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 3일 토요일

[산책] 더욱 쓸쓸한 날엔, 벌판을 넘어서 강변까지 나가자

2010년 3월말, 흐리고 바람불던날 저녁.

 

 

어떤날  (허영자 시, 조동진 곡)

 

쓸쓸한 날엔 벌판으로 나가자
아주 쓸쓸한 날엔
벌판을 넘어서 강변까지 나가자

갈잎은 바람에 쑥대머리 날리
강물을 거슬러 조그만 물고기떼
헤엄치고 있을게다, 헤엄치고 있을게다

버려진 아름다움이 눈을 부벼 외로이
모여있는 곳, 모여있는 곳-

아직 채 눈물 그치지 않거든
벌판을 넘어서 강변까지 나가자

 

 

 

내가 '사슴의 골짜기'라고 이름 붙인 강변의 습지대.  아일랜드의 초록색을 연상시키는 곳. 사슴이 뛰노는 곳에 초록 비단 옷을 입은 요정의 여왕이 나올것 같지요.

 

 

 

Fletcher's Cove 에 일찌감치 피어난 벚꽃 (3월 말)

 

 

 

강변 늪지대에 무리지어 피어난 수선화와 노란 들꽃

 

 

늪지대에서 발견한 '겹수선화' (그냥 수선화가 겹겹이 핀 모양새라서 겹수선화라고 이름을 지어줌.)

 

 

겹수선화 발견지 (이곳이 어디인지는 나만 알수 있어요. 난, 다음에 다시 태어나면 생물학자가 되고 싶어요...)

 

 

 

 

영화 State of Play http://www.imdb.com/title/tt0473705/ 의 배경이 워싱턴디씨라서, 영화 장면 여기저기가 내게는 무척 낯익고 친근하고 그렇습니다. 그런데 그 영화에서 어떤 피자 배달부가 우연히 이곳을 지나다가 살해현장을 봤다는 이유로 역시 살해당하고 말지요.  아, 그 영화 보고나서 한동안 이곳에 못 왔습니다. 나도 그냥 우연히 지나가다가 총맞아 죽을까봐... 지금은, 신경 안써요.  최근에 읽었던 책에 이런 주장이 나옵니다.  사람이 자동차 사고로 죽을 확률과, 동네 공원을 산책하다가 악당에게 걸려서 강간당하거나 살해당할 확률을 비교해보면 자동차 사고로 죽을 확률이 무지무지하게 높대요.  그런데 우리는 자동차 사고에 대한 두려움보다 산책하다 낯선사람에게 살해당할 것을 훨씬 더 염려한다는 것이지요. 이것은 비정상적인 공포래요 (제 식으로 옮기자면.)  그의 주장이 제게는 꽤 설득력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냥 속편하게 내키는대로 살기로 한거죠 뭐.    앗 참. 그 State of Play 영화에 나오는 여자 주인공이 '기자'인데요, 남자주인공은 럿셀 크라우가 연기한 기자.  그 여자주인공이 입고 나온 회색 바탕에 검정색 체크무늬 카디건이 (하하) 바로 이거 (아래)에요. 하하. 영화보면서 '저거 내 카디건인데...' 이런 생각이나 하고 있었던거죠.  (저야, 주로 땡처리 할때  - 한 80프로 세일할때 산 옷이지만요.)  근데, 여배우가 입으면 근사한데, 내가 입으면 왜 이렇게 펑퍼짐하고 후줄근한것인가...

 

 

 

 

 

아래 사진은 바로 저 성벽 위에 올라가서 이번에는 발아래 내려다보이는 각도를 잡은 것이지요. 이 나무계단으로 올라왔지요.

 

사자이빨꽃 (Dandelion),  민들레, 담뽀뽀 (일본말)  우리엄마가 가르쳐줬어요, 민들레는 일본말로는 담뽀뽀래요. 담장 기슭에 납작하게 엎드려 해바라기 하다가 담에 기대어 뽀뽀하는 작은 꽃 같지 않나요?   사자이빨꽃은, Dan (teeth) de (of) lion (lion) = teeth of lion = 사자이빨꽃.  (외우기 쉽죠...)

 

 

 

 

조지타운 수로변에는 한국처럼 개나리도 활짝 피었습니다. (개나리가 담벼락을 덮은것을 보면, 한국의 미아리고개가 생각이 나요. 봄이되면 미아리고개에 개나리가 가득했는데요)

 

 

 

 

오른편에 보이는 개천이 '수로 (canal)'입니다. 왼편 가장자리에 희끄무레하게 보이는 것이 나무에 가려진 '포토맥강' 입니다.  그러니까 이 수로변 길을 걸으면 양 옆으로 수로와 강이 펼쳐져있어서  기분이 좋아요. 원래 물가를 걸을때 기분이 좋쟎아요. 우리는 물이 흐르는 것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지요. 흐르니까... 수로 오른편 언덕위에 벽돌건물이 보이지요. 저 언덕위가 모두 조지타운대학 캠퍼스입니다.  전에 한국에서 공부할때, 조지타운 대학과 연계된 프로그램을 공부한 적이 있지요. 그때 함께 공부했던 동기들중에 두명이 조지타운대학 대학원으로 유학을 갔고, 저는 국내 대학원에 들어갔었지요.  그때, 그 동기들이 정말 부러웠었지요.  나는 뭐 돈도 없고, 애는 둘이나 있고, 유학은 꿈도 꿀수 없는 처지였고, 심지어 대학원도, 가당치 않은 상황이었는데요.  유학가는 동기도 부럽고, 대학원으로 진학하는 친구들도 부럽고, 부러웠지요.  나는 유학도 대학원도 불가능해보였는데요.  공부를 못해서는 아니고, 그냥 내 상황이 '어떤 꿈'을 꿀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던겁니다. 그런데, 연습삼아 본 대학원 시험을 통과를 해서 정말 가고 싶었던 대학원에 갈수 있었지요.  저의 드림스쿨이 있었거든요...  입학시험 합격하니까, 뭐, 학교에 갈 만한 길이 열리더라구요. 한국에서 대학원도 못마쳤지요.  갑자기 미국에 오게되어서. 그냥 갑자기.  그런데, 연습삼아 대학원 입학 신청을 해봤는데, 입학허가서가 날아 오더라...  입학허가서 날아오니까, 상황이, 뭐 어떻게든 굴러가더라구요. 그래서, 여기까지 온거죠.

 

강변에 산책나갈때마다 길건너 조지타운대학을 한참 보면서 걷게 되는데, 그 학교를 볼때마다 옛날, 가당치도 않아 보였던 내 애매한 꿈들이 생각이 나지요.  내가 포토맥강변을 이렇게 산책할수 있을거라고 상상이나 했던가...  조지타운이... 명문이지요. 클린턴 대통령도 학부를 이 대학에서 마쳤지요.  산책나갈때마다 오며 가며 조지타운대학을 건너다보면서 저는 생각해요.  실적을 쌓아서, 저 대학의 초빙을 받는 학자가 된다면 좋겠지...  (어느 세월에~  뭐...어느 세월이건~~ )  될지 안될지는...  어디까지가 내 운명이고 어디까지 내가 개척할수 있을지 알 수 없지만...  사람이 살다보면 ...

 

 

죽을때까지 ...걷는거죠...  내 꿈을 향해서, 한걸음, 또 한걸음. 아무것도 안된다 해도, 여태까지 내가 누렸던것만으로도 나는 꽃방석 같은 축복을 받았다고, 이미, 생각해요.  그런데, 아직 삶이 좀더 남아있으니, 좀더 가 보는것이지요.  힘들어도.

 

 

 

 

 

George Segal: 워싱턴, 루즈벨트 기념관의 조각작품 세가지

 

명색이 '미국 미술 블로그'인데, 그동안 미술 얘기가 뜸 했었지요. (-.-)

 

벚꽃놀이 구경 간 김에,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 기념관에 설치된 George Segal (1924-2000)의 경제공황기 3부작 조형물을 사진기에 담아 왔습니다.  워싱턴 디씨를 관광할때, 아마도 디씨의 상징물처럼 화보에 소개가 되는 장소들로서는

 * 워싱턴 기념탑

 * 링컨 기념관

 * 호숫가의 흰 건물, 제퍼슨 기념관

 * 백악관

 * 국회의사당

뭐 이런 '하얀' 건물들일겁니다.

그런데,

호숫가의 제퍼슨 기념관, 그 눈에 띄는 하얀 기념관 건물에 가려진, 우중충한 색조의 '공원시설' 같은 장소가 있는데, 그곳이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 기념관입니다.

 

루즈벨트 대통령에 대해서 제가 상세히 아는 것은 아니고, 그에 대해 얼핏 떠오르는 사항들은

 * 미국역사상 유일한 3선 대통령

 * 경제 대공황을 구제하기 위한 뉴딜정책

 * 미국인들 사이에서 '사회주의자'라고 알려진 대통령

이런 사항들입니다.

 

그를 기념하는 기념관이 제퍼슨 대통령 기념관 인근에 있습니다.  그리고 이곳에 '미국 미술사'책에서도 종종 언급되는 '시대적' 작품이 있습니다. 회화작업도 하고 현대적 개념의 조각 작업도 했던 George Segal 의 3부작이 바로 그것들입니다.

 

(1) The Rural Couple : 시골 부부 : 경제공황때 고통받던 농민들

(2) The Breadline: 빵 배급을 받기 위해 줄을 선 사람들 : 경제공황때 고통받던 도시 빈민들

(3) The Fireside Chats: 노변정담 (난롯가의 대화) : 1933-4 년 사이에 루즈벨트 대통령이 30여차례에 걸쳐서 국민들을 대상으로 라디오 연설을 했던 일화를 이 작품에 실은듯 합니다. 라디오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한 사나이를 주인공으로 했습니다.

 

 

...작가인 George Segal 에 대한 이야기는 차차 들려드리겠습니다. 오늘은 FDR (루즈벨트 대통령 머릿글자만 부르는 약칭) 기념관에 서있는 이 세가지 작품들을 감상해주세요 (미니 카메라로 대충 찍은 사진이라, 사진 상태가 좋지는 않지만요...)

 

 

(1) 시골부부

 

 

 

 

 

(2) 빵 배급을 받기 위해 줄을 선 사람들

 

 

 

 

 

 

 

 

이 작품이 무엇을 그리고 있는지 아는지 모르는지 유쾌하고 발랄하게 작품 사이사이에 줄을 서며 깔깔대는 학생들 (고등학생들로 보였습니다.)

 

 

 

 

(3) 난롯가의 대화 : 루즈벨트 대통령의 라디오 연설에 귀를 기울이는 한 사람.

 

루즈벨트 대통령 기념관: 배급을 기다리는 사람들

 

 

 

 

[산책] 워싱턴 벚꽃축제 구경 (4) 조지 타운에서 놀기

 

 

디씨에 산보를 갔다가 돌아오는 길은 두가지가 있는데, 한가지는 포토백 항구를 통해서 곧바로 강변길로 돌아오는 노선이고, 또 한가지는 옆길로 살짝 새가지고, 조지타운의 번화가를 두리번거리면서 놀다가 강변길로 돌아오는 것이다. 항구냐 번화가냐 선택의 기로에서 그날 기분에 따라서 아무거나 고른다.

 

배가고팠으므로 조지타운에 가서 식당에서 점심먹고...

 

 

(아래) 사진속에 보이는 거리는 사실은 유리에 비친 길건너 풍경이다.  쇼윈도우 안에 그림들이 보인다.  역대 미국 대통령중에서 유명한 사람들을 한자리에 그려놓은 그림들이다.  이 가게는 '액자' 전문 가게인데, 그림도 파는 모양이다.

 

 

 

 

 

 

 

 

 

[산책] 워싱턴 벚꽃축제 구경 (3) 꽃나무 아래서

 

 

 

(위)  오른쪽이 Tidal Basin.

 

(아래)  포토맥 강변의 벚나무.  이렇게 수양버드나무처럼 휘휘 늘어지는 벚꽃을 영어로는 Weeping Cherry (흐느끼는 벚나무)라고 부른다. 몇해전에 (내가 플로리다에 살때) '게이샤'라는 영화를 봤는데 중국인 여배우 장쯔이가 게이샤 역을 했었다. 중국인이 연기한 게이샤가 어색해서 영화를 보는 내내 내가 무척 헷갈렸었다. 거시기 했다.  그런데 장쯔이게이샤가  이렇게 휘늘어진 벚나무 아래에서 사랑하는 남자와 만나는 장면이 영화에 나왔었는데, 그때 나는 또 헛갈렸다. 무슨 벚나무가 수양버들처럼 흐늘어지는가?    그런데 워싱턴에 오니 그런 벚나무들이 있는거라...  (있었군...) 

 

오늘 마침 강변에 그 '우는 벚꽃'이 있길래, 게이샤 생각이 나서, 나도 사진을 찍어봤는데... (우는 벚꽃이 정말 울게 생겼다... 지못미 벚꽃...)

 

아, 벚꽃 지기전에 나도 드레스를 입고 나가서 근사하게...찍어보고 싶어진다... (드레스 있어?  없어... ㅠ.ㅠ)  십마일 넘게 걸어야하기때문에 운동화 신고..뭐, 의상 때문인거야... 나도 드레스 입으면 달라질수 있어 ...

 

 

 

 

 

 

 

 

 

 

 

 

 

[산책] 워싱턴 벚꽃 축제 구경 (2) 집짓는 새 관찰

 

음. 사진을 축소 시켰더니 잘 안보이네. 원화를 다시 작업을 해볼까 말까 망설이다가, 나중으로 미루고 그냥 올린다.

 

제퍼슨 기념관 앞 호숫가에 작은 벚나무가 있는데, 베어진 둥치에 구멍이 나있고, 새 한마리가 그 구멍속을 부지런히 들락거렸다. 저 새는, 내가 짐작컨대 '오리올' 아니면 '로빈'일것이다. 오리올과 로빈이 둘다 비슷하게 생겨서 내가 구별을 잘 못한다. 앞가슴으 주황색이다.

 

주둥이에 길다란 나뭇가지 하나를 물고 와서 나뭇구멍 속으로 쏙 들어갔다가 나오고, 또 날아가서 뭔가 물어다가 구멍속에 쏙들었다가 나오는것을 반복한다.

 

(1) 뒤에 희미하게 보이는 것이 제퍼슨 기념관

 

 

 

 

 

 

 

 

[산책] 워싱턴 벚꽃축제 구경 (1)

 

 

 

 

 

 

 

워싱턴 벚꽃축제, 걸어서 구경갔다 오기

 

노선: 위의 지도에서 연두색 처리를 한 것이 오늘의 노선 (노란색은 예전에...걸었던... 저보다 더 많이 걸었던 적도 있다.)  오늘은 대략 전과정 14마일쯤 걸었을것이다. (아침 일곱시 출발, 오후 1시에 출발지로 돌아왔으므로 총 여섯시간중 네시간은 계속해서 걸었다.)

 

 

Fletcher's Cove 에서 출발하여 키브리지를 지나 워싱턴 하버에서 곧바로 케네디센터를 끼고 포토맥강변길을 걷는다.  링컨 메모리얼쪽으로 올라가서 루즈벨트 기념관과 제퍼슨 기념관으로 이어지는 Tital Basin 호숫가 벚나무들을 구경하며 한바퀴돌아서 다시 포토맥 강변을 따라 조지 타운으로 온다. 조지타운에서 놀다가, Fletcher's Cove 로 돌아온다.

 

 

작년에도 벚꽃축제 기간에 나 혼자서 걸어서 갔었는데, 그날 날이 춥고 바람불고 흐리고 그래서, 꽃이 추워보였었다.  오늘은 약간 흐리고 날이 더워서 산책하고 놀기에 좋았다.  제사가 있는 날이라서, 새벽부터 서둘러 나갔다가 달음질 치듯 구경하고, 서둘러 돌아왔다. 장봐다가 제사 준비 싹 해 놓고, 놀러나간 아이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중. 애들이 와야 제사를 지내지...

 

카메라는, 내 DSLR은 무거워서 안가져갔다. 그냥 소형 디지탈 카메라.   DSLR로 찍다가 미니카메라로 찍으면 손맛도 안나고 답답하고 그런데, 사진 상태는 예상보다 좋았다.  산책 나갈때는 큰 카메라가 무거워서 못갖고 나간다. 아주 사진찍겠다고 작정하는 날에만 큰 놈을 끌고 나가게 된다.

 

꽃구경 잘 했다.

 

음, 미국에 와서 (맨하탄을 제외하면) 공원에 이렇게 사람이 많이 모인것을 오늘 처음 본 것 같다.  원래 미국이 하도 크니까 사람이 많아도 한산해보이고 늘 한적한데...오늘은 정말 사람이 많았다 (그래도 옛날에 대공원이나 창경원에 꽃구경 갔을때에 비하면 한산한규모이지만...)   한국에서 살때는 사람 많은것이 피곤하고 그랬는데, 미국은, 워낙에 한산하고 한적하니까, 사람 많이 모인것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아, 사람구경도 재미 있는거구나.

 

그런데 참 신기해...뭔가 신기하냐면, 호숫가와 강가에 일제히 벚나무들이 합창하듯 꽃을 피워 온세상을 희게 뒤덮고, 사람들이 꽃구경나와서 나무밑에 사람들로 덮였는데, 그런데, 세상이 고요해... 사람이 그렇게 많으면 무척 시끄러울것 같은데, 그냥 고요해.  사람들 말소리가 꽃속에 스며드나봐.

 

(아마도 확성기나 마이크로 떠드는 사람 없고, 뭘 판매하는 길거리 판매상들도 없고, 그냥 꽃나무하고, 구경하는 사람들 밖에 없으니까, 그러니까 조용한 것일지도 모른다.)

 

 

 

 

 

 

 

 

 

 

 

 

 

 

 

흰 건물이 제퍼슨 기념관

 

 

오른쪽에 연필같은 탑이 워싱턴 기념탑.  워싱턴 디씨의 상징. 내가 이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탑.  나는 저 흰 탑이 좋다.  파리의 에펠탑보다 저 흰 돌탑이 좋다.  왜냐하면 나하고 삼년가까이 정들었으니까. 앞으로도 저 탑을 몇년 더 볼테니까.  그러니까 정이 들어서, 저 탑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