롤러로 꼭 눌러준다 (롤러가 없으면 두꺼운 책같은거 올려놓고 도장찍듯 압력을 가하면 된다)

 

 

완성.

 

 

 

 

오늘의 진정한 하일라이트는

  날으는 황금 퇴깽이

그리고

그리고

 

   내 양말

 

호호호~

 

 

 

홈페이지를 보면 공식 그랜드오프닝 행사가 5월 1일과 2일로 잡혀 있으므로, 예측컨대 내일도 오늘과 같은 성대한 오프닝 행사가 펼쳐질것이다.  일생에 한번 볼수 있을까 말까한 '미술관 개관 행사'이다. 

 

 

 

2010년 4월 29일 목요일

아카시아

 

 

 

오후에 퇴근하려고 주차장에 나왔는데, 내 차 뒷창문에 아카시아 꽃이 반사되어, 꿈속같이 황홀하였다.

 

한국에서는 아카시아 꽃이 필때, 초록잎사귀와 꽃이 함께 피는데, 버지니아의 아카시아는 마치 벚꽃이나 목련처럼 나뭇가지에서 흰꽃이 하얗게 매달리고, 잎사귀는 그 후에 돋아난다.  (물론 한국의 아카시아 같은 종류도 보인다).

 

내 연구실 창밖에도 사철 죽은것처럼 키만 껑충하고 잎도 안보이던 나무가 있었는데, 나무 꼭대기가  눈온것처럼 하얗게 꽃송이들로 덮여있었다.  나는 작년에 왜 그 꽃을 보지 못하였을까?  내가 기억을 되짚어 보면 아카시아도 해걸이를 하나보다. 작년에는 이렇게 눈부시게 희게 무리지어 피는 아카시아를 보지 못했다. 올해는 아카시아가 눈온것처럼 세상을 덮고 있다.

 

향기는, 밤이 될수록 진해져서, 취할것 같다.

한국에서는 5월 중순쯤에 아카시아 향이 진했었다.

뻐꾸기도 그때쯤 울어댔다.

 

 

2010년 4월 27일 화요일

[산책] 4월 27일 물고기와의 조우

 

 

밤길에, 수로에서 저벅저벅 소리가 났다.  검은 물에서 저벅저벅

비버님이 돌아다니는가 생각하며 들여다보니 비버가 아니다.

물고기다.

사진속의 물고기는 실제로는 내 팔뚝 (아랫부분: 손에서 발꿈치까지) 정도의 크기이다.

그만한 물고기들이

수로에서 물이 빠져나가니까

결사적으로 물이 빠져나가는 방향으로 저벅거리며 이동하고 있었다.

 

내가 쳐다보고 있다가, "Hey!" 하고 소리를 질러보았다.

사람 목소리가 나니까

저벅거리며 물고인 흙바닥을 '쓸며' 지나가던 물고기들이, 순간적으로 조용해진다

이럴때는 물고기도 짐승과 다를바가 없다.

물위로 몸을 드러낸채, 몸을 활처럼 움직이며 흙바닥 위를 이동하는 딱한 물고기.

 

잠시 고요하던 물고기들은 또다시 바삐 흙위를 이동한다.

하지만,

저런 식으로 얼마나 더 갈지...

물은 자꾸 빠지고

팔다리도 없이 몸으로만 어떻게 움직여서 갈것인가.

 

둑 너머 수풀 지나면 저만치에 사철 물이 마르지 않는 포토맥강이 유유히 흐르는데

하필 너희들은 왜 물이 마르거나 빠지는 이 수로를 고향으로 삼은 것이냐?

 

 

 

 

 

내가 딱히 도와줄 방법도 없고,

그냥 어둠속을 걷고 있는데

수로 여기저기서 저벅거리는 소리가 이어진다

물고기들이 살겠다고 저렇게 몸부림을 치며 이동하는구나.

절망적으로 보이는 행렬...

 

집에 와서 사진을 보여주며 내 팔뚝만한 물고기들이 지금 수로위를 행진하고 있다고 했더니

우리집 남성동지들: "거기 어디야? 뜰채로 뜨러가자!"

 

내가 보기에 뜰채도 필요없다. 그냥 들어가서 두손으로 잡을수도 있겠더라...

 

난 물고기 생각하면 슬프고 딱하고 그런데, 이 남자들은 잉어찜 생각을 하고 있는것 같다. 

 

 

오늘,

용맹하게

혼자 강변에 나가서 여러가지를 보고, 경험하였다.

나는 뭔가 새로운 것을 보거나

살아있는 생물과 만나게 될때마다

그런 것들에 대해서

'신의 선물'이라는 느낌을 가질때가 많다.

이 모든 것들이 나에게 특별히 주어지는 선물처럼 느껴진다.

 

황혼에 혼자 서있다 훌쩍 날아오르던 블루 헤론

아카시아

오동나무꽃

저녁이 되자 꽃잎을 꼭 닫고 휴식을 취하는 버터컵 (butter cup) 꽃

물이 빠져서인지 불안하게 돌아다니는 비버들

허덕이는 팔뚝만한 물고기들

그리고 나를 부르던 둥근 달, 내 뒤를 쫒던 그 달.

차가운 공기

어두움

어둠속에 이따금 지나치던 조깅복 차람의 늘씬한 청년들

휘청이며 날아오르는 박쥐들

그리고 저만치 유유하게, 바다처럼 흐르는 포토맥강

그리고 어둠속에 들짐승처럼 걸음을 재촉하는 나 자신.

 

나 혼자였기때문에

이 모든 풍경을 더욱 선명하게 볼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제는 혼자 밤길을 걷는 일이 무섭지 않아.

나는 신의 섭리속에 존재하니까.

 

 

 

 

[산책] 4월 27일 비버 (Beaver)님 안녕하세요!

 

해가 아직 지기전에, 수로에서 돌아다니는 비버를 발견했다.  조지타운 방향으로 걷던중 세마리나 보았다. 

왜 이렇게 비버가 보이나? 생각을 해보니, 수로의 물을 관리하는 팀이 물을 빼는 모양이었다. 수로에 가득찼던 물이 빠져나가면서 바닥이 드러나니까 비버가 살 방도를 찾느라고 돌아다니는 것 같았다.

 

비버는 우리집 뒷마당의 우드척 (woodchuck)과 비슷하게 생겼는데, 꼬리에서 차이가 난다. 꼬리가 밥주걱같이 납작한 모양이다.

 

 

키브리지에서 반환하여 돌아오는 길은 달이 떠서 훤하게 밝혀주긴 했으나 아홉시가 넘은 밤이었다.

그런데 수로의 물이 빠져서 얕아진 물에서 헤엄치는 비버가 보였다.

내가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리며 멀리서 사진을 찍는데, 비버가 물에서 나오더니 내가 서있는 길 위로 슬금슬금 다가왔다.  내가 걷는 길과 수로 바닥사이에는 1미터 높이의 둑이 있는데 (내가 둑길을 걷는 셈인데) 이 비버님이 글쎄, 플래시가 터지는 쪽으로 부지런히 올라오시는거다.

 

 

 

 

 

 

 

비버님이 다가오니까, 카메라에 이놈을 잘 잡기 위해 연신 플래시를 터뜨렸다. 어둠속에서 이정도의 화면을 얻은것만도 고맙게 생각한다. 미니 디카로 찍어대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글쎄

비버님이 길위로 올라오더니, 우리집 왕눈이처럼 (덩치도 우리집 왕눈이만하다. 사진상에는 조그마한 설치류 같이 보이지만, 실제로는 우리집 왕눈이만한 중개 정도 크기이다)  앉아서는 나를 쓱 올려다보는거다.

 

밤에

어둠속에서

물에서 나온 강아지만한 비버님이 내게 다가와서 나를 올려다보는데

나 솔직히 겁이 났다.

내가 아직 비버에 대해서 연구를 안해서

이분의 성격이나 취향을 잘 모르는것이다.

인간에 대해서 공격적인지 아닌지 모른단 말이지...

그래가지고 약간 쫄아서 슬쩍 비켰더니,

내 인기척에 비버님이 놀랐는지 다시 둑을 내려가 물속으로 유유히 가시다~

 

그런데,

그렇게 비버님과 조우한후, 나는 가슴이 뭉클해짐을 느꼈다.

나는 가끔 혼자서 '정신나간년'처럼 엉뚱한 상상을 할 때가 있다.

가령, 새벽에 사슴이 창가에 와서 인사를 하듯 나를 쳐다볼때

혹은 오늘처럼 비버가 한밤에 다가와 나를 멀거니 올려다볼때

이럴때 나는 마치 영화 Seraphine 의 주인공 '미친 화가'처럼

누군가 나를 위로해주기 위해 사슴을, 비버를 보내주는것은 아닐까...

그런 상념에 빠지기도 한다.

그렇게 다가와서 나를 쳐다봐주고 가버리는 비버가, 그냥, 고맙다.

왜 고마운지는 모르겠는데

비버가 나한테 이런 말을 했을것 같다,
"용기를 내. 내가 지켜줄게.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어. 내가 너를 지켜줄게."

혹은

"물이 빠져서 걱정이야. 나좀 도와줘. 물이 빠져서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어..."

그러면 나는 말해줄수 있다. "조금만 기다려, 다시 물이 채워질거야."

 

 

 

 

 

 

 

 

비버야 오늘 내 발치까지 와서 나를 쳐다봐줘서 고마워.

나는 네가 나를 그 튼튼한 앞니로 꽉 깨물까봐 약간 겁을 먹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