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21일 토요일

디트로이트 벽화, 디에고 리베라 Detroit Industry Murals (2)

http://americanart.textcube.com/149  이전 페이지에서 디트로이트 벽화를 그린 디에고 리베라에 대하여 간단히 이야기를 해 드렸습니다.  이 페이지에서는 디트로이트 벽화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디트로이트 미술관에서는 이 벽화가 있는 곳은 'Rivera Hall' 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벽화가 그려지기 전 원래 이곳은 내부 정원 (가든 코트 Garden Court)이었습니다.  미국의 큼직한 미술관에 가면 대개 크고작은 이런 형식의 '정원'이 있습니다.  본래 정원이었던 곳인데, 미술관장인 발렌티노가 '벽화'를 설치한다고 했을때 건물 설계자는 자신의 전체적인 건물 구상을 망쳐놓는다고 반대를 하기도 했답니다.  그렇지만 발렌티노의 벽화에 대한 의욕은 완고했고, 그는 어떠한 반대나 비난에도 그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지요. 

 

울타리 너머로 보이는 벽화의 일부, 나무의 뿌리 부분 중심에 태아가 웅크리고 있는듯한 모습이 보입니다.  이것이 4면 벽화의 동쪽면에 해당되는 부분입니다.  4면 벽화중에서 동쪽과 서쪽에는 다른 홀로 이어지는 '출입구'가 있으므로 온전한 큰 벽이 아닙니다.  남쪽과 서쪽벽은 온전한 벽입니다.  애초에 발렌티노가 리베라에게 주문한 것은 남쪽, 북쪽의 전면이었습니다.  그런데 리베라가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동쪽, 서쪽 벽 까지도 그림으로 채우고 싶어했고,  후원자였던 포드 (헨리 포드의 아들)도 이를 적극 지지하면서 4면 전체의 벽화를 만들게 된 것입니다.

 

사진은 한번 클릭하시면 새창이 열리고, 그 상태에서 확장 표시를 클릭하시면 원래의 큰 사진이 열립니다.

 

 

벽화속에 내가 있다!

 

출입구로 들어가면 눈앞에 펼쳐지는 광경입니다. 마주 보이는 벽이 동벽. 오른쪽이 남벽, 왼쪽은 북벽.  천장부분에는 천창이 있어서 자연조명 역할을 합니다.  천장에는 그림이 그려져 있지 않습니다.

 

리베라는 포드 자동차 공장을 그의 벽화의 주요 소재로 사용했습니다.  당시 (1932년) 디트로이트 지역의 주요 산업은 자동차, 의약, 화학품이라고 할 수 있는데,  포드가에서 예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서 그의 벽화 작업에도 적극적으로 재정적 지원을 해 줬고, 리베라가 그림의 소재가 될만한 산업의 실재 현장을 확인해보고 싶어 했을때 이를 지원해준이도 포드가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림 작업이 진행되는 11개월간, 이 작업에 대한 비난이나 비판의 여론이 만만치 않았는데,  종교적 신성모독과 관련된 비난도 있었고, 사회주의 사상이 엿보이는 것에 대한 비판도 있었고, 또한  디트로이트 미술관의 벽화를 왜 '포드' 공장으로 채우는가에 대한 불평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에대한 미술관장 발렌티노의 변론이 적절했던 것 같습니다, 아무도 관심도 없었고, 도와주지도 않았지 않은가. 오직 포드만 이 작업에 관심을 갖고 도와준것이 아닌가? 공장의 문을 열어 보여준것도 포드뿐이지 않았는가?  포드공장이 '주인공'으로 그려진 것에 대한 비난은 이런 논리로 잠재울수 있었다고 하는데,  단순히 짐작컨대 (1) 포드사의 재력이 다른 불만을 무마시키고도 남을 정도로 대단했을 것 같고 (2) 포드 자동차관련 회사에 재직하는 디트로이트 시의 시민의 인구가 압도적이라서 별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 같기도 하고 그랬을 것 같습니다.

 

리베라는 밑그림 작업을 한달가까이 했는데, 전문 사진사와 다니며 포드 자동차를 비롯한 디트로이트 지역의 다른 공장들의 작업 광경을 세밀하게 사진에 담았다고 합니다.  사진도 세밀하게 찍고, 그의 예술가적인 날카로운 관찰력으로 공장의 분위기도 관찰하고, 거기에 그의 맑시즘까지 가세하여 노동자들이 힘차게 일하는 광경을 생생하게 전하는데 총력을 기울였을 것입니다.  자동차 생산의 전 공정이 남쪽, 북쪽 벽화에 상세하게 실려있는데, 이 공정은 현장 실무자, 그리고 전문가들의 안목으로 봐도 정확하고, 사실과 일치한다고 합니다.  리베라는 대충 상상해서 아무렇게나 그린것이 아니라, 사실에 입각해서, 한치의 틈도 보이지 않고 성실하게 현장을 벽에 옮겨 담았다고 하는 것이지요.   리베라가 이 벽화 제작을 할 당시는 미국은 '대 공황'의 초기였습니다.  그런데 그 공황상태에서도 포드자동차 관련 공장에서 일하는 연인원이 십만명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리베라는 그의 그림속에 경제대공황으로 고통받는 민중의 모습보다는,  공장에서 활기차게 일하는 노동자들을 담는 것에 주력을 했지요. 그리고 단지 산업뿐 아니라 인류의 역사, 농경에서 산업화로 이어지고 과학사회로 나아가는 인류의 역사를 모두 이 벽화에 담아내려 했습니다.  미켈란젤로가 시스틴 성당에 천지창조의 대 서사시를 담아냈다면, 리베라는 디트로이트 벽화에 인류 문명의 발전사를 담아 내려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벽화가 일반인들에게 공개되었을때 디트로이트의 시민들은 벽화속의 주인공들이 자기 자신들이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공장노동자들이 주인공인, 민중인 주인공인 프레스코화가 탄생한 것이지요.

 

 

 

동쪽벽화

 

동쪽 벽화의 상단에는 오른쪽에 과일을 안고 있는 여인, 왼쪽에 곡물을 감고 앉아있는 여인의 모습이 그려져 있습니다.  여인들의 아랫쪽에는 미시간주에서 생산과는 과일과 채소들이 그려져 있습니다. 호박, 옥수수, 포도, 토마토, 배추, 가지, 버섯, 감자등이 소담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두 여인들의 모습을 들여다보면 왼쪽의 여인은 유럽계의 금발여인이고, 왼쪽은 남미계의 검은 머리 여인입니다. 몸집은 둥글둥글하니, 리베라가 즐겨그리는 풍만한 형태인데 풍요를 상징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중앙의 '태아' 가 그려진 그림을 살펴보면 태아를 중심으로 나무 뿌리들이 펼쳐져 있는데 그 뿌리들은 여러겹의 지층들 위에 존재합니다. 화석이 보이기도 하고요. 오래된 지구의 세월을 느끼게 해줍니다. 인간의 생명이 이렇게 지구와 자연속에 잉태되고 보호받고 성장한다는 자연친화적인 리베라의 생명관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이 태아 혹은 영아의 그림은 디에고와 그의 아내 프리다 칼로의 개인사 때문에 더욱 유명해집니다.  이들 부부가 디트로이트에 11개월간 머물며 벽화 제작을 하던 당시,  멕시코 출신의 칼로는 원래 건강도 안좋은 상태에서 추운 지방에 있자니 아주 괴로웠을겁니다.  이곳에서 칼로는 유산을 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불구의 몸이었는데 어렵게 아이를 갖게 되었다가 유산이 되니 그 심정이 무척 괴로웠을겁니다.  디에고 리베라는 그들이 잃어버린 아이를 이 동벽에 그려서 영원히 기억하려고 했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디트로이트에서 잃어버린 아이이니까, 디트로이트에 영원히 남기고 싶었을것 같습니다.

 

 

 

 

 

 

 

 

 

 

서쪽벽화

 

돌아서서, 좀전에 지나쳐온 입구쪽 벽을 보면 서쪽벽이 보입니다.  서쪽을 향해서 섰을때 왼쪽이 남쪽, 오른쪽이 북쪽 벽입니다.

 

서쪽 벽화에는 여덟장의 그림에 항공, 항만, 에너지 관련 산업이 묘사되어 있습니다. 리베라는 이 산업들의 '평화적'인 면과 '파괴적'인 면을 대비시키려 했습니다.

 

 

 

 

 

 

 

 

북쪽벽화

 

서쪽을 향한 상태에서 왼편 벽이 북쪽입니다. 북쪽 벽화 입니다. 남쪽벽화와 북쪽 벽화 상단에는 각각 두명의 거대한 인물과 거대한 손들이 그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아랫쪽 큰 벽화에는 공장의 풍경이 담겨 있습니다.  이 손들은 각기 '광석'을 쥐고 있으며 이 광물들이 나오는 '지층'에 대한 묘사가 바로 아래의 판에 그려져 있습니다.

 

 

 

이 북쪽벽화 오른편 구석쪽에 기묘한 그림이 있습니다. 얼핏 보기에 기독교의 예수 탄생 장면 같은데, 이 꼬마가 의학 연구실에서 주사를 맞고 있는듯한 광경입니다. 바로 아래에는 체내의 인간 태아의 생장 환경이 그려져 있습니다. 과학 혹은 생명과학이 인간의 생명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을 묘사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바로 이 그림 때문에 당시 기독교계의 반발이 심했다고 전해집니다. 신성모독이라는 것이겠지요.  어떤 사안에 대하여 '신성모독'을 외치는 집단은 어디에나, 어떤 시기에나 있어왔습니다.  이들의 반발에 굴하지 않은 디트로이트 미술관측에 경의를 표합니다.

 

 

 

북쪽벽화의 왼쪽구석은 독가스 폭탄을 만들어내는 공장의 광경입니다.  과학기술이 생명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발전을 하기도 하지만 동일한 지식이 생명 살상의 방향으로 나아갈수도 있음을 고발하거나 경계하는 그림이라 할 수 있습니다.

 

 

북쪽 벽화 중앙의 가장 큰 그림은 1932년 포드사의 자동차 공장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제작 공정은 그림의 왼편에서 시작하여 차례차례 다음단계에 대한 묘사고 진행되고, 맨 오른쪽에는 노동자들이 점심 식사를 하는 장면으로 이어집니다.  저야 '기계'쪽에 문외한이고 '공장'에서 일을 해본 경험이 없어서 모르지만, 자동차 공장에 대하여 잘 아는 사람이라면 이 그림 앞에서 리베라의 정확성에 감탄을 한다고 전해집니다.  그만큼 그는 공장의 전 공정을 세밀히 관찰했고,  사진 촬영도 세심하게 했고, 사실에 입각하여 그림을 진행했다고 합니다.  (자동차 제작 관련 전문가가 이 그림을 본다면 저와는 다른 시각으로 관찰할것이고, 아마도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들려줄지도 모르겠습니다.)

 

북쪽벽화에는 리베라 자신이 '까메오'로 출연을 하기도 했고요.  얼굴이 드러난 사람들중에 그의 조수라던가 실제 공장 노동자등 당시 리베라의 작업을 돕던 사람들이 그려져 있다고 합니다.

 

 

남쪽벽화

 

 

북쪽과 마찬가지로, 남쪽 벽화의 상단에도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를 연상케하는 두명의 거대한 사람이 그려져 있고, 이들의 중앙에 역시 거대한 손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주먹을 꽉 쥐고 있거나, 무엇을 잡을듯 벌리과 있거나 혹은 광물을 쥐고 있는 손들입니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2001 Space Odyssey 라는 1968년 영화 (http://www.imdb.com/title/tt0062622/)를 보면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라는 제목의 음악과 함께 그 왜 침팬지 같이 생긴 원시 인류가 뼈다귀를 갖고 놀다가 문득, '문득' 이를 '도구'로 사용하는, 어마어마한 인류의 도약 장면이 나오쟎아요.  아 그 생각만 하면 지금도 북소리처럼 가슴이 쿵쿵 뛰는데요...이 손들을 보니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그 장면이 떠오르더라구요.  (아 생각난김에 그 영화나 빌려다 볼까....또다시 산만해지는....)  물론 '인간은 도구를 사용하는 동물이다'라거나 '도구'사용이 인류 문명의 시초라고 보는 시각은 이미 있어왔지만,  리베라의 벽화에서 그 '손'에 대한 해석은 시각적인 '절정'에 달했다고 봅니다.  이만큼 사람의 '손'을 위대하게 표현한 작가가 또 있었을까요? (과문한 탓인지 저로서는 다른 작품이나 작가를 떠올리기 어렵습니다.)

 

 

 

 

 

 

남쪽 벽화 상단 왼쪽 구석에는 '제약'관련 그림이 있습니다.  실제로 디트로이트 시에 있는 어느 제약회사의 공정이 묘사된 것이라고 합니다.  오른쪽 구석에는 화학제품 공장이 그려져있습니다. 독성이 강한 화학물질 때문인지 보호복을 입고 얼굴을 모두 가리고 일은 하는 노동자도 보입니다.

 

 

 

1933년 3월 21일 남쪽 벽화가 완성되어 공개되었을때, 이 그림에 묘사된 자동차 공장의 노동자들은 벽화에 그려진 자신들을 발견하고 놀라워 했습니다. 누구도 이 미술관의 벽화속에서 공장노동자들이 '주인공'이 될거라고는 상상을 하지도 못했을 것입니다.  공장노동자로 살아가는 지역 주민들은 환호했고,  종교나 사상적으로 이 벽화들을 문제시 한 집단은 심한 반박에 나섰습니다. 1933년 3월 26일에는 일만 (10,000)명의 시민들이 이 벽화를 보기위해 몰려들었다는 기록이 남아있습니다.

 

 

 

그런데, 이 벽화가 제작되고 있던 당시의 디트로이트의 분위기는 암담하게 흐르고 있었습니다. 1933년 1월부터 3월 사이에 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자동차 산업이 정지 상태였고, 2월에는 디트로이트의 금융계가 몰락했습니다. 미 전역이 대공황으로 접어드는 것과 맞물린 현상이었습니다.  이런 암담함 속에서 노동자를 중심에 세운 이 벽화는 당시의 노동자들에게는 작은 위안 혹은 희망이 되었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남쪽 벽화의 공장 노동자들 뒷편에 구경하는 무리들이 보입니다. 노동자복이 아닌 신사복을 입은 남자들,  정장 차림을 한 여성들이 보입니다.  그중에 두 여성은 가슴에 큼지막한 십자가 목걸이가 매달려있고, 손으로 네모난 물체를 안고 있지요.  손지갑이거나 성경책이거나...  이 귀부인들에 대한 리베라의 시각은 썩 유쾌해보이지 않습니다. 이 공장의 분위기와 안 어울리지요.  저는 이들을 '노동과 동떨어진 존재들'로 파악하는 편입니다. 

 

 

 

 

 

1933년 3월, 디트로이트 벽화를 완성한 리베라는 뉴욕의 록펠러 센터 벽화를 위해 디트로이트시를 떠나는데, 리베라가 록펠러 센터에 그린 벽화는 세상 빛을 보지도 못한채 완성직후 폐기되는 운명을 맞게 됩니다.  리베라가 자신의 사상적 색채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완강히 버텼고 (벽화에 그린 레닌을 절대 지울수 없다고 우겼고), 록펠러가문으로서는 뉴욕 한복판에 소련 지도자의 초상이 그려진 벽화를 모셔둘수는 없는 입장이었으니까요.  (그 십수년후에 몰아친 매카시즘이라는 빨갱이잡기 놀이의 폭풍을 회상해본다면 록펠러가는 현명했던 것이지요. 하하하.)  Bill Bryson 이 그의 성장기 이야기를 담은 책 The Life and Times of the Thunderbolt Kid (http://americanart.textcube.com/166 )에도 매카시즘의 광풍이 몰아치던 당시, 뭐든 금기시되는것, 안좋은것, 이상한것은 '빨갱이'라는 말로 대치될 정도로, 엉뚱하게 사람 때려 잡을때 쓰던 말이 '빨갱이(communist)'라는 내용이 아주 코믹하게 나옵니다.  이를 미연에 방지한 록펠러가문이 역시 앞을 내다보는 눈이 있었다고 봐야지요.  (그래서 결국 우리는 어마어마한 리베라의 벽화를 볼 기회를 영원히 잃고 말았지만요.)   그런데 이 벽화보다 록펠러 센터의 벽화가 더 규모가 큰것이었다고 하는데, 얼마나 굉장한 그림이 그려졌을지,  무엇을 형상화 했을지, 그 묘사는 얼마나 사실적이고 치밀했을지 도대체 상상이 안가는데요.  아쉽군요. 파괴하기전에 상세한 화집이라도 ....남겨두시지... (웹이나 책을 뒤지면 부분적인 밑그림들이 나오긴 합니다.)

 

그리하여. 이 디트로이트 리베라 벽화가 미국에서 우리가 볼수 있는 유일한 리베라의 벽화라고 합니다.  디트로이트를 지나치면서 한나절 시간이 되신다면 이곳을 구경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RedFox  November 2009  (2009년 10월 31일에 방문하고, 11월 21일에 글 정리를 마치다.)

 

 

 

참고문헌:

 

 

 1. Diego Rivera: The Detroit Industry Murals, The Detroit Institute of Arts, 2006. Scala Publishers Ltd.

 2. Framing America: A social history of American Art (2nd ed.), Frances K. Pohl, Thames & Hudson

 

 

관련 페이지:

 

 1. http://americanart.textcube.com/94  Detroit Institute of Art 방문기

 2. http://americanart.textcube.com/149 Diego Rivera

 

 

 

 

 

 

 

 

2009년 11월 20일 금요일

[Film] 열혈남아 (2006)

 

 

겨울비는 죽죽 내리고, 소주 반병 때리고 영화 검색하다가 '보이길래' (저 불법 다운로드 안해요 살려주세요) 봤는데, '열혈남아'가 아주 비싼 소주맛을 버려버리는군요. 이 영화에 '백만송이 장미'를 넣은 사람 누군지 -- 내 참.."썩을놈" 되겠습니다. (호남 사투리는 정서상, 때로는 반어적으로 애정을 표시하기에 적합하지요.)

 

열혈남아도 백만송이 장미도 '초면'인데...나 역시 낯선 별에서 온 사람처럼  이 오래된 영화가, 이 오래된 노래가 신기하고 낯선데. 그 참 영화 좋다... 그 참...노래도 좋다...그 참 설경구 괜챦은 배우인데, 그 참 벌교라는 지역이 조정래의 태백산맥 '소설'에서보다 이 영화에서 더 근사하게 그려진것 같군요. 

 

(근데 요즘 통 미술 얘기를 못쓰네...한숨...)

 

 

 

2009년 11월 19일 목요일

[Book] The Economic Naturalist by Robert Frank

The Economic Naturalist: In Search of Explanations for Everyday Enigmas

 

The Economic Naturalist: In search of explanations for everyday enigmas

Robert H. Frank

 

 

경제학자가 경제학의 기본 원리들을 진화론적인 입장에서 알기 쉽게 설명해주면서, 실생활 전반에 나타나는 현상들을 해석해나가고 있다.  나는 이를 '화장실책'으로 분류하는데, 왜냐하면 여러가지 '현상들'이 설명되어지는지라 처음부터 끝까지 주욱 읽어나가지 않고 책 아무데나 펼쳐서 봐도 재미있게 읽을수 있기 때문이다.  (화장실책의 정의: 잠시 앉아서 아무데나 펼쳐도 재미있게 읽을수 있는 책).

 

'기회비용 (Opportunity Cost Principle)'에 대한 문제를  경제학자들만 보이는 학회에서 장난삼아 내 보아도 제대로 정답을 맞추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농담'을 던지며 경제학의 기본 원리들을 '어떻게' 정확히 가르치고 배울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하는 저자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솜씨가 정겹다.  경제학을 '수식'이 아닌 '이야기 (narrative, story telling)로 풀어보려는 경제학자의 고민도 보인다.

 

왜 숫놈이 암놈보다 덩치가 큰가?

 

동물의 세계에서 숫놈이 암놈보다 몸집이 크고, 매우 장식적이고 화려해보이는 경우가 많다. 숫사자의 쓸모없지만 화려한 갈기털,  숫공작의 쓸모없이 화려한 꽁지털, 장끼의 쓸모없이 길다란 꽁지털등.  이 경제학자는 이러한 현상을 다윈의 '진화론'적인 관점에서 풀이한다 (보편적인 풀이 방법이다).  숫놈이 암놈한테 매력적으로 보이기위해서 경쟁하며 진화한 결과라는 것이지.

 

그런데, 여기까지는 나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동물의 세계에서, 숫놈이 암놈 여러마리를 거느리는 집단에서는 숫놈이 힘이 세거나 화려하지만,  숫놈과 암놈이 서로 한마리씩 짝짓기를 하는 집단에서는 암수의 몸의 크기에 차이가 나지 않고 몸매도 별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한다. 1대1로 짝짓기를 하는 집단에서는 암수가 별 차이가 안나고,  숫놈1 대 암놈 다수의 집단에서는 숫놈이 크고 세고 화려하고.

 

내가 왜 이 부분에 밑줄긋고 주목하는가 하면

 

근래에 한국사회의 일각에서 '남자는 여자보다는 키가 커야한다'는 이상한 발언이 문제가 되어 '루저(loser)' 소리가 많이 들려오고, 이래저래 말 한 사람이나 그 말 들은 사람들이나 마음이 상하는 일이 발생했다.  '남자가 최소한 여자보다는 커야 한다'는 생각이나 정서는 위의 동물의 세계에서 어느쪽에 가까운가?  숫놈 하나에 암놈 여럿.   나보다 키크고 화려한 남자를 원하는 여자는, 그 남자를 다른 여러명의 여자와 공유할 마음의 준비는 되어 있는가? (나는 심술사납게도 이런 질문을 던지고 싶어진다.)  남녀가 서로 존중하는 공존 혹은 동등을 꿈꾸는 사회의 구성원이라면   '새'보다는 그래도 좀더 지능적이어야 하는것 아닌가...  (아래 사진은 알바트로스 라는 새인데, 이들은 1대1의 결혼형태를 취하고 있으며, 암수가 외모에 있어 별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고 알려져있다.)

 

난, 어찌보면 '꼴페미'인지도 모르는데,  난, '여자니까 이래야 한다'는 말도 듣기 싫지만, '남자니까 이래야 한다'는 말 역시 듣기 싫고, 그런소리를 하는 사람들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는 편이다. 

 

 

http://www.wildland.com/trips/details/Images/anf_albatross_b.jpg

 

 

우리가 우스개삼아서 하는 몇가지 말이 있다:

 1. 이쁜 여자와 데이트 하는 잘생긴 남자는 내가 유혹할수 있어도 못생긴 여자의 애인노릇하는 잘생긴 남자는 절대 유혹할수 없다 :  해석 --> 모름지기 여자한테는 '아름다움'이 생명인데, 아름답지도 않으면서 잘생긴 남자의 애인이 된 그 여자는 아름다움을 훨씬 뛰어넘는 초인적인 매력을 겸비하고 있으므로 감히 아무나 넘볼수 없다는 말씀.

 

 

 2. 키작고 못생긴 남자가 늘씬하고 훤한 미녀와 데이트를 하면 모두 그 남자를 돌아보며 '저놈 얼마나 대단한 놈이길래...' 하고 놀라워한다. (사실, 남자가 키작고 왜소하고 그래도 그 사람이 무슨 '~사' 타이틀을 일단 달면 쭉빵절세 미녀들이 줄을 서는 것이 현실이다. )

 

 

위의 두 케이스도 각기 '진화론적' 설명이 가능하다. 결국 생존경쟁에 유리한 파트너를 우리는 선택할것인데 누가 '강자'인가 들여다보면 그게 또 그렇게 간단치가 않다는 것이지. 프랑스 대통령이 키가 작다고 놀림감이 되지만, 그는 그보다 키크고 늘씬한 절세 미녀와 잘 살고 있다. 키크고 힘센거야 원시 수렵시대의 신화이지, 별로 힘쓸 일 없는 현대에 그것이 큰 문제가 될 것이 없지 않은가? 우리가 크로마뇽인도 아니고...  크로마뇽 시대로 돌아가고 싶으면, 힘센놈 근처에 붙어 살면서 집단적 암놈으로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전제도 수긍을 해야 할 것이다. 의식은 원시 혈거시대의 의식인채 삶은 일대일 평등을 원한다면 그거야말로 안드로메다적 판타지 아닌가?

 

 

아니, 원래 이책이 '암놈 숫놈'에 관한 책이 아니고, 화장실에 관한 책은 더욱 아닌데, 문득 이 책에 소개된 알바트로스 새에 관한  이야기가 생각이 나서, 생각난김에...

 

 

 

 

 

 

 

 

2009년 11월 17일 화요일

[Music] Cavatina

 

아아, 수업시작 5분전.  오늘 하루도 ... 전쟁을 잘 ...  

 

난, 극한 상황속에서 남자들의 우정을 그린 영화가...좋더라...

 

Robert DeNiro 의 카리스마, 설명을 따로 한다는 것이 구차스럽다. (난 아무래도 이런 성격파 배우가 좋더라.)

Christopher Walken 이 사람...연기가 뭔지 보여주는 사람이다. 딱 dry and cool. 과장되지 않고 늘 차분하다. 

John Cazale  영화 대부에서 마이클 콜리오네의 '불쌍한 작은형'으로 나온, 불쌍한 최후를 맞이하는.

 

인생 별거있나, 굴러가는거지.  아아 꿀같은 휴식.

달 + 물

2009년 11월 16일 월요일

[Book] The life and times of the thunderbolt kid

The Life and Times of the Thunderbolt Kid: A Memoir

 

The life and times of the thunderbolt kid, a memoir by Bill Bryson

 

 

빌 브라이슨의 책들은 내가 한국을 떠나기전, 십여년전에 서울 시내 교보문고에 가도 늘 외국서적코너의 베스트셀러 자리에 놓여있었다.  하지만 정작 그의 책들을 집어서 읽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크리스마스 즈음에서부터였을 것이다.  대학원 공부하는 동안 나는 전공공부에 치여 살아서 '달콤하고' '맛있는' 교양서적 종류를 거의 보지 못했었다.  학위 마치고 좋은 몇가지중에 한가지는 전공하고 상관없는 '즐거운 책'을 읽을 여유가 생겼다는 것이다. (물론 정통 학문의 길로 가려고 작정하면 역시 공부만 하고  연구논문이나 쓰고 앉아있어야 하므로 교양서 읽을 시간은 없지만, 나는 지금 날라리 모우드로 놀고 있는 편이다.).  나는 내인생에 대해서 생각해봤는데, 머리 터지게 학문의 장에서 경쟁하기보다는 내 삶을 유유자적, 내 멋대로 사는 쪽으로 방향을 잡기로 했다.  내가 이바닥에서 유명한 학자가 된다면 좋겠지만, 그것에 목숨을 걸 생각이 없다는 말이다. (왜 그래야만 하는가?)

 

 

골치가 아픈채로 서점에 갔다가 이 책이 보여서 그냥 '좀 재미가 있으려나?' 하고 집어 들었다가 결국 사고야 말았다. 빌 브라이슨은 참 글을 잘 쓴다. 참 능청스럽게도 잘 쓴다. 그의 글을 읽으면 옆집 마음 좋은 오빠가 빙글빙글 웃으면서 나한테 이야기를 해준다는 느낌이 든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이다. 유쾌하게.   빌 브라이슨의 많은 책들이 한국에 번역되어 나가는 것 같다.  나도 뭐 이런 식의 책을 한권 내보고 싶기도 하고.  뭐 살다보면 무슨 일이든지 일어날 것이지...

 

전에 '안정효'씨의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 라는 책이 있었는데 아마도 자전적 소설이었을것이다.  왜 문득 헐키가 생각이 난 것인지. 오늘은 창밖에 비도 오고, 전기담요 뒤집어쓰고 이 책이나  키득거리면서 보다가 잠이 오면 잠을 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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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을 가진 여성들이라면 대개 비슷한 심정이겠는데, 내게는 도저히 빠져나가기 힘든 '죄의식'이 몇가지 있다.  죄많은 인생이라 두루두루 죄가 많지만, 그 많은 죄중에 열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것이, '나는 엄마 노릇을 제대로 못해내고 있다'는 죄책감이다.  나는 내 공부에 빠져서 애들 공부 뒷바라지를 잘 못했고, 나는 내 일이 재미있어서 애들의 뒷바라지를 충실히 못했고...나는 나쁜 엄마이고...나는 형편없는 주부이고, 우리집이 잡지에 나오는 집들처럼 말끔하고 세련되지 못한 이유는 내가 게으른 주부라서 그러하고, 나는 남편 뒷바라지도 제대로 못해주고...

 

빌 브라이슨이 이 '일하는 여성'들의 속수무책인 죄책감을 일거에 해소시켜준다.  빌 브라이슨의 엄마는 신문기자였다. 아빠와 엄마가 아이오와주 드모인의 'Register'라는 신문사에서 기자로 일했다. 엄마는 항상 분주하고 정신이 없었다. 엄마는 '가정'페이지 편집자였다. 엄마가 주로 쓰는 기사는 실내 인테리어라던가 요리라던가 뭐 주부들을 대상으로 한 것들이었다. 엄마가 쓰는 기사속의 사람들은 늘 깨끗한 옷을 입고, 깨끗한 부엌에서 천국의 요리들을 만들어냈다.  엄마는...그의 엄마는...매일 음식을 태워서 그는 세상의 모든 음식이 탄 음식이라고 상상하며 컸다. 집안은 늘 어지러져 있었다.  엄마는 때로 빌이 쓰던 '오줌병'을 헹궈서 반찬을 담는데 쓰기도 했다.  엄마는 '헹궜기 때문에' 깨끗하다고 대꾸하곤 했다.  아빠는 엄마가 아무리 음식을 태워도 상관이 없어보였다. 아빠는 엄마의 탄 음식을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처럼 먹어댔다.

 

그 엄마의 큰 아들은 뉴욕으로 가서 신문기자가 되었고, 그 엄마의 작은 아들인 빌 브라이슨 역시 언론인으로 글쟁이로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빌 브라이슨은 그 '엉터리 엄마'를 세상에서 가장 그리운 엄마로 기술하고 있다.

 

어쩌면 나역시 '형편없는 엄마'가 아닐지도 모른다... 하하하.

 

 

 

 

 

 

A Walk in the Woods: Rediscovering America on the Appalachian Trail (Official Guides to the Appalachian Trail)

 

빌 브라이슨이 애팔라치아 산맥을 종주할때 동행이 되었던 고향친구 Katz 가 이 책의 독자들에게 '포복절도'할 에피소드들을 제공하는데,  Thunderbolt Kid 책에 Katz 의 소년시절, 마약이나 아편에 탐닉하던 이야기들이 역시 코믹하게 그려져 있다.  카츠는  훌륭한 여인과 결혼하여 마약을 끊고 살고 있다고 한다.

 

그외에 내가 읽은 브라이슨의 책들:

 

The Mother Tongue

 

 

Made in America

 

 

 

 

 

 

나중에 시간나면 읽어보고 싶은 책

 

A Short History of Nearly Everything

 

 

글을 참 재미있게, 잘 쓴단 말이지...

 

여우모자와 목도리

 

 

집에 예전에 조각이불을 뜨던 털실이 한바구니 남아있다. 올 겨울에는 빨간 털실로 여우 모자와 여우 목도리를 짜서, 소풍다닐때 쓰고 다녀야지.  이것이 내가 만든 디자인이다. 언제 짤지는 하늘도 알수 없는 일.  머리에 두개의 뿔을 내서 여우 귀를 만들고, 눈도 짜서 붙이고, 그리고 귀마개부분까지 짜서 붙이고.  목도리의 특징은 끝부분을 여우 발 모양으로 짠다는 것.

 

음.  (일하기 싫을땐 이런 상상을 하면 즐거워진다.)  언제 시작할지는 알수 없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