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8월 5일 목요일

집나간 [아부지]를 기다리는 왕땡이

 

 

 

 

 

 

 

 

집나간 우리 착한 아부지는 왜 안오시는가?

한 숨을 내 쉬면서 흐린  울타리 밖을 내다보는 왕땡이.

 

 

 

 

 

 

 

 

왕땡이를 위하여

 

 

전에 대궐같은 (?) 주택에 살때, 우리집 뒷마당은 왕눈이의 '영지'였다고 할 수 있었다.

아침에 뒷마당으로 통하는 문을 열어주면 냉큼 달려 나가서

사자가 자신의 영지를 감독하듯 뒷마당을 쏘다니며 놀다가 아침 이슬을 흠뻑 맞고 들어오곤 했다.

 

그랬는데, 여전히 나로서는 과분한 집이지만, 3층에 올라 앉은 옹색한 아파트로 이사오니

왕땡이가 무척 답답해 한다.

거실 밖 베란다는 말하자면 과거의 '뒷마당으로 이어지던 데크'와 같은 구실을 하는데

전에는 데크의 목책 사이로 사뿐히 뛰어서 정원으로 갔지만,

지금 베란다 목책 사이로 사뿐히 뛰면(?) 3층 낭떠러지에서 추락사 하는 것이지...

 

왕눈이는 전에 살던 집의 습관대로, 베란다 울타리로 뛰어 내릴듯 머리를 내밀었다가

그냥 하릴없이 돌아서곤 한다.

나는 왕땡이가 생각없이 뛰어 나갈까봐 걱정을 했는데

실제로 짐승들에게는 예민한 공간 지각력이 있는듯,

왕땡이는 뛰어 내리는 대신에 비실대며 돌아서곤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안심을 할 수는 없다.

분명 그 사이로 왕눈이 몸이 빠질수가 있으니까....

 

왕눈이는 가끔 내가 베란다에 있을때, 저도 따라나와서 그 목책사이로 코를 내밀고

바람을 쐬면서 우수에 잠기곤 한다. 왕땡이의 '우수'가 느껴진다.

 

그래서,

오늘,  홈 디포에 들러서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이 문제를 어떻게 할지 고민하다가

아하! 정원 가꾸기용 울타리가 값 싼것이 보이는거다!

난 해법도 없이 그냥 홈디포를 뒤지면서 방법을 찾아보자 하고 간건데

헤멜것도 없이, 습관대로 꽃구경 하다가 보니 정원 자재쪽에 울타리가 보이는거다!

그 철제 펜스를 발견한 순간, 내 머릿속에 따르릉~  신호가 오면서 방법이 보이더란 것이지.

 

그래서 철제 펜스 오달러짜리 (3 미터) 두개를 사가지고 한걸음에 달려와서 설치를 했다.

 

철제 펜스를 꽃꽂이 할때 사용하는 가느다란 초록색 철사를 이용하여 난간 목책에 단단히 묶는 식으로 고정시켰다.  한개가 3미터라서 우리 베란다에 딱 맞았다. 그래서 2층으로 포개어서 설치를 하였다.

지금 비가 쏟아져서 대충 엮고 들어왔는데, 비 그치면 또 나가서 아주 단단히 고정을 시킬것이다.

 

10달러로 안전한 베란다 난간이 완성되었다.

우리 왕눈이도 심리적으로 좀더 안심하고 베란다에서 놀 수 있을것이다.

베란다에서 바깥의 푸른 정원을 내려다보며 코에 바람이라도 쐬면 위로가 될 것이다.

 

 

 

 

 

 

오늘, 칼럼 쓰는 것을 수락하고, 일주일에 한편씩 원고를 보내기로 했다.

나혼자 개인 블로그에 쓰는 글이 아니고 대중을 의식해서 써야 하는 글이므로

신중해야 하고, 그리고 불특정 다수의 대중에게 유익한 글을 써야 할텐데.

진지하게 사색을 해보고, 내 나름대로 어떤 방향을 정해놓고 글을 써 나가야겠다고 생각해본다.

 

옛날에, 잡지사에서 일하다가, 당시에는 대우가 꽤 좋았던 외국계 회사에 취직이 되어

잡지 편집을 집어 치우고 (사실 잡지 편집일을 즐기고 있었는데, 근무여건이 편하고 월급이 놓은 외국계 회사를 선택하고 말았다... ) 도망을 간다고 하자, 함께 일하던 편집장님이 "야, 너 그냥 도망가면 어떻게 해? 좋아 가는건 가는건데, 그럼 2주에 한번씩 칼럼 써서 내. 원고료 두둑히 줄테니까 칼럼 쓰라구!"  그래서 칼럼 쓰면서 착실히 원고료 챙겼었는데, 아이구야. 그 잡지가 오래가지 않아서 문을 닫고 말았다.  (원래 좀 간당간당 해 보여서 나도 일찌감치 안정된 직장으로 옮긴 터였다.).

 

그래서 칼럼 쓰다가 접은 일이 있었다. 그때는, 그게 영어학습 잡지였는데, People 같은 대중 잡지 기사 중에서 재미있는 기사를 대충 번역하고,  영어 설명도 해주고 그렇게 해서 보내주면 재밌다고 (편집장님이) 좋아했었다. 그때 헐리우드 가십기사 꽤나 읽었었다  (-.-) 미국에 가보지도 못한 주제에, 헐리우드를 손바닥에 갖고 있다는 듯 초를 쳐댔었다...  그때는 20대 초반의 젊은시절의 객기로 넘쳐서 그러고 놀았는데...

 

지금은, 딱 그나이의 두배가 되었고, 이제는 대중을 상대로 인쇄매체에 글을 쓰는 일이 매우 조심스러워진다. 나는 사람들에게 정보와, 위안과, 희망을 주는 글을 쓰고 싶다. (그게 뭔지 생각좀 해보고.)

나를 특별히 금지옥엽으로 사랑해주시는 하느님이, "내가 너한테 줬던 글재주를 발휘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에너지를 전해주도록 해줄래?"하고 제안해주셨다고 나는 믿고 있다. 나는 원래 글쓰는 일이 즐겁다. 신중하게 잘 써서 내 즐거움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하겠다. (나의 하느님은 내 재주가 무엇인지, 내가 무엇을 하고 싶어하는지 아주 잘 아신다. 얼마나 똑똑하신가... )  칼럼니스트, 내 이력서에 이 다섯글자를 새겨넣을수 있도록 잘 쓰고 싶다. (그런데, 내 본업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을 잊으면 안된다...)

 

 

 

 

홈디포에 백일홍이 곱길래 사왔다.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가 살아서 내 사는 집을 구경오신듯한 그런 상상에 빠지고 만다.

한국의 가족이 그립다. 그래서 백일홍을 사다 놓고 가족 얼굴 보듯 들여다본다.

 

2010년 8월 3일 화요일

친구

아침에 찬홍이네 학교에까지 가서 트랙을 세바퀴 돌고 오는데,

내가 트랙을 도는 동안, 왕눈이는 트랙 입구 울타리에 묶여 있다.

미국은 규정상 '애완동물'을 학교에 데리고 들어갈 수가 없다.

그러니까 왕눈이는 학교 울타리 바깥쪽에 있어야 한다.

 

그래서 내가 왕눈이를 울타리에 묶어 놓고 트랙을 돌면,

왕눈이는 내가 세바퀴 도는 동안 거의 내내 짖어댄다. (지난 이틀간 그러하였다.)

왕눈이는 평소에도 산책하다가 주유소 가게에라도 들르기 위해 입구에 묶어 놓고

가게에 들어갔다 나오면, 그 동안, 내내 목청껏 짖어대는 편이다.

그 짖는 소리가 평소보다 하이톤인데, 어서 빨리 오라고 생떼를 쓰는 듯한 표정이다.

 

내가 한바퀴쯤 돌아서, 시작점으로 돌아오는 지점에서 왕눈이는 나를 발견하고

멀리서 꼬리를 흔든다. 나는 '왕눈아!'하고 이름을 불러주고 손을 흔들어 준 후에

내쳐서 두바퀴를 향해 달려간다.

두바퀴 도는 내내 멀리서 왕눈이가 짖어대는 소리가 귀에 울린다. (빨리 오라고)

역시 왕눈이와 가까워질때 왕눈아! 하고 부르고 나는 또 한바퀴를 돌기 위해

멀어진다.

 

그렇게 목표한 세바퀴를 마치고 원점의 왕눈이에게 돌아가면

왕눈이는 마치 저승에 갔다 돌아온 친구를 반기듯 나를 반기는 것이다.

 

왕눈이는 늘, 내가 외출했다가 집에 돌아올때도

미칠듯이 방방뛰며 환영을 해 준다.

그래서 학교에 출근을 하거나, 다른 볼일을 보기위해 종일 집을 비웠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내 머릿속도 집에서 나를 기다리는 왕눈이 생각으로

가득해진다.

--왕눈이가 하루종일 빈 집에서 잘 지냈을지.

--아까 천둥이 치고 비가 쏟아졌는데, 왕눈이가 혼자서 벌벌 떨었겠다

--왕눈이가 식당 구석 카페트에 오줌을 싸 놓지는 않았겠지?

 

왕눈이는 내가 아파트 마당에 차를 세우고 차를 잠글때 나는 소리 "뚜!"

소리를 감지한다.  그리고 내가 아파트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면 이미 3층의

내 아파트 안에서 왕눈이가 문을 벅벅 긁으며 역시 하이톤으로 짖어대는 소리가 들려온다.

왕눈이가 하루종일 짖어 댄 것은 아니고

집에 혼자 있다가, 차 문 잠기는 소리가 나면

그때부터 귀를 쫑긋거리다가 1층의 건물 현관 쪽에서 들려오는 식구들의 소리를

알아채는 모양이다.  그리고는 어서 빨리 오라고 짖어대는 것이다.

(내가 집에서 왕눈이를 관찰해보니, 지홍이나 찬홍이가 밖에 나갔다 돌아올때도

이런 식으로 귀를 쫑긋거리고, 그리고 아이들을 반겼다.)

 

오늘 아침, 트랙을 돌면서, 멀리서 짖어대는 왕눈이를 보면서

왕눈이가 저렇게 울어대고 있으니 빨리 속도를 내어 달려가야겠다고 생각하며,

문득 왕눈이의 묵직한 존재감을 느꼈다.

 

왕눈이가 멀리서 짖어댄다. 하얀 점처럼 작게 보이는 왕눈이가 내게 어서 오라고 짖어댄다.

그래서 나는 기운을 내어서 달리기에 속력을 낸다.

왕눈이가 불러대니까 나는 빨리 가야만 하는 것이다.

문득 나는 깨달았다 -- 왕눈이가 저기서 저렇게 울어대지 않으면, 나의 달리기가 재미 있을까?

내가 서툰 달리기를 포기하지 않고 헥헥대며 하는 이유는, 한바퀴 돌때마다 왕눈이를 볼수 있어서가 아닐까?

내가 이렇게 달려가는 이유는 왕눈이가 저기서 기다리기 때문이 아닌가?

왕눈이가 없다면, 이 산책이 얼마나 멋대가리 없고 심심할 것인가.

쳐다봐 주는 왕눈이가 없다면 이 트랙 뺑뺑이 도는 달리기가 얼마나 지루하고 재미가 없을것인가.

 

집에서 한없이 간절하게 기다려주는 왕눈이가 없다면

이 타국의 아파트가 내 집 처럼 여겨지기나 할까?

왕눈이가 애타게 기다려주기에 이곳이 내 집인 것이지.

나의 왕눈이가 내가 오기를 애타게 기다려 주기에, 그래서 여기가 내 집이 되는 것이지.

 

아이들이 나가 놀다가도 '엄마'가 있는 '집'으로 돌아와 안심할수 있듯

나에게도 '집'으로 돌아올 '이유'가 있어야 하는데

생각해보면 내 집을 집으로 만드는 존재가 바로 왕눈이 같다는 것이다.

집이 집일수 있는 이유는, 그 안에서 어떤 생명이 간절히 간절히 나의 안녕과 귀가를 기다리기 때문일 것이다.

 

왕눈이가 있어줘서,

나는 매일 길을 잃지 않고 서둘러 집으로 향하는 것이리라.

 

 

 

2010년 8월 2일 월요일

교사의 보람

지난 봄 학기에 나는 대학원 수업에 열중하기 위해서

내가 책임자로 있는 ESL 영어연수 프로그램의 수업을 일체 하지 않았다.

하지만, 수업을 안해도 책임자 입장에는 변함이 없으므로, 학생들 상담도 필요하면 해주고 그랬다.

 

그 ESL학생중에 아시아권 어느 나라에서 선교사로 재직하시던 아버지를 잃고

학생 신분으로 미국으로 흘러 들어온 여학생이 한 명 있었다.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인데, 갑작스럽게 아버지를 잃고, 의지할데도

마땅치 않은 상태에서 미국에서의 삶을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그 학생의 표정이 참 밝고, 성격도 싹싹하고 시원했다.

그리고 레벨 테스트를 해보니 영어실력도 있었고, 총명했다.

 

그 학생이 하도 사람이 참한데다, 우리집 아이들 또래라서, 남의자식 같지가 않았다.

그래서 그 학생의 앞날에 대해서 '내 딸'을 생각하듯 생각해 보았다.

이 아이가 내 딸이라면, 내가 이 아이의 앞날을 위해서 어떤 조언을 해 줄 수 있을까?

 

그래서 내가 생각해 낸 방안은

 1. 봄학기동안 ESL 수업을 착실히 들으면서, 토플 시험 준비를 하여 점수를 만들것.

 2. 현재 돈이 없으니, 집 근처 커뮤니티 컬리지에 입학할 준비를 할것

    (영어 점수가 좋으면 ESL과정을 건너 뛸수 있으므로 그것을 영어반에서 해결할 것.)

 

그래서, 학기초에 나는 그 여학생에게 말해줬다:

  "그대가 하도 참해서, 내가 그대를 오랫동안 우리 영어반에서 보고 싶지만,

   그것은 내 욕심이고, 다음학기에는 우리 영어 클래스에서 그대를 볼 일이 없기를 바란다.

   다음학기에 그대는 정규 학교에서 전공 과목 공부를 시작해야 한다.

   영어 연수는 이번 학기로 마감을 하라."

 

몇번인가 이 학생을 데리고 앉아 웹 검색을 하여 학교 정보도 알아보고

토플 신청 요령도 가르쳐주고, 생활의 불편함에 대한 상담을 해 준 적이 있다.

뭐 그것이 전부였다. 학교에서 늘 벌어지는 사소한 것들...

 

그런데 오늘 오후에 이 여학생이 일부러 학교에 들렀다.

내가 안내해준 그대로, 영어 실력을 키워서 별도의 ESL 과정없이 곧바로

가을학기부터 집 근처 커뮤니티 칼리지의 간호과정에 진학을 한다고.

이 학생은, 미국 실정을 잘 모르고 있었는데

학기초에 내가 설명한 것을 그대로 믿고 그대로 실천을 했다고. 

좋은 정보를 알려주셔서 그렇게 할 수 있었다고.

 

 

아이구, 참 신통방통한 녀석일세... 원래 총명한 학생이지만, 그렇게 무난하게

자기 앞길을 개척해 나가다니...

 

그래서 인사를 하고 떠나는 그 친구에게 또 한가지 미션을 줬다:

"돈 없으니까, 일자리를 찾아야 할텐데, 엄한데 가서 아르바이트 한다고 하지 말고

학교에서 어떤 식으로든 일거리를 찾아내시오.  학교에 분명 빈틈이 있을것이니

반드시 학교에서 돈벌이를 찾아 내시오.

그리고 성적을 최상으로 유지해서 매 학기 Dean's List 에 오르시오.

그러면, 졸업전에 새로운 길이 열릴 것이니."

 

이 학생은 방긋 웃고는 내 오피스를 떠났다.

아이구 이쁘고 기특한 것!

 

가르치는 사람에게 가장 기쁘고 큰 선물은

  -- 학생이 키가 훌쩍 커서 나타나 방긋 웃으면서 '가르쳐주신 덕분에...'

하고 종알종알 인사 한마디를 날리는 것이다.

 

내가 학교에서 지내다보면, 겉보기보다 힘든 일도 많고 낭패스러운 일도 겪는 법인데,

이렇게 가물에 콩 나듯 기쁜 소식이 오면, 그동안의 힘들었던 것까지 싸그리 해소가 된다.

내가 esl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들었던 뉴스중에 가장 기쁘고 고마운 것이었다.

 

 

 

 

[자연] 호박꽃 암꽃 수꽃

며칠전에 워싱턴 포스트에서 어떤 요리 칼럼니스트가 '호박꽃'을 요리하는 방법을 소개 한 적이 있다.

세상에 호박꽃 안에 치즈며 뭔가를 채워서 살짝 튀겨서 먹는 모양이다. (맛있겠다... 야들야들하겠지..)

 

그런데 그때 이 작가가 호박꽃 암수를 구별하여 주로 수꽃을 따다가 조리를 한다고

(암꽃을 따면 호박 수확을 할 수가 없으니깐.)

그가 암꽃 수꽃의 구조의 차이를 간단히 한문장으로 뭉뚱그려서 적어놨길래

신문에 그림이 안나와서 혼자 갸우뚱 했었는데

기억을 더듬어보면, 옛날에 시골에 살때는 나도 암수 구별을 할 줄 알았던것도 같고.

 

오늘 조지타운 가는 길에 어느 집 앞에 작은 호박밭이 있길래, 궁금해서 들여다봤다.

 

 

그 요리 칼럼니스트의 설명으로는

숫놈은 그냥 꽃대가 길쭉할 뿐이고 (위)

암놈은  꽃 바로 밑에 둥근 주머니가 달렸다고 (아래)

 

그런데, 암꽃 수꽃이 한포기에서 피어나더라.

은행나무는 암나무, 수나무가 있지만

호박꽃은 한포기에서 암꽃 수꽃이 다 핀다는 것을 알게 되다.

(이거 초등학생들이 자연시간에 배우는거 아닐까...)

 

 

그런데, 이 둥근 알맹이가 말하자면 호박으로 자랄 것인데

만약에 수꽃의 화분이 암꽃술에 와서 수정을 하지 않을 경우

열매가 안되는건가보다.

수정이 되어야 호박으로 자라날 것이고

수정이 안되면 그냥 뭐 꽃이 질때 떨어지고 말걸.. (나의 추측)

 

그래서,

문득

"그런데 왜 한몸에 암수가 다 해결되면 수정을 할 걱정이 없는데

생명체는 자웅으로 분화를 하게 된걸까?"

요런 궁금증이 들었다.

찬홍이한테 "찬홍아 왜 생명체가 처음에는 무성으로 있다가 나중에 자웅으로 분화 진화가 된걸까?" 하고 물으니 찬홍이가 여러가지 가설을 들려준다. 그래서 결국, 생명의 다양성이 종이나 개체의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진화가 되었을거라는 결론에 이르다.

 

내 원 참.

나 이거 옛날에 다 배운거 아닌가?

그런데 왜 다 잊어버리고 새삼스럽게 다시 궁금해지는거냐구

(이럴땐 내 머릿속에서 치매가 진행되는것 같다는 오싹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그런다.)

 

스스로 위로하기를

옛날에는 진정으로 알고자 하는 호기심이 없이 그냥 닥치는 대로 읽고, 아는척하고 지나쳤고

지금은 호기심이 발동하여 진정 알고 싶어진것이리...

그러니 배움에는 끝장이 없는법...

 

재미있는 자연과학책 한권 읽을 때가 되었나보다. (나는 가끔, 술이 고프듯, 과학책이 읽고싶어진다. )

 

 

[music] Life itself will let you know

 

오후에 책상 앞에서 일하다 말고, 잡문을 하나 썼는데, 글 쓰다가 그만 내가 내 글에 현혹이 되어가지고

문득 혼자서 Life itself will let you know 노래를 흥얼거리다가

혹시나 싶어서 유튜브를 열어보니 이 노래가 많이 걸려있었다.

그렇군...

 

내가 어릴때 국내에 소개가 되었던 노래인데

국내 반응이 너무나 좋았던 나머지

심지어 전원일기의 영원한 김회장 - 최불암 선생이 '안쏘니 퀸'의 음성을 한국식으로 잘 소화해 내셨었다.

(한국어 버전은 유튜브에서 못찾겠다...)

 

아까, 밤에 캠프에서 돌아온 지홍이를 픽업하러 다녀오는데

지홍이가 차에서 Revolutionary Road 영화 얘기를 하면서

남자 주인공 (디카프리오)가 참 '어린애'같이 유약해 보인다는 평을 하더라. 어른 같지가 않다고.

 

그래서 지홍이에게 솔직히 말해줬다.

...아들아...네가 상상하는 '어른'은 이 세상에 없을지도 모른다.

사람은 모두 약하고, 어리석고, 그리고 겁이 많고 그래.

정말로 지혜롭고, 강인하고, 그런, '어른'은 신화속에서만 존재 할거다.

네가 보기에 네 엄마인 내가 '어른'으로 보이니?

네 눈에는 내가 강하고 현명하고 겁도 없는 어른처럼 보일지도 몰라.

하지만, 나는 강하지도, 현명하지도, 겁이 없지도 않다.

너하고 별로 다를바가 없어. 단지 나이를 좀더 먹었을뿐.

그러하므로, 영화 Revollutionary Road 에서 보이는 약하고, 방황하는 그 사람들이 사실은 진짜 나이먹은 사람들이 모습일거다. 그런 의미에서 그 영화속의 등장인물들은 사실은 꽤나 본질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할만하다. 인생은 원래 좀 찌질하고, 맥빠지고...그런거야...

 

어른의 모델을 딴데서 찾기 보다는

너 스스로 어른이 되기 위해서 스스로 자라나야 할거다.

힘든 일이지.

하지만, 죽는날까지 희망을 갖고 살아보는거지...

 

아무튼, 오후에 일하다 말고 이 노래를 꺼내 몇차례 들었는데

밤에 지팔이 녀석이 내게 '어른'의 화두를 던져줘서, 잠시 인생에 대해서 생각을 하는척 하다 말았다.

이 노래를 처음 듣는 찬홍이 녀석은 노래가 아주 맘에 든다고 관심을 보인다.

 

원래 명곡은 누가 들어도, 언제, 어디서 들어도 명곡이지 뭐.

 

Life itself will let you know...

 

 

2010년 8월 1일 일요일

[산책] 이른아침 조지타운 2010년 8월 1일 일요일

 

아침 여섯시 반에 집에서 출발, 아홉시 반에 귀가.

날이 흐리고, 기온이 약간 내려가서, 걷기가 수월했다. 진땀도 별로 안나고.

역시 8월이라서 공기가 선선한 느낌이 든다.

 

 

내가 차를 세워놓는 포토맥 강변 주택가, 포토맥 애비뉴 어느 집 앞의 사과나무.

아기 주먹만한 사과들에 아침 이슬이 흠뻑 맺혀 있다.

 

 

 

Fletcher's Cove 배 빌려주는 가게는 이른 아침이라 아직 문을 열지 않았다.

가게 앞 화단의 백일홍이 곱기도 하다.

 

 

 

 

나는 채송화, 봉숭아, 백일홍

이런 여름 화단의 꽃을 발견하면

늘 '할아버지'를 떠올린다.

할아버지의 꽃밭에는 수십년간, 내가 기억하는 모든 여름에, 이런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었었다.

괴짜였던 우리 할아버지.

 

 

분꽃을 보면 우리 할머니 생각이 난다.

내가 어릴때 여름에 귀앓이를 심하게 했는데

그때 우리 할머니가 아프다고 징징우는 나를 업고

바깥마당 화단가에서 바람을 쐬며 서 있곤 했다.

어느날인가 할머니가 분꽃을 따서 가운데 꽃술을 빼내고

그걸로 작은 분꽃 나팔을 삐삐~ 불어주셨다.

내가 초등학교 2학년인가 했으니까, 덩치가 작지도 않았을텐데

덩치 큰 나를 업고 분꽃을 삐~삐~ 불어주셨다.

 

내 기억속에

나를  자주 안아주고 무릎에 앉혀주고 그랬던 사람은 우리 할아버지이고,

나를 업어준 사람은 우리 할머니였다.

내 기억속에서 나는 우리 아버지와 살갑게 손을 잡거나 그 품에 안긴 적이 없고

우리 엄마도 늘 살림에 파묻혀서 나를 업어주거나 안아준것 같지가 않다. (내 기억에 없다는 것이다.)

 

엄마가 나를 낳아 품에 안고 젖을 먹이고 키웠건만

내 기억에는 남아있지 않은 것이니...기억이란 늘 이렇게 모호하고 제멋대로 이다.

 

 

 

 

일요일 이른 아침에는 팀을 지어 조깅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는...뚜벅이 파 다. 걷는다. [오늘도 걷는다마는 정처없는 이 발길~  ] 요거다. 하하

 

 

 

키브리지로 연결되는 다리 밑

늘 낙서로 도배되는 벽

낙서이긴 하지만, 보통 정성을 들인것이 아닌...작품이다.

전문 영역의 작품으로 보인다.

 

 

 

 

 

 

수로변의 치커리 꽃 (chickory).

우리들이 쌈이나 샐러드로 먹는 그 치커리. 그 꽃이다.

연보랏빛과 푸른빛이 도는 꽃.

북미의 풀섶에 흔히 보이는 꽃인데, 참 사랑스럽다...

 

 

 

 

오늘 조지타운에서 발견한 '신 문물.' :-)

가게 쇼윈도우가 '화면'이다. 저기 창문윗쪽에 동그라미가 있는데, 저것이 '카메라'이다.

저 카메라에 비쳐지는 것이 이 창 (화면)에 나타난다.

거울이 아니고 카메라에 비쳐진 풍경이다.

 

사진속의 차 뚜껑쪽에 (내 오른쪽에) 주황색 네모가 보이는데

touch here 라는 표시가 보인다. 그것을 손으로 꾹 누르면 다음 화면으로 이동.

그러니까 이 창문은 커다란 [터치 스크린]이다.

나...신이나서, 이 창문 터치 스크린을 이리저리 만지며 놀았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이 창문이 거대한 아이패드 같은 것이지...)

하하하.

이른 아침이라 길거리가 텅텅 비었고

나혼자 신기해하며 잘~ 놀았다.

 

 

 

 

텅빈 거리 같은,

일요일 아침의 조지타운

 

 

 

 

조지타운의 딘 앤 델루카.

매장은 일요일 오전 아홉시에 열지만, 길쪽 카페는 일곱시에 연다.

플레인 베이글과 플레인 크림치즈, 그리고 냉커피 한잔으로 아침 해결.

한적한 조지타운에서 누리는 아침의 행복.

 

 

 

 

 

호박꽃에 들어가 노는 범블비와 무당벌레.

나는 이 사진의 제목을 '행복'이라고 짓는다.

 

 

모두 행복하시길.

 

 

Fletcher's Cove 에서 조지타운이나 조지타운 하버까지 이르는 길의 매력은

이 길이 - 거의 모든것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강

운하

수풀

꽃

새와 사슴

그리고 이런 자연을 거치면 기다리고 있는 고풍스런 조지타운

고풍스런 거리에 촘촘히 박혀있는 재미있는 카페들과 상점들.

말하자면

원시림과

역사와

그리고 문명을 모두 아우르는 산책 코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