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1월 8일 월요일

빨래 건조대

여태 바깥 베란다에 세워놨던 빨래 건조대를 거실로 들여놨다.

이거 아마 내년 3월까지 거실에 뻗치고 서 있을 것이다.

실내 공기가 건조한것 같아서, 이제 들여놓고 빨래를 말려야.

 

밤에 자기전에 수건 두어장하고, 속옷, 양말 이런거 빨아 널고 자면 가습기 역할 하고 좋을것이다.

 

이 빨래 건조대는 20년 묵은 것이다. 우리 지팔이 아기때 기저귀 건조대로 산거니까.

사실 세우는 장치가 너무 낡아서 망가져가지고, 내가 철사로 칭칭 묶어서 세워놓았는데

철사로 묶어 놓았기때문에 접을수가 없지만 (접이식인데)

세워놓고 사용하는데는 아무 문제 없다.

 

(그러고보니, 이 아파트에 이사한후, 빨래를 바깥 햇볕 좋은곳에서 말렸고

이제는 거실에 들여놓고 빨래를 말리는고로, 여태 건조기는 한번도 안썼다.

앞으로도 쓸일이 없을것이다. 전기 절약도 되고...)

 

 

 

 

 

아주 사소한 것이 아주 소중하기도 하지

 

 

어제 내가 달인 대추차를 오늘 뜨겁게 덥혀서 보온컵에 담아왔다. 이 보온컵은 한국의 무슨 증권회사에서  고객들에게 살포한 것인데 (컵에 증권회사. 지점, 전화번호가 아주 진하게 찍혀있다), 한국집에서 세월 보내다가 전에 한국 짐 올때 묻어온것이다. 지난 몇년간 사계절 잘 쓰고 있다.  미국의 텀블러는 보온성도 없고, 밀폐성도 없고, 그냥 승용차에서 조금 안전하게 음료를 보관하는 기능만 한다.  이것은 보온성 확실하고 -- 당연히 밀폐성도 높은 보온 컵이다 (사이즈는 미국식 텀블러만하다).

 

특히 장거리 자동차 여행할때, 이 보온컵에 아이스티나 뜨거운 생강차 이런거 담아가면 온종일 놀다가 밤에 열어서 먹어도 그 냉기나 온기가 그대로 유지된것을 확인할수 있다.  대단하신 보온병이다. (중국산이지만 잘 만들었다).

 

그런데, 보온병 얘기하려는게 아니라,

보온병을 감싸고 있는 저 자주색 '코지(cozy)'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는거다.

사실 이것은 내가 작년에 크리스마스 세일기간 지나고, 조지타운 반즈앤노블에서 덤핑세일할때 샀던 텀블러컵을 감싸고 있던 것이었다.  난 이 털스웨터같은 컵감싸개가 맘에 들어서 그걸 꽤 싸게 장만했다.  그리고는 어디 갈때나 그걸 차에 싣고, 들고 다녔다. 손으로 잡으면 포근하고, 예쁘고.

 

그런데, P선생은 이걸 굉장히 싫어했다.  귀챦다는거다.  왜 그가 귀챦아했냐하면, P선생이 설겆이를 자주 했는데, 내가 이거 부엌에 내 놓으면 컵에서 감싸개 벗긴후에 컵을 닦고, 그리고나서 다시 컵에 옷을 입혀주는 과정이 아주 번거로웠던거다.  그러니까 그 쓸데없는것을, 귀챦은 것을 왜 꼭 그렇게 감싸고 다니냐는거다.  그래가지고 P선생은 "이놈의것 치워버려!" 이러고 투덜투덜거리곤 했다. 

 

추운 겨울에 내가 아침 일찍 출근할때면, 고구마를 렌지에 굽고, 보온컵에 뜨거운 생강차를 담아서 내 점심으로 싸주곤 했는데, 내가 '고맙다'는 인사도 안하고, "내 컵! 컵데기 어디갔어? 내 컵 껍데기 어디다 갖다 버렸어? 빨리 찾아내!" 이러고 신경질을 부렸기 때문에, 그는 이걸 더 증오했다. ㅎㅎㅎ.

 

나의 이 '껍데기'에 대한 사랑이 정도를 넘어서면서, 컵을 바꿀때도 이 자주색 껍데기를 고수를 했던 것이니....  나는 가끔가다가 우리집에 쌓여있는 털실을 꺼내어 이렇게 예쁜 껍데기를 몇개 더 짤까 생각만하다가 그만둔다.  될수있는대로 일을 벌이지 않고, 있는거 갖고 마르고 닳도록 쓴다는 방침을 세웠기 때문에...

 

오늘같이 쌀쌀한 아침에, 이걸 들으면 얼마나 따뜻한데.

 

 

 

 

새 은행카드

 

 

아침 출근길에, 은행에 들러서 카드 새로 발급 받아왔다. 놀랍게도 '핑크색' 카드였다!  그래가지고, 그 카드를 주는 은행원 앞에서 -- 좋아서 입이 찢어졌다. ;)    아마.... 카드 이쁜거 받았다고 고객이 좋아 죽으면, 그 은행원도 아침부터 기분이 좋아지지 않을까?  (잃어버리길 잘했어!  전에 그 카드 생긴거부터 맘에 안들었다니깐!  ...아니 그러면 안되지. 그래도 몇년간 내 삶의 벗이 되어왔던 고마운 카드인데.... 미안미안. 너를 잃어버려서 미안해. 넌 아마 리버벤드 파크 어느 낙엽속에 있겠지. 거기서 매일 파란 하늘을 보라구....)

 

 

 

2010년 11월 7일 일요일

겨울, 나의 '껍데기'

 

겨울이다.

춥다.

결국 올해도 겨울은 오고야 만 것이다.

 

내가 빈둥빈둥 노는것 같지만, 사실 하루하루 괴롭다. 일이 밀려서 그렇다. 당장 겨울학기 언라인코스 두가지를 짜서 보드에 올려 놓아야 하는 일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불기없는 방, 책상에 붙어서 일하다보면 뜨거운 커피가 정말 '고마운' 존재가 되고, 실내에서 손이 시리고 곱아진다.

 

결국 워싱턴 생활중, 내가 가장 '장 시간' 입은 이 겨울 잠바를 꺼내 입고 일하고 있다.

이건, 우리 식구들은 다 아는 사실인데, 사실 '옷'이 아니다.

그냥 나의 부가적인 가죽이며, 껍데기이며, 겨울에만 발생하는 제 2의 피부 같은 것이다.

 

이 옷에는 어떤 마력이 있다.

일단 한번 입기 시작하면, 절대, 절대, 절대, 죽어서 관속에 들어가도, 벗을수 없다.

이 옷은 눈이 녹았다 얼었다 녹았다는 반복하고, 창밖에 개나리가 피고지고, 마침내 벚꽃이 피어날때까지 나의 '가죽' 노릇을 하면서 때에 절어 팔부리가 반질반질해 질 때까지 내 몸에 착 붙어있을 것이다.

 

내가 천하에 왕소금을 켜켜이 쌓아놓고 사는 왕짠순이라서, 난방비라면 벌벌 떤다. 차라리 추위에 벌벌 떨고 말지 난방비로 금쪽같은 내 돈을 훨훨 태울수는 없는일.  추우면 껴입으면 되는거다. 그래도 추운가? 더 껴입는거다. 그래도 추운가? 이불 뒤집어쓰는거다. 그래도 추운가? 나가서 운동하고 오는거다. 돈을 아껴야 한다.  (그돈 아껴서 뭐할려구? ----> 명품가방 살려고~  오오 할렐루야~~~ 하하하 : 너무나 추위에 떨다보면 이런 환각증세가 밀려오기도 한다. 그러나 겨울에 카페트 깔린 실내에서 얼어죽었다는 사람 못봤다.)

 

농담하니까 몸이 따뜻해진다.

다시 일이나 하자

(이럴때는 내 노트북에서 나오는 열기도 참 고맙고 사랑스럽다.)

 

아아, 나는 그래도 괜챦다. 일단 학교에 가면 난방 잘 되는 따뜻한곳에서 온종일 지내니까. :)

 

 

Tree at my window, window tree

2010년 11월 7일 일요일 정오.

내 책상에서 내다보이는 창밖의 나무

 

 

 

 

 

문득, 생각이 났는데

내년 11월에 나는 이 창가에 있지 않을 것이다.

이 아파트는 1년 계약을 했고

내년 11월에 나는 이 집에 살고 있지 않을 것이다.

 

나는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해 있거나

아니면 내년 11월에 나는 한국에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하니, 창밖에 빛나는 노란, 붉은 단풍들이 예사롭지가 않다.

나하고는 마지막으로 서로 손짓을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래, 지난 여름 내내 내 창가에서 나를 위로해줘서 고맙다

내 창가를 황금빛으로 물들여줘서 고맙다.

사진으로라도 찍어 놓고 가끔 추억하마.

 

오늘 날씨, 천국처럼 눈부시다.

 

 

북 버지니아 딱따구리 Pileated Woodpecker (동영상)

 

 

 

Riverbend Park 에서 Great Falls Park로 향하는 강변 오솔길에서 붉은 왕관을 쓰고 있는  딱따구리 (pileated woodpecker)를 발견했다.  마침 나지막한 강변 나무 줄기에 매달려서 나무를 쪼아대고 있었다.  대개 딱따구리가 숲에서 발견될때는 높다란 나무 기둥에 매달리는 식이라서 육안으로 발견을 해도 사진 촬영은 힘든데 (망원카메라나 큼직함 DSLR이라면 좋겠지만 똑딱이로는 포기를 해야 한다)  -- 오늘은 운이 좋았다.  내 똑딱이가 포착할 수 있는 거리에서 발견이 된 것이다.

 

그래서, 똑딱이로 동영상을 찍었다.  :)

 

 

 

 

 

 

 

 

딱따구리를 발견하여 촬영한 나무 밑에서, (너무나 기쁜 나머지) 무슨 탐사대 대장처럼, 셀프 기념촬영. 하 하 하.  아침에 얼음이 얼을 정도로 추웠다. 그래서, 털벙거지 쓰고 단단히 차리고 나갔는데, 해가 뜨면서 날이 따스해졌다.  그렇지만, 돌아올때도 모자를 벗지 않았다. 쌀쌀했다.  (목소리...도...나쁘지 않은거 같애... 앞으로 혼자서 다큐 찍으면서 돌아다니는 뭐냐 그 인디펜던트 다큐멘터리 프로듀서 그거 해도...될거 같어. 장비 좋은거 사가지고... :)   )

 

아. 비디오 장비 가볍고 좋은거 사가지고 제대로 트래킹 다녀봐? 

(----> 너 그러다 백수 되겠다는거냐?  학교나 잘 다녀라.....)

 

 

 

 

 

 

Riverbend Park 에서 Great Falls Park 까지 왕복

 

 

Riverbend Park 는 미국 워싱턴 디씨 인근의 국립공원인 Great Falls Park 상류에 있는, 역시 포토맥 강변의 공원이다.  Riverbend Park 에서 시작하여 강변 산길을 따라 약 2마일쯤 걸어 내려가면 Great Falls Park 버지니아쪽 공원 관리소가 나온다. 

 

(Great Falls Park 는 메릴랜드와 버지니아 양안에 걸쳐있는데, 강 건너편이 메릴랜드이다. 양쪽에서 보이는 폭포의 풍경이 약간씩 차이가 나고 개성도 다르다. 마치 나이아가라 폭포의 풍경이 캐나다쪽과 미국쪽에서 볼때 차이가 나듯.  Great Falls Park 는 메릴랜드 쪽 전망대는 입장료를 안 받는데, 버지니아 에서는 공원 입장료를 차 한대당 5달러씩인가(?) 받는다.  공원이 아름다우니 입장료 내는것이 억울하지는 않지만...돈을 안낼수 있으면 안 내는 것이 상책이지...)

 

인근의 Riverbend Park는 Great Falls Park보다 상류의 공원인데, 이곳은 입장료를 안받는다.  그러니까, Riverbend Park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강변 오솔길을 따라서 강을 따라 슬슬 걷다보면 Great Falls Park 무료 입장이 가능하다.  불법도 아니고, 그것이 허용되어 있다. Great Falls 에서 입장료 받는것 역시 '자동차 주차비' 명목일 뿐이다.

 

그런데, 입장료 문제가 아니고...Riverbend 에서 Great Falls 까지 내려가는 그 강변 숲길이 그 자체가 예술이다. 어떤 면에서 Great Falls 주변의 트레일보다 Riverbend 에서 이어지는 트레일이 훨씬 아름답기도 하다.

 

Riverbend 에서 시작되는 트레일의 특징은, 이곳이 강이면서 호수와 같다는 것이다. 풍광 아름답고, 강이 바로 지척에 이어져있고, 언제든지 강변에 서서 발을 담그거나 손을 씻어도 된다. 사람 통행로와 강이 멀리 떨어져있는것이 아니고 바로 내 발 끝에 강이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Great Falls 직전에 나지막한 '댐'이 있다. 그래서 댐 덕분에 그 상류의 물은 호수처럼 고요하다.

 

 

 

댐을 지나면 이어서 험한 바위로 이루어진 Great Falls 가 나타나는데

댐 상류가 정적의 세계라면

Great Falls 쪽은 폭포 소리로 역동적인 세계이다.

 

 

 

사진 사이즈 줄여 놓으니까 그 위용이 사라지고 마는데,

Great Falls 는 '그야말로' 위대하다.

지난주에 비가 많이 왔는데, 덕분에 물이 많아서 폭포가 더욱 위용 넘쳤다.

한참동안 전망대에서 물소리를 들었다.

바다에 간듯 기분이 좋아졌다.

 

이 미친듯 흐르는 물의 상류로 가면, 위의 사진같은 고요한 물의 세계가 있는 것이다.

자연은 참 신기하고도 신기하다.

 

 

 

 

 

 

폭포 옆, 그늘진 도랑에 비친 나무와 물위에 떠있는 낙엽들.

마치 우리나라 자개장의 무늬같았다 (검은 바탕에 알록달록 붙어있던 조개껍데기들.)

 

 

 

2010년 11월 7일 오전 리버벤드에서 그레이트폴스까지 왕복한 길에서

 

* http://americanart.textcube.com/814   강변 길에서 만난 딱따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