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9월 11일 토요일

Edvard Munch Printings, National Gallery of Art

이미지는 클릭하시면 좀더 큰 사진으로 볼수 있습니다.

2010년 9월 4일 이은미 촬영

 

2010년 9월 5일 이은미 촬영

왼편의 대형 작품 사진은 뭉크의 Lonely One (쓸쓸한 사람)

 

워싱턴 디씨 내셔널몰, 국회의사당에서 지척인 거리에 있는 국립미술관 동관 (East Building)에서 현재 (2010년 7월 31일부터 10월 31일까지) 스웨덴의 미술가 Edvard Munch (1863-1944)의 판화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다.

 

http://www.nga.gov/exhibitions/munchinfo.shtm  NGA의 뭉크 판화전 관련 페이지

http://www.nga.gov/exhibitions/2010/munch/index.shtm 전시회의 주요 작품을 사진으로 감상할수 있다.

 

위의 하일라이트에 소개가 되지는 않았지만, 내게 매력적이었던 연작은 뭉크의 Kiss. 그리고 여인의 머릿결과 파도가 서로 어우러지는 판화 작품이 너무 마음에 들었는데...바다에 누워서 둥둥 떠있을때 파도가 내 머리를 어루만지는 듯한 느낌이 드는.  옛날에 플로리다에서 공부할때, 머리 식히러 바다에 가면 바다위에 몸을 누이고 둥둥 떠다녔는데 (송장헤엄) 그때의 그 느낌. 몸의 균형을 잘 못 잡으면 그대로 물에 잠겨버리지만, 균형을 유지하면 마냥 둥둥떠다니는. 그 완벽한 평화로움. 그리고 잔잔한 물결. 그 작품의 사진이라도 갖고 싶었지만 기념품샵에도 나와있지 않았다.

 

그 유명한 '절규 (Scream)' 판화작품도 걸려있었고, 대체적으로 뭉크의 작품 세계를 한눈에 대충 보기에 좋은 판화 전시회였다. 

 

뭉크는, 내가 미국 주요 미술관들을 돌아다녀봤지만, 그의 작품을 만나기는 쉽지 않은 편이다. 피츠버그 카네기 미술관에서 발견한 사과나무 아래의 소녀그림이 분위기가 참 좋았고, 필라델피아 미술관에는 '인어' 그림이 있었다. 또 어디서 봤더라?  아무튼 뭉크의 회화 작품은 미국땅에 그리 흔치 않다.  그러니 판화작품을 연작으로 만나보는 것도 내게는 행운이라고 할 만하다.

 

뭉크의 판화들을 보니, 그는 한가지 모티브를 수십년에 걸쳐서 시도 하였다.

이번 전시회에 그런식으로 수십년간 재현해낸 주제들이

 * Kiss

 * Madonna

 * Vampire

 * Forest

이러한 것들.

 

나를 매혹시킨 연작은 Kiss.

내가 재미있게 본 작품은 성모 (Madonna) 시리즈.

 

만약에 뭉크 판화전을 보러가는 분이 내 글을 읽는다면, 이 성모 연작을 주의깊게 보실것을 권한다. 전시실 안쪽으로 들어가면 왼편에 최초의 마돈나 작품 (가장 초기의 작품)이 걸려있고, 오른쪽으로 이동하면서 세월이 지나간다.  그러면서 마돈나 작품이 조금씩 조금씩 변한다. 그런데 그 변화하는 것에서 어떤 윈리를 발견하게 된다.  뭉크가 애초에 그것을 의도했는지 우연의 일치였는지는 나도 알 수 없다. 나 혼자서 이 연작의 수수께끼를 풀었다는 느낌까지...들었다. 아니, 어쩌면 이것은 이미 뭉크가 의도했고 비평가들도 인지하고 있으며 큐레이터도 알고 있었던 사항일지도 모른다.

 

(나는 이미 두차례 이 전시회를 보고 왔는데, 아마도 전시기간중에 또 보러 가게 될 것 같다.)

 

뭉크의 '절규'가 우리들에게 가장 널리 알려져 있는데, 그의 작품들 대부분이 그렇게 암울하다. 전시회에 들어서면서 '이건, 뭐 애드가 알란 포우 (Edgar Allan Poe)같군' 하는 느낌이 들었었다.  그런데 뭉크에 대한 자료를 좀 찾아보니, 뭉크가 일찌기 어머니를 잃었고, 신앙심이 강했던 아버지는 애드가 알란 포우의 이야기나 다른 귀신 이야기를 자식들에게 들려주길 좋아했다는 것이다. 결국 그렇게 연결이 되었던 것이군.  뭉크의 아버지는 아내를 잃고 자신이 아이들을 키우면서, 아이들에게 야단을 칠때면 "하늘나라에서 엄마가 너희들을 내려다보고 있다. 너희들의 잘못을 모두 알고 있다" 뭐 이런식으로 겁을 줬던 모양이다. 뭉크에게 엄마는 그리우면서도 무서운 존재가 되었을것이다. 그리고 이런 느낌이 그의 Madonna 연작에 반영이 된 것을지도 모른다.

 

이 전시회는 특별전시회라서 사진 촬영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입구 사진밖에 없다.

전시회는, 뭉크를 알건 모르건, 혹은 그의 정신질환적 분위기의 작품들을 좋아하건 안좋아하건 상관없이, 꽤나 매력적이다. 무서우면서도 달콤한 악몽같은. 꿈을 꾸는듯한 그런 분위기에 휩싸이게 된다.

 

뭉크의 Kiss 작품과 파도에 머리가 흔들리는 여인의 모습만큼은 아트포스터라도 구해서 갖고 싶다.

On the Waves of Love: http://www.munch.museum.no/grafikk/img/2/81.jpg

 

 

2010년 9월 5일 박찬홍 촬영

 

[Walking] Goergetown University + Old Home

 

 

아침 여섯시에 집을 나서서, 키브리지에서 조지 타운대학 방향으로 걸었다.

키브리지앞 주유소에서 77개의 낭떠러지같은 계단을 올라가면 바로 조지타운 대학 구역.

조지타운 근처나 수로변에서 혹은 강 건너편에서 조지타운쪽을 보면 옛 유럽의 성채같은 건물이 언덕위에 보이는데 (어제 비디오 파일에서도 보이는 성채같은 건물) 그 건물이 바로 이 것이다. 일자형이 아니고 디귿자 모양의 건물인데, 이 뒷쪽에 중앙 정원이 있고 그리고 채플이 있다. 조지타운에 가면 시간이 바뀔때 딩딩 종소리가 울리는데, 중앙의 뾰족 지붕이 종탑이 아닐까 상상해본다.  이것은 대학을 상징하는 대학본부 건물.

 

이 건물의 오른쪽에 입학처 건물이 따로 있고, 왼쪽에는 도서관이 있다. 중앙은 코트야드.

 

오전 일곱시 15분을 가리키는 시계. 대학 구내는 토요일 이른 아침이라 아직 잠이 덜 깬 중세의 성처럼 고요했다. (토요일에 도서관은 8시에 연다.)

 

 

조지타운대학은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카톨릭계열 대학으로 알려져 있다. 대학 규모에 비해서 아담해보이는 채플.  이른 아침이라서 그런지 사람은 나 혼자 뿐이었다.  그래서 맨 앞줄에 앉아서 '킨들'군을 꺼내가지고 마태복음 5장을 몇번 읽고, 나름 신성한 장소이니만큼 나도 평화라던가 뭐 그런 문제에 대해서 사색을 해 보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저 앞에 계시는 예수님한테 딜을 걸었다.  "나 이 학교에서 일 좀 하게 자리 하나만 마련해주세요. 예수님 빽으루다가 나좀 '특채'좀 어떻게 안될까요? 나 일 잘 할 자신 있는데..." 예수님은 묵묵부답이셨다.  하지만 나는 안다.  때가 되면, 모든 것은 이루어 질 것이다.  그때까지 공부하면서 기다리면 된다. 아 분명이 자리 하나 맹길어 놓으실테니깐.

 

 

 

 

돌아오는길에 옛집에 들렀다.  뒷마당으로 가는 쪽문이 잠겨있지 않았다. 그래서 그리해서 뒷동산으로 갔다. 데크에 우리가 사용하던 의자 한개가 남겨져 있었다. 가져올까 하다가, 그만 두었다. 어차피 살림 정리한 마당이니까. 그리고...너라도 여기 남아 있어라. 추억처럼. 그림자처럼.

 

 

 

나의 어미여우와 네마리의 새끼 여우들이 드나들던 여우굴도 그대로 남아있다.

 

 

 

여우굴은 반드시 입구가 두개 이상이다. 통로가 이리저리 나 있다. 그래야 은신처가 된다.

 

 

 

어미여우가 새끼들과 어울려 놀다가 경계하듯 내려다보던 여우 언덕. 아직도 너희들 모습이 내 눈에 생생해.

 

 

내가 오디를 따먹던 뽕나무도 가지치기를 하여 가지가 손에 닿지 않는다.

 

내가 5월말에 나갔는데, 그동안 집은 리모델링을 하였고, On Sale 표시를 달고 있는지가 세달이 넘었다. 집은 아직도 팔리지 않았다. 나는 앞으로도 이 빈집에 찾아 올수 있다. (마치 내가 유령이 되어 서 있는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2010년 9월 10일 금요일

[Walking] 키브리지 (Key Bridge) 에서

 

 

일곱시에 산책을 시작하여, 오늘은 키브리지를 건너 알링턴까지 다녀 왔다.

날이 쾌청하고 선선하여 긴팔 셔츠와 반바지를 입고 나갔다.

위의 비디오는 키브리지에서 디씨 내셔널몰 쪽을 향하여 볼때 보이는 풍경.

자그마한 연필같이 보이는 워싱턴 마뉴먼트가 멀리 보인다.

강 가운데 보이는 섬이, 한강의 밤섬같은 포토맥 강의 섬인데 루즈벨트 대통령의 이름을 따서 '루즈벨트 아일랜드'라고 부른다.

오른편의 건물들은 알링톤 시내 호텔, 오피스 건물들이다. 그 옆구역에 알링톤 국립묘지가 있다.

왼편의 강 기슭 길을 따라서 가다보면

케네디 센터를 지나 내셔널몰에 이르게 된다.

 

 

아래 비디오는 알링턴 시내에서 반환하여 돌아오는 길에

내가 매일 다니는 길쪽을 내려다 본 장면

저 상류층 숲에서부터 약 3.5마일을 걸어서 키브리지 앞에 도착한다.

다리에서 보닌 온통 푸른 숲이다.

 저 숲에 길이 있고

사슴들이 살고

자전거 타는 사람들과 달리기 하는 사람들이 있건만

이 다리위에서는 오직 초록 숲과 서늘한 강물만 보인다.

 

 

 

 

오른쪽에 보트하우스가 보이고,

보트하우스 옆에 보이는 담벼락 같은것이,

내가 키브리지 앞에 도달하여 바람을 쐬곤 하는 '성벽'

매일 저 자리에서 키브리지를 쳐다보다가

오늘은 키브리지 위에서 그 자리를 내려다 보다.

강물에 다리의 그림자.

 

 

 

 

 

 

 

 

 

 

 

 

돌아오는 길에, 역시 Farmer's Market 에 들러서 아삭아삭 사과 (Crispy Apple) 한 봉지와, 농장에서 직접 짰다는 포도주스, 그리고 찬홍이가 좋아하는 야채빵을 사가지고 왔다.  방과후에 찬홍이 친구들이 와서 우리집에서 음악을 만들면서 논다고 하니까, 먹을것좀 준비해주고, 나는 청소나 해놓고 일찌감치 나가야겠다. 어딘가에 박혀서 '킨들'군과 데이트나.

 

 

 

 

 

2010년 9월 9일 목요일

나의 비밀의 화원

 

찬홍이네 학교에 아침저녁으로 산책을 다녀오는데,

길 중간쯤에 숲으로 가는 오솔길이 있다. 이 오솔길에 들어서면 요술같은 일이 벌어진다.

시야가 확 트이면서, 비밀의 화원이 나타나는 것이다.

 

물론 '비밀의 화원'은 아니다.

시에서 관리하는 공원인데 (르윈스빌 파크) 공원 부지의 일부를 개인 농장으로 분양을 해주었다.  한국의 주말농장, 혹은 아파트 근처의 공지에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텃밭을 떠올리면 된다. 사람들이 대략 가로세로 10미터쯤 되는 땅을 임대하여 각자 마음껏 농사를 짓거나 꽃을 가꾸는 것이다.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대략 50구역 정도가 되는 것으로 보인다. 나는 이곳을 지난주에 우연히 발견했는데 (오솔길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궁금하여 기웃거리며 갔다가 발견했다)  오늘은 산책 나가면서 일부러 내 미니카메라를 가지고 나섰다. 사진을 찍어 오려고.

 

사진을 찍다가 밭에서 일하는 부부를 만나서 이 밭을 어떻게 신청하는지 얼마를 내는지 뭐 그런 것들을 물어보았다.  내또래 아주머니는 친절하고 상세하게 내가 묻는 것을 가르쳐주었고, 남편되시는 아저씨는 사람좋게 웃고 서 있다가 불쑥, "We need help... Would you work with us?" 하고 제안을 한다. 자신들이 일할때 도와주면 밭에서 나오는 야채를 나눠주겠다고. 하하하. 기꺼이, 내가 원하는 바 였다. 나 혼자 농사지을 엄두는 안나고, 그냥 아무때나 나와서 일을 거들어주는 일은 즐겁게 할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게다가 답례로 야채라도 얻는다면 더 없이 좋은 일이고..

 

아마도 그 부부도, 그냥 밭을 누군가와 함께 일구는 그 재미 자체를 나와 함께 나누고 싶은 모양이었다. 부부는 프랑스계 미국인들.  내 액센트에서 프랑스 사람들의 액센트가 들린다고 내게 프랑스에서 왔느냐고 묻는다. 프랑스 액센트가 아니라 '외국인 액센트'이겠지. 어딘가 원어민이 아니므로 공유하는 외국인들의 액센트.

 

아무튼 그 인품좋은 부부로부터 '농사 짓는 조력자'가 되어달라는 제안을 받아서 기분이 좋다.

내일부터는 저녁 산책 나갈때, 아예 작업용 장갑을 끼고, 그리 가던지.

하느님이 내게 노동 할 땅과, 친구까지 주시다.

이 아름다운 가을에.

 

 

각자 자신의 텃밭에 울타리를 두르고 출입문을 만들거나 문패를 달기도

 

 

울라리 없이 개방해놓고 의자를 갖다 놓은 곳도

 

 

일본식 문과 울타리를 해 놓은 곳도. (어쩐지 주인이 일본계가 아닐까.)

 

 

2010년 9월 8일 수요일

나의 새 애인을 소개합니다!

아아,  데이트 신청 한지 한달 가까이 기다리다가 간신히 애인을 만났습니다. 데이트 신청자가 밀려서 한참을 기다려야 했던 것이지요.

 

 

그의 이름은, 아마존에서 온 킨들 이라고 합니다!

 

 

 

Kindle Video

 

 

 

배달된 상자 뜯어서 플러그를 꽂는 순간부터 모든 것이 작동되기 시작했습니다.

즉석에서 무료 책샘플을 다운 받아봤습니다.

아아, 순식간에 책이 내 손안으로 들어옵니다.

 

게다가! 이제는 깨알같은 글씨가 박혀있는 책도 걱정이 없습니다.  요즘 눈이 침침해서 오랫동안 책을 읽으면 피곤해지는데, 내 맘대로 글자 크기 조정을 할 수 있으니 걱정이 없습니다.

 

아이패드의 경우 터치 스크린인데, 이것은 터치스크린이 아니라 다소 원시적으로 느껴집니다. 하지만, 그것이 매력이기도 합니다. 가볍고, 작고, 작동이 약간 투박하면서도 그래서 더 정감이 갑니다.

 

이제 이것 한개만 핸드백에 넣으면 언제, 어디에 있어도 내 책꽂이의 책을 맘대로 꺼내어 읽을수 있다는 말이지요. 이 속에 책을 넣기만 한다면 말이지요. 아무튼, 너무너무 만족스런 첫 데이트였습니다.

 

 

 

 

 

 

 

 

 

가을편지

지난 주말에 미술관에 갔다가 산 그림 엽서, 그림 카드들.

 

스미소니안 미국미술관에서 현재 진행중인 Norman Rockwell 특별전에 갔다가 산 엽서들이랑,

국립 미술관에서 산 예쁜 카드들.

 

노만 로크웰 전시회에서는 특히나 '작은 아씨들'의 삽화였던 '조우'의 그림 원화를 보게 되어 흡족했었다. 아래에서 오른쪽, 옥탑방 소파에서 글을 쓰는 아가씨 조우.  자세히 보면 새앙쥐 두마리도 보이고, 그림속의 상자는 매사추세츠 콩코드 소재의 올코트의 집에 아직도 전시되어 있다.

 

 

 

나는 미술관에 가면 갤러리샵 구경도 좋아하는데, 막상 비싸고, 살만한 것도 별로 없는 실정이지만, 그래도 예쁜 것들을 보면 기분이 좋으니까, 꼭 들른다. 대개는 엽서 몇장 사는 것으로 종을 치고 말지만.

 

엽서는 일없이 사 모았다가, 편지 쓰고 싶을때, 그때 꺼내서 쓴다.  오늘은...엄마한테, 언니한테, 가족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써볼까...?  퇴근하는 길에 우체국에 들러서 부치면 금방 배달되겠지... 누구에게 무슨 그림을 보낼까?  이런 궁리를 해본다.

 

 

 

 

조우의 그림이 새겨진 우편엽서.

이것은 현재 내 책상앞에 압핀으로 꽂아놨다.  (규격에 맞는 액자 사다가 제대로 걸어놔야지)

'작은 아씨들'을 읽은 많은 소녀들의 우상이었던 조우, 조세핀 마치. (저자 올코트의 분신).

역시 조우는 나에게도 우상이었다.

소설가가 되고 싶었고, 그림을 그리고 싶었고, 독립적으로 자유롭게 살고 싶었다.

지금도 나는 이 씩씩하고 쾌활한 조우가 좋다.

노만 로크웰이 조우를 썩 잘 그려냈다.  (미니 카메라로 대충 찍었더니 사진상태 정말 엉망이로군...)

 

 

 

 

 

노만 로크웰전시회 리뷰도 적어봐야 하고, 슬슬 글쓰기를 시작해야 하는데, 내가 게을러졌다.

하지만 나를 자책하지 않기로 하자. 내가 글을 쓴들 안쓴들...하늘아래 새로울것은 없는 것.

때는 가을인것이다.

 

 

제비나비 (Black Swallowtail)

 

 

 

 

 

 

 

등부분

 

 

(뒤집어서 배부분. 안쪽의 두줄의 오렌지색 점박 무늬가 선명하다)

 

나의 '상식'이나 '생물'에 대한 단편적인 지식의 대부분은, 계몽사 <컬러학습대백과>에서 습득한 것이라고 해도 무방 할 것이다.  사전이 뭔지, 백과사전이 뭔지도 모르던 시절부터 우리집의 가난한 마루 책장을 빛내던 '칼라학습대백과'.  그 첫권에 가게-그리마 라고 적혀있던 원리가 무엇인지는 고학년이 되어 국어사전을 찾는 방법을 배웠을때야 알았다 (첫 페이지가 '가게'였고 마지막 페이지가 '그리마'라는 다족류 벌레였던덧이다.)

 

오죽하면 아직도 내 머릿속에 가게-그리마가 이렇게 선명하게 남아있겠는가.

 

우리들은 컬러학습대백과를 보고, 또 봤으니, 딱히 그것이 좋았다기보다는 '다른 볼것이 없어서' 심심해 죽겠는 나머지 보고 또보고.  그런데 이렇게 되풀이 해서 들여다본 학습 효과가 크기도 해서, 훗날의 내 모든 지식의 원천이 되어 준 것 같기도 하다. 뭔가 새로운 것을 배울때라도, 나는 연관된 어떤 것을 칼라학습대백과의 아주 사소한 문항과 연결시킬수 있었으니까.

 

그것도....칼라로!  :)

 

그러니까, 내가 어떤 낯선것을 보고 근거도 없이 그냥 '이름'을 말했는데, 그것이 정답일때는, 분명 내가 어디선가에서 그것에 대한 정보를 습득하고, 기억 어딘가에 저장해 놓았었다는 것이리라.  나는 뭔가 낯선것을 보고는 뜬금없이 혼자 이름을 중얼거릴때가 종종 있다.  바로 이 제비나비처럼.

 

어제 이 나비를 보았을때 무심코 '제비나비'라고 혼자 중얼거렸지만, 나는 자신이 없었다.  오늘 아침에 구글에서 northern virginia butterflies 라는 검색어를 넣었을때 가장 먼저 올라온 자료

http://www.virginia.edu/blandy/ClarkeCountyLandUseSurvey/butterflyguide.pdf

이 자료에 근거하면, 나의 나비는 Black Swallowtail (검정 제비꼬리 나비)이다. 제비나비가 맞았군.

 

제비나비. 너는 내 어린시절 지겹게 들여다봤던 컬러학습대백과의 어느 페이지에서 불현듯 날아 오른 것이냐?

 

 

내가 찍은 나비 날개 사진을 들여다보며 혼자 좋아 죽다가 (저 맨 위에 저 세밀한 사진) 오피스에 있는 내 책 커버가 생각나서.  이 책 커버도 찍어본다. Endless Forms Most Beautiful 진화, 발생에 관한 책인데, 그림과 사진들도 있어서 나같은 문외한이 읽어도 재미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