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0월 8일 금요일

핫 핑크 썬 글래스

 

여름 특강비가 며칠 전에야 날아와서, 눈 먼 돈 생긴 기분.

이런 날 지팔이라도 올라오면, 내가 기분 팍팍 써 줄것인데...

일거리 밀렸는데, 스트레스 받아가지고, 엉뚱하게 몰에 구경을 갔다.

확 질러버리려다가, 워낙에 소심증이라, 자린고비의 딸이라, 크게는 못지르고

핫핑크 테두리 쌈박하게 생긴 썬글래스가 보이길래 하나 샀다.

똑같은 스타일로 빨강색 테두리도 사고 싶었지만, 매장에 없어서 포기했다.

내일 찬홍이 SAT 시험 마치면, 데리고 나가서 영화도 보고, 맛있는것도 사먹고 그래야지.

 

 

 

2010년 10월 7일 목요일

메모장 : 쓰고 지우고

 

머리가 뒤숭숭한데 일이 손에 안잡히고 집중도 안되고.

그 와중에 영어 강사가 풀타임으로 취직 되었다고, 충원할 선생님을 급히 구해야 하는 상황이다.

다음주에 메릴랜드 대학에서 학회 행사 있는데 나는 일요일에 발표한다. (아직 발표 자료 안 만들었다.)

작년에는 이 학회 참석하러 미시간 주립대까지 갔었는데, 올해는 가까운데서 하니 다행이라면 다행. (그런데 자료 언제 만들래?)

 

다음주 목요일부터 나흘간 메릴랜드 대학에 가서 살아야 하므로

그 전에 강사 충원 문제가 해결이 되어야 한다.

 

C 박사 수업에 다른 대학 강사 한사람이 특별 연사로 초청되어 왔다. 그 특별연사와 잠시 면담을 해줘야 한다. (지금 내가 골치가 아파서,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은데...내가 책임자라서...인사는 해줘야.)

 

이번주 토요일에는 찬홍이 SAT 시험이 있다.

 

강사 찾아서 업무 인계 시켜줘야 한다구...

 

아, 그러니까, 좀 정리좀 해보자. 인생 간단한거라구...

1) 강사 후보 한테 연락 취해서 미팅 잡는다.  될거다. 너무 신경쓰지 말라구.

2) 토요일에 찬홍이 시험 편안하게 볼수 있도록 먹을거 챙겨주고 집안 치워주고. 간단하네.

3) 발표 자료는 금요일에 만들면 돼. 이미 자료는 다 있쟎아. 파워포인트에 담기만 하면 되는거야.

4) 특강 연사 딱 10분만 만나준다. (너무 이런 일을 귀챦아 하면 안되는거야...)

5) 오늘은, 강사후보들에게 연락 취하고, 언라인 수업 피드백 주는 일에 몰두하라구. 오케이?

 

딴거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고, 이거나 하라구.... (응 알았어.)

 

(오늘 해치우기로 계획한 것을 다 이루었다.  게다가 신께서 나에게 뜻하지 않은 인재를 보내주셨다. 월요일에 인터뷰를 하기로 했다. 아...가뿐하게 퇴근해도 되겠다.

 

이제 집에 가서 청소하고, 세탁하고, 찬홍이 좋아하는 먹을거리나 좀 신경쓰고. 산책가고. 가뿐하게.)

 

***   ***

 

 

*  아, 이 사진 언제 찍은거지?  내 왼쪽, 어깨 뒤에 보이는 키티 인형과 베이지색 테디베어.  지금은 없다.  키티는 학생이 딸 데리고 왔길래, 나한테 인사를 하러 왔길래 그 소녀를 줬고.  테디베어는 오늘 아침에 영어강사가 데리고 온 아들, 니콜에게 줬다.  테디베어는, 내가 이 학교에서 일 시작할때부터 갖다 놨던 것인데...늘 내 곁을 지켜주다가 어린 소녀에게 갔다.  꼬마 손님들에게 인형을 주면 참 행복해한다. (집에 있는 작은 것들도 빨아서 오피스에 갖다 놨다가, 애들 오면 하나씩... 줘야지.)

 

 

2010년 10월 6일 수요일

Pom Wonderful 석류 주스

 

 

식품점 유기농 식품 진열대나 '조금 비싼' 주스 진열대에 보이는 주스.

내가 가끔 사 먹는 것은 여러가지 과일 주스중에서 '석류' 주스이다.

가끔 사 먹는다. 비싸기도 하고, 나는 백프로 과일주스라는 말 별로 신뢰하지 않는다.

 

내가 보기에 백프로 과일주스라는거, 그냥 과일을 짜서 담았다는 뜻이 아닌것 같다.

천연 과일을 그냥 짜서 담았다기보다는, 천연과일즙을 농축하여 그것을 다시 희석시켜서 백프로로 만드는것이 아닐까?  여러가지 공정상 그러할 것이다. 농축했다 희석시키는 것은, 천연즙과는 다른 것이지... (그냥 그렇게 의심한다는 말이다.)

 

버지니아 대형 H마트에 가면, 거기서는 내 눈앞에서 당근이나 사과즙을 만들어서 병에 담아서 진열한다. 운 좋으면, 오전 시간에 가면 히스패닉계 직원들이 커다란 과일즙 기계에 당근을 집어넣고, 그것이 바로 즙이 되어 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 (나도 집에 400달러 가까이 주고 산 녹즙기 있다.  한동안 줄창 쓰다가 요즘 거의 잊혀졌다. 차라리 내다 팔까보다. 귀챦아서 안쓴다.)  그렇게 현장에서 갈아서 주는 것이라면 모를까...내 눈으로 보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특히 식품), 나는 크게 신뢰하지 않는다.  아무튼, 눈앞에서 당근즙이 나오는것을 보면, 두병은 산다. 하나는 그자리에서 '산삼뿌리 마시는 기분으로' 마시고, 또하나는 냉장보관했다가 역시 빨리 마시고.  사실, H마트가 집근처에 있다면 나는 자주 들러서 이걸 그자리에서 사먹을것이다.  그게, 집에서 열심히 갈아대는것보다 더 경제적일것이다... 가격도 적당하다.

 

이제 곧 시장에 석류들이 방출 될 것이고, 나는 석류를 사다가 다람쥐처럼 먹어댈 것이고.

 

한국에서는 석류가 비싸지만, 미국에서는 (특히 이곳의 한국장에서는) 석류를 꽤 싸게 파는 편이다. 그러니 싸게 사 먹을수 있을때 먹어줘야 하는 것이지.

 

내 대학원 동기중에 터키 학생이 있었는데, 그 터키 친구 말로는, 터키에서는 석류를 그자리에서 압착기로 즙을 짜내서 준다고 한다. (레몬을 즉석에서 짜주듯이). 값도 굉장히 싸고, 석류도 흔해 빠진 과일이라서 신선한것을 실컷 먹을수 있다고.  그 얘기를 들은 후부터, 내게는 터키가 '석류의 나라'처럼 여겨졌다. 그 보석같이 아름답고 달콤 새콤한 석류를 흔전만전 먹을수 있다니!

 

영화로도 소개가 된  The Kite Runner 라는 소설이 있다. 아프간 출신의 작가가 이 소설 하나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는데, 아프가니스탄의 현대사의 한 장면을 소설속의 주인공들의 삶을 통해 우리에게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소설 속에 두 소년이 등장하는데, 이들이 석류나무아래에서 놀던 장면이 나온다. 그리고 석류 열매를 마구 집어 던지고 으깨는 장면도 나온다. 중동 지방에 정말 석류가 흔하긴 한가보다...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의 Jewish 물건 코너를 보면 석류 그림이 새겨진 기념품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내가 짐작컨대 석류 열매 알갱이들이 '다산'을 상징하는 것이 아닐까?  다산이나 풍요를 상징할 만 하다.

 

가끔, 이 주스를 사먹는다.  그로서리에 갔다가 그냥 심심해서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기분내키면 한병.  뭔가 마술적인 효능이 있어서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주길 기대하면서. (오늘 점심으로 싸와서 그냥 끄적끄적)

 

 

 

 

 

 

오늘 점심 도시락

 

오늘 점심 도시락:

 

 1. 현미, 수수, 보리, 좁쌀, 검은콩으로 지은 밥

 2. 체다 슬라이스치즈 3장

 3. 우매보시 (일본 매실 절임) 1개

 4. 오이피클 세조각

 5. 사과 한개

 6. 석류쥬스 1병

(책상 서랍속에 항상 준비되어 있는 아몬드...)

 

 

* 뜨거운 밥 위에 슬라이스 치즈를 올리면 치즈가 녹아드는데, 이때 그냥 도시락 뚜껑을 덮으면 치즈가 뚜껑에도 들러붙는다.  하지만, 피클을 몇장 올리면, 그 간격때문에 뚜껑에 아무것도 안 붙는다.

 

 

 

마치, 먹으러 학교에 오는 것 같군.  날이 쌀쌀하고 을씨년스러워서, 사실 분식점에 가서 뜨거운 라면 한그릇 사먹고 싶은데, 도시락을 싸와서 나가지도 못하고...  (찬홍이 도시락에는 계란후라이, 칠면조햄, 치즈 이런거 덮어줬다.)

 

 

한국 배추파동: NPR Morning Edition October 6

NPR Morning Edition 이라는 아침 방송에 소개된 한국의 배추와 김치 파동.

서울 현지의 시장에서 시민과 상인을 직접 인터뷰하였고, 김치찌개 식당도 취재.

미국 라디오에서 '아직 비싸서...' 뭐 이런 한국인들의 육성을 생생하기 들으니까, 반갑기도 하고.

 

링크된 곳에서 방송분 오디오 (mp3) 도 들을수 있다.

 

헤드라인 : Kimchi Crisis Leaves South Koreans in a pickle :

  여기서 in a pickle 은  '난감한 처지에 빠져있는' 이라는 뜻이다.  (김치가 피클처럼 절여서 만드는 음식이라는 점을 감안하여 in a pickle 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센스가 돋보인다.)

 

http://www.npr.org/templates/story/story.php?storyId=130371965

 

Kimchi Crisis Leaves South Koreans In A Pickle

Doualy Xaykaothao/NPR

Small cabbages were being sold three to a package for about $20 at the Well Being Market in Seoul, South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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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tober 6, 2010

It's kimchi season in South Korea, but a shortage of napa cabbage — the key ingredient in the spicy, fermented dish — has created a mini crisis in a country where kimchi is served at almost every meal.

An unusually long stretch of bad weather nearly halved the latest cabbage crop, causing prices to soar. At markets in Seoul, shoppers were up before dawn fighting to buy heads of napa cabbage that once cost about $4 but now go for as much as $14.

Heard On 'Morning Edition'

Seeking an immediate substitute, the government temporarily suspended tariffs on Chinese-imported cabbage and other produce this week, part of a plan to rush an additional 100 tons of the staple into supermarkets and stores. The Seoul city government, meanwhile, is providing the busiest markets with 300,000 heads of napa cabbage at just 70 percent of the market price — enough to feed 10,000 households.

Kimchi, made of cabbage fermented in white radish, garlic and chili paste seasoning, is low in calories and rich in vitamins. It is so ubiquitous in South Korea that it is provided as a free side dish in all local restaurants from steakhouses and Chinese restaurants to pizzerias.

At the Well Being Market in Seoul, a package of three small heads of cabbage was going for about $20. That was far too high for one elderly woman, who took a good look at the quality and then walked away.

But market attendant Kim Soo-ok says other people are buying it — and fast — because they can't live without kimchi.

People who need it, buy it, Kim said through a translator. She added that other shops were charging up to $14 for a single head of cabbage.

Koreans can't live without kimchi, said Pak Sung-hoo as he dined on a kimchi-based stew at Namsan Kimchi Jigae restaurant in Seoul. Even if the price of dishes made with kimchi goes up a few dollars, he said, he's willing to pay.

Doualy Xaykaothao/NPR

The owner of Namsan Kimchi Jigae restaurant in Seoul was forced to shut down his restaurant for a day because of a shortage of napa cabbage for his signature kimchi stew.

One man was arrested Sunday for allegedly stealing 10 heads of cabbage from a field in South Korea's northeastern Gangwon province, local police said.

"I could see why he did it," Kim Chang-wan, a Seoul businessman, said Monday of the alleged theft. "I have to get my kimchi fix with every meal or I'm not completely satiated."

Concerned market sellers and produce distributors are hoping that Koreans can ride out the kimchi crisis by eating other varieties of kimchi, like the radish or green onion kind, as a substitute for the most common and popular napa cabbage kimchi.

This year a freakish combination of cold temperatures in the spring, an extreme heat wave in the summer and torrential rains in September caused crops to fail and produced a surge in food prices that pushed the country's inflation rate to a 17-month high in September.

Napa cabbage harvests dropped 40 percent to 151,000 tons in the nine months through September, compared with 252,000 tons in the same period last year, due to "abnormal climate changes," the Ministry for Food, Agriculture, Forestry and Fisheries said.

The Agriculture Ministry said that while production will continue to drop this year, it expects prices to stabilize by November in time for "kimjang" season — the annual rite in the fall when kimchi is traditionally prepared and packed into giant pickling jars and buried in the ground to ferment during winter.

South Koreans consume an estimated 1.45 million tons of kimchi a year, said Lee Jeong-sik, an official at the Ministry of Agriculture and Forestry. About 450,000 tons of it is made at factories, and the rest at homes or by restaurants.

Though the mouth-scorching dish can be readily bought in stores, many people make it on their own at home — a laborious process that requires it to be stored and fermented during the winter months. Many homes have special kimchi refrigerators that regulate temperatures to maintain the preferred level of fermentation.

"I don't know how long I can keep ignoring my grandkids' and my husband's demands for kimchi every meal," said Kim Hyung-sook, who lives in northern Seoul. "You're not Korean if you don't eat kimchi three times a day."

NPR's Doualy Xaykaothao reported from Seoul for this story, which also contains material from The Associated Press.

2010년 10월 5일 화요일

왕눈이의 애정과 심술

Frans De Waal 의 동물행동학 책을 읽다보니, 평소에 내가 무심코 지나쳤던 왕눈이의 행동에 대해서도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게 된다.  전에는 그 의미를 몰랐는데, 지금은 그것을 보는 '눈'이 생겼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래서 사람은 죽을때까지 새로운 것을 배우고 사색하고 관찰하고 그래야 하는것이리라.

 

왕눈이의 애정

 

왕눈이가 우리 식구와 함께 지낸지도 6년이 넘었다. 2004년 3월에 입양했으니까.  6년 6개월을 함께 산 셈이다.  내가 왕눈이를 유기견 보호소에서 입양할 당시 그의 나이는 대략 3세로 추정되었다.  (버려지거나 잃어버린 개는 수의사가 대충 짐작하는 나이이다. 정보가 부족하니까.)  그러니까 왕선생은 얼추 만 열살 가까이 되는 개이다.  개가 스무살까지도 산다지만...이제는 어린 개라고 할수는 없다. 옛날에 우리 할머니를 비롯한 시골 어르신들은 집안에 개를 오래 키우는 것을 내켜하지 않으셨다. 짐승이 나이를 먹으면 '흉물/요물'이 된다고, 몇해 키우다가 '잡아 먹는것'을 자연스런 과정으로 받아들이셨다.

 

내가 볼때 우리 왕선생...완전 고참이다.  내가 부르면 냉큼 달려오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사색하여 결정하는 눈치다. 심심하면 오고, 귀챦으면 '왜 부르니?' 묻듯 멀리서 쳐다보기만 한다. 어느때는 내가 아무리 불러서 내 옷방이라던가 집안 구석 어딘가에 꼭꼭 숨어서 나오지도 않고 들은척도 안한다. 내가 찾아가보면 쓱 쳐다보고 꼬리만 흔들고 만다. 쳇.

 

왕눈이가 아무리 귀챦아도 꼭 달려오는 경우가 있다.

 

내가 방에 앉아서 왕눈아 왕눈아! 부르는데 왕눈이가 대꾸도 안하고 못들은 척 한다.

나는 왕눈이르 부르다 말고 잉잉 우는 소리를 낸다.

  "왕눈아, 왕눈아 엉엉! 왕눈아 엉엉!"

나는 짐짓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우는 시늉을 한다.

 

이러면 왕눈이가 냅다 뛰어오는데, 내가 손으로 눈을 가리고 있으니까, 내 얼굴이 안보이고, 나하고 눈을 마주칠수가 없다.  그러면 왕눈이는 와서 내 다리를 혀로 싹싹 핥는다거나 코로 문질러댄다. (자기가 왔다 이거지.)  그래도 내가 모르는척  손으로 얼굴을 가린채 소리내어 징징거리면 왕눈이는 내 주위를 돌면서 낑낑거리는 소리를 내다가 급기야는 서글프게 짖어댄다. 자기가 왔으니까 그만 울고 좀 쳐다보라 이거다.   그러다가 내가 얼굴을 가렸던 손을 치우고 왕눈이에게 웃어주면, 왕눈이도 꼬리를 흔들며 좋아라 한다.  이리뛰고 저리뛰고 그런다 (그것이 좋다는 표시이다.)

 

프란스 드 왈을 비롯한 동물 행동 학자들은 이런 행동을 단순하게 지나치지 않는다.

다른 생명체의 기분을 읽고, 그에 반응하고, 뭔가 위로하려는 동작은 진화단계에서도 매우 고급 단계에서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다.  전에는 이런 현상들이 외면되어 왔는데 (비과학적으로 보이니까), 요즘 동물과 인간의 감성적인 측면에 대한 연구도 제법 진행이 되고 있다고 한다. 동물을 통해서 인간을, 인간을 통해서 동물을 이해하려는 노력으로 평가된다.  동물에 대한 이데올로기가 어떠하건, 그들과 우리는 이 지구에서 공생하는 존재들인 것이다.

 

왕눈이의 심술

 

 

게으른 왕눈이를 불러도 단번에 달려오는 일이 별로 없다는 것을 위에 밝힌 바 있다.  내가 우는 시늉을 하면 냉큼 달려와 나를 위로하려 애쓴다는 이야기도 적었다.

 

왕눈이를 냉큼 달려오게 하는 또 다른 방법도 있다.  그것은, 내가 집안에서 왕눈이를 안 부르고 찬홍이를 부르는 것이다.  왕눈이는 자신의 이름과 찬홍이의 이름을 구별할줄 안다.

 

내가 왕눈아! 하고 부르면 왕눈이는 안온다

내가 찬홍아! 하고 부르면 왕눈이가 헐레벌떡 뛰어와 내 품에 안긴다.

 

왕눈이는 내가 '찬홍아!'하고 부를때 그 의미를 정확히 인지하고 있다.

 

내가 찬홍이를 부르면 찬홍이가 내게 온다. 그러므로 왕눈이가 찬홍이보다 먼저 달려와 내 품에 안겨야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엄마'는 왕눈이의 것이니까. '엄마'가 왕눈이가 아닌 다른 '애들'을 안아 주는 것은 있을수 없는 일이다. 용서가 안된다. 찬홍이가 엄마에게 가까이 다가가기 전에 빨리 엄마품에 가서 방어를 해야 하는 것이다.

 

내가 침대에 누워서 찬홍이를 부르면, 어느 구석에 박혀있던 왕눈이가 어느틈에 달려와 그 높은 침대에 점프하여 올라온다. 이때 찬홍이가 다가오면 왕눈이는 내 침대가 '요새'라도 된다는 듯 으르렁대면서 찬홍이가 침대에 다가오지 못하게 한다.  그 으르렁대는 꼴이 가관이라서 왕눈이를 놀려먹기 위해서 가끔 우리는 그런 놀이를 하면서 논다. 찬홍이가 침대 발치로 가면 왕눈이는 그리 뛰고, 찬홍이가 침대 머리쪽으로 오면 또다시 그리 뛰고, 이를 드러내고 으르렁댄다.  하는 짓이 하도 꼴값이라...찬홍이와 나는 심심하면 이런 장난을 하면서 왕눈이를 놀려먹는다.

 

며칠전에는 내가 거실 바닥에 누운채로 책을 보고 있었다. 거실 중앙에 베게를 갖다 놓고 한가롭게 독서.

무심코 찬홍이를 불러 커피나 좀 내려오라고 말하려는데, 내가 찬홍이 부르는 소리에 왕눈이가 먼저 뛰어온다. 방어를 해야 하므로.

 

그런데 왕눈이로서는 난감한 일이 벌어졌다. 내가 거실 중앙에 누워있는것이다. 찬홍이가 4방 8방 어느쪽에서건 엄마에게 다가올수 있는 구조인것이다. 왕눈이는 찬홍이가 엄마 곁에 오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내 주위를 뱅뱅 돌면서 방어전을 펼쳐야만 했다. 찬홍이는 왕눈이를 놀려먹으려고 이리저리 움직이고, 숨었다가 나타나기도 하고. 왕눈이는 숨을 헐떡이며 적을 물리치느라 바쁘다.

 

그렇게 한참 왕눈이를 놀려먹다가 마침내 내가 왕눈이를 안아주고 쓰다듬어 주면 그제서야 왕눈이는 안심을 한다. 그렇다고 왕눈이가 찬홍이에게 사납게 구는 것은 아니지만, 찬홍이과 내가 왕눈이를 따돌리고 둘이서만 사이좋게 있는 '꼴'을 못 본다.  왕눈이는 온가족의 사랑을 독차지해야 안심이 되는 눈치이다. 특히 엄마의 사랑을 독차지 하지 못하면 아마도 우울증에 걸려서 죽을듯한 태도이다.   왕눈이의 애정이 그토록 애절하므로, 나 역시 왕눈이를 사랑할수밖에 없다.  털투성이 심술쟁이 왕선생.

 

왕눈이를 불러서 한달음게 오게 만들려면

왕눈아! 하고 부르는대신에

'찬홍아!' 하고 부르는 것이다.

'적군'이 그를 강인하게 만든다.

 

 

 

 

 

 

 

 

2010년 10월 4일 월요일

죽음의 병상을 지키는 고양이 : The Age of Empat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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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The Age of Empathy 에 소개된 고양이 이야기:

 

미국 동부의 어느 노인 요양 병원.  이 병원에는 중증 환자들이 입원하여 그곳에서 생의 마지막을 맞이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 중환자 병동에는 애완 고양이 한마리가 살고 있다고 한다. (이따금 털가진 애완 동물 - 개나 고양이-이 소아 병동이나 일반 병동에서 환자들에게 정서적인 도움을 제공하는 경우가 있다).

 

이 고양이는 제 집의 방을 드나들듯 병동의 병실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생활하는데, 일단 이 고양이가 어느 환자의 침상을 떠나지 않고 그곳에 머물며 갸르릉거리거나 혹은 환자의 품에서 코를 문지르거나 하면, 병원의 의료진들은 환자의 가족에게 급히 연락을 취해 준다고 한다.  아무래도 환자가 운명하실것 같으니 임종 하시라고.

 

그 고양이는 죽어가는 환자 곁을 떠나지 않고 있다가 환자가 마지막 숨을 내 쉰 후에야 그 곁을 떠난다고 한다.  이 고양이가 이런식으로 임종한 환자가 20케이스가 넘어서 마침내 어느 의학학술지에 고양이의 사례가 소개가 되었다고 한다.

 

어떤 환자의 경우에는, 심야에 혹은 모두들 경황없이 바빠서 의료진조차 신경을 못쓰고 있을때, 환자 혼자서 사망할때 이 고양이가 이를 지켜본 유일한 생명체이기도 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 병원 직원들은, 고양이가 어느 환자의 곁에 들렀다가 이내 자리를 뜨면, 그 환자는 당분간 무사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고양이가 환자 곁을 떠나지 않으면 임종 준비를 하게 된다고.

 

고양이의 이러한 행동에대한 해석은 분분하지만, 딱히 과학적인 어떤 설명은 아니다. 단지 인간이 이러저러한 추측만 할 뿐. (고양이가 인간의 말로 설명하기 전에 우리가 어찌 알겠는가?)

 

단, 대체적으로 수긍할 만한 짐작으로는,  새끼를 낳아 키우는 포유류, 혹은 근본적으로 새끼를 낳는 모든 생명체에게는 오랜 진화의 역사로 인해  '돌봐주려는' 심성이 내재해 있을 거라는 것이다.

 

대학원 다닐때, 지도교수 중에 30대 후반과 40대 초반에 아이를 낳은 분이 있었다. (나하고 나이가 비슷했다) 이 교수 집에 가면 고양이가 서너마리가 있었는데, 그 고양이들과 함께 걸음마쟁이 아이와, 갓 태어난 아기가 함께 성장했다.  고양이가 혹시 장난으로라도 아기를 할퀴거나 다치게 하지 않겠는가? 물었더니, 교수 자신도 그것이 염려가 되어 주변 사람들이나 의사에게 상담을 해 봤는데 모두들 고양이 염려는 하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어느날은 고양이가 아기 요람에서 아기 머리맡에 둥글게 말고 잠을 자는데 그 모습이 마치 아기를 보호해주는 것 처럼 보였다고.  그래서 고양이와 아이들이 함께 엉켜 사는것에 아무런 불안감이 없다는 설명이었다.

 

 

(무서운 꿈에서 깨어났을때, 내 곁에 왕눈이가 있으면 얼마나 의지가 되는지...가끔 내가 왕눈이를 유기견 보호소에서 구해낸 것이 아니라, 왕눈이가 나를 돌봐주기 위해 나타난 존재라는 자각을 하게 된다.)

 

 

 

The Age of Empathy: Nature's Lessons for a Kinder Socie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