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5월 31일 월요일

중서부의 아침

 

 

 

이곳은 동부시간대보다 한시간 늦다. (중부시간대).  아침 여섯시 (동부는 일곱시)에 창밖으로 보이던 햇님.

 

미국의 중서부의 역사적인  대도시로는 일리노이의 시카고, 미주리의 세인트 루이스등이 있다.  중서부지역은 '지역주의 화가들' 페이지에서 본 것처럼, 특히 Grant Wood 의 그림들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한없이 이어지는 평원'이다. 

 

아침 창밖에 떠오르는 해를 보고, 산책을 나갔다 왔는데,  끝없이 막막하게 이어진 평원 앞에서 잠시 '망연자실'한 느낌이 들었다.  어디로 가도 '변함없을것 같아 보이는' 평평하고 넓은 평원. 그리고 소실점으로 사라지는 길.  나는 미국의 중부에 와 있는거구나...

 

오늘은 총장님도 만나뵈어야 할 것이고, 그동안 서로 연락하면서 '이미 친해진,' 그러나 한번도 본적이 없었던 교수들도 만나야 하고, 프로그램 회의도 있고, '인사'를 해야할 일이 많을것 같아서 옷을 좀 얌전하게 입었다.  수업을 오전 오후 세시간씩 여섯시간을 진행하고, 그리고 인사를 다녀야 하므로 그러다보면 하루가 다 갈것이다. (과일을 안사와서, 괴롭다. 알콜 중독자가 알콜기운 없어지면 괴롭듯,  야채과일로 살다가 과일을 하루 못먹으니까, 괴롭다.  냉수만 줄창 마셔대고 있긴 한데, 저녁에 학교차 끌고 나가서 과일을 잔뜩 사다가 냉장고에 쟁여 놓고 살아야해. 포도, 사과, 자두, 오이, 토마토, 뭐든 그냥 씻어서 바로 먹을수 있는것으로 잔뜩.) 과일을 잔뜩 사다놔야 일주일을 편안히 살수 있을것이다. 

 

평원지대에서 맞이하는 아침이 마음에 들었다.

 

 

*아침에 들판에서 더 많은 들꽃을 따왔다.  '초원의집'의 로라 잉걸스가 된 기분.  :)

 

 

 

 

2010년 5월 30일 일요일

들꽃

 

 

학생들이 저녁 식사를 차려놓고 불러줘서, 모처럼 저녁 식사를 아주 즐겁게 했다.  (내가 선생이 되어서 좋은 점은 바로 이것! 이라는 생각이 들정도로...누가 차려 주는 밥을 먹는 일은 참 달갑고 좋다. -.-)  하지만, 공평해야 하니까, 한끼 정도는 내가 학생들보다 먼저 준비를 할 생각이다.   저녁을 잘 먹었는데, 학장님이 근처에 아이스크림 가게가 지역 명물인 곳이 있다고 해서, 가서 디저트로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배부르다).

 

돌아오는 길에 알팔파 꽃이 무성하길래 한웅큼 꺾어 왔다. (어차피 내일이면 잔디깎는 기계가 무참히 베어낼 것이라...)

 

이제 샤워를 하고나서...수업 준비를 착실하게 해가지고...내일 하루를 잘 보내야 한다.  (틈틈이 서울에 가서 진행할 프로그램 준비도 해야 한다. 보름후에는 서울에 간다.)

 

 

 

 

 

 

 

 

왕눈이의 행방불명

5월 28일에는 한국으로 보내지는 짐을 챙기기 위해서 운송업체 직원들이 우리집에 와서 짐을 챙겼다.  문을 열고 작업하는 도중에 왕눈이가 없어졌다는 것을 발견했다.  왕눈이는 문만 열리면 달려 나가서 이웃의 조지아댁으로 뛰어 가므로, 안보이면 그 댁으로 가보면 되는것인데,  문제는 왕눈이가 조지아댁에 없었다는 것이다...

 

 

왕눈이와 평소에 동네 산책을 나가는 코스가 있는데, 그 곳을 모두 뒤지고, 동네를 다시 뒤져도 왕눈이가 보이지 않았다.  짐 싸러 온 사람들도 모두 자리를 뜨고, 왕눈이가 없어진지 세시간쯤 되는데 왕눈이는 돌아오지 않았다.  (평소에도 열린 문틈으로 몰래 나가면 동네를 돌아다니다가 금세 돌아오곤 했는데, 세시간씩 행방불명이 된 적이 없었다.)

 

 

기실 나는 요즘 이사를 하면서 왕눈이가 성가시다는 생각을 했었다. 일단 돌려받지도 못하는 '개 보증금'을  아파트 계약할때 수백달러를 낸것도 억울했고, 한달에 50달러씩 개 때문에 아파트 렌트비를 더 내는 것도 돈이 아까웠고, '아 누가 달라고 하면 주고 싶구나' 이런 생각이 아주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내일 이사 나가려고 오늘 이삿짐 일부를 내보니는데 개가 없어지다니... 개가 제발로 나가준건가? ... 왕눈이를 찾아서 동네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온갖 생각이 다 들었다. 

 

왕눈이가 우리곁을 떠날때가 되어서 스스로 나간것인가,

이제 다시는 왕눈이를 못보는건가. 

왕눈이는 지금 어디 개장에 갖혀 있는건가?

아침에 왕눈이를 쓰다듬어준 것이 마지막이었나?

왜 암말도 안하고 나가버린건가.

왜 내가 사랑하는 것들은 암말도 없이 사라져버리는가?

왜 모든 사랑하는 것들은 종적을 감춰버리는 것으로 끝장을 내는가?

...

 

뭐 온갖 '삶'의 비애에 대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이엇다.

 

그날은 남편도 근무를 안하고 이삿짐 챙기는 것을 돌보고 있었도, 큰 아이도 집에서 집안일을 거들고 있었는데,  모두들 왕눈이를 찾아 헤메다가 '얼빠진' 얼굴로 돌아왔다.  어-디-에-도 왕눈이가 없는것이다.

 

나는 그냥 기운이 빠져서 일하다 말고 침대에 죽은듯이 쓰러져 있고

남편은 기운을 차리겠다며 부엌에서 점심밥을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나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통신장비 반납할것을 가지고 집을 나섰다. (오늘 반납하기로 약속했으니까).

남편이 '점심 먹고 나가라'고 부엌에서 외쳤을때

나는 울화를 터뜨리며 소리를 버럭 질렀다:

"왕눈이가 집을 나갔는데 밥이 넘어가???"

나는 울면서 집을 나섰다. 그냥 한심해서. 눈앞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멍청한 개 한마리가 없어진게 한심해서.

 

한시간쯤 후에 집에 와보니, 큰 아이도 아픈 사람처럼 침대에 누워있고

남편이 집안에 보이지 않았다.  어디로 사라진걸까? 왜 모두 사라지는가?

불안증이 생겨서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딨어?"

"왕눈이 찾으러 나왔지..."

"어딘데?"

"기다려봐, 여기가 어디냐하면..."

전화를 툭 끊은 남편이 1분쯤 후에 내게 전화를 걸었다.

 

"왕눈이 찾았어!"

 

 

남편은 내가 울면서 나간후에 왕눈이를 찾으러 동네를 돌아다니다가, 일주일전에 왕눈이가 갔었던 동네 동물병원에 가봤다고 한다. 혹시 동물병원에 가면 잃어버린 개들이 어디로 보내지는지 알수 있을것 같아서.  그래서 왕눈이가 다니는 동물병원에 가서 "세시간전에 라사 압사 흰 개 한마리를 잃어버렸는데...어디가서 찾으면..." 하고 우물거리고 말을 꺼내니, 접수대의 직원이 "세시간전에 라사 압사 개 한마리를 누가 데리고 왔는데..." 하면서 개장에서 왕눈이를 데리고 나오더란다.

 

누군가 길에 돌아다니는 왕눈이를 데려다가 '잃어버린개'라고 동물병원에 맡기고 갔다는 것이다.  마침 그 병원이 왕눈이가 다니는 병원이었다. 그래서 병원에 왕눈이 관련 기록도 있고,  '아빠'를 보자마자 미친듯이 반기는 개가 모든것을 증명하므로 별다른 확인 절차 없이 왕눈이를 받아 올수 있었다고 한다.

 

왕눈이가 생환할때

우리들은 모두 마당에 나가서 왕눈이가 도착하기만을 기다리고 앉아있었다.

평소에는 왕눈이가 귀가하는 가족들을 '열광적'으로 반기는 세리모니를 해주었지만

이번만은 온가족이 마당가에서서 환영식을 해주는 것으로 왕눈이를 반겼다.

 

우리들은 모두 왕눈이가 세시간동안 사라졌던 그 시간동안 우리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야기를 나눴다.  그 말도 못하고, 늙은 개가 이제 어디론가에 가서, 어쩐지 죽음을 당할거라고 상상하니 살맛이 나지 않았노라고 모두들 얼빠진 표정으로 술회했다. 

 

심지어는 동네에서 개를 끌고 한가롭게 산책하는 사람들이 한없이 부럽게 느껴졌으며

나의 경우에는 어떤 '분노'같은것도 희미하게나마 경험을 했었다.

어떤거냐하면

내가 왕눈이를 찾아 돌아다니고 있을때, 조지아댁의 두마리 털복숭이 개가 산책을 나왔는데

내가 '왕눈이를 잃어버렸다'고 하니까 조지아댁이 '오늘 우리집에 안왔는데....내가 보면 알려줄게...'하고 아주 태평하게 말했었다. 나는 개 잃어버린것이 너무나 서러웠다. 그리고 두마리 개를 끌고 가는 조지아댁이 너무너무 부러웠다. 그러면서 머릿속으로 '엽기 블랙 코메디'를 쓰고 있었다.  왕눈이를 영원히 잃어버리면, 가만 안있겠어... 온동네 개들을 모두...잡아다 가둬버리겠어....  이유없는 복수심.... (물론 이런 생각은 왕눈이를 찾은 후에,  우리가 느꼈던 슬픔을 회상하며 깔깔대며 만들어낸 복수혈전 같은 것이다.)

 

물론 내가 왕눈이를 영영 잃어버렸다고 해도, 동네 개들에게 보복을 할 리는 없다. 하지만 상상은 가능하다. 사랑하는 개를 잃어버린 어떤 '정신이상한 여자'가  그 보복으로 매일 한마리씩 개를 잡아다 처치해버리고, 매일 매일 동네 개 한마리가 실종되는데, 사람들은 영문을 모르고...으스스...  사람들의 마음속에 일어나는 슬픔이나 분노는 그대로 적개심으로 이어지면서 싸이코패스 짓을 저지르게 할지도 모른다...

 

아무튼, 왕눈이를 다시 찾았다. 그래서 왕눈이를 찾아온 '왕눈아빠'는 온가족의 영웅이 되었다.  우리는 왕눈이가 얼마나 귀한 존재인지 자각하게 되었다. 왕눈이가 없는 세상은 상상할수 없을정도로 어둡고, 슬프고, 기운빠지는 세상이 될 것이다. 왕눈이는 우리의 가족이었던 것이다.

 

 

 

 

 

 

 

 

숙소

 

어제 (5월 29일.토) 무사히 이사를 했다.  왕눈이가 약간 불안 증세를 보인다. 곧 새 집에 적응 할 것이다.  어젯밤에는 K씨댁에 가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자정쯤에야 집에 돌아왔다.  출장 보따리를 대충 꾸리고, 오늘 새벽에는 비행장으로 향했다.

 

이삿짐을 다 풀지도 못하고 엉망인 집을 나서는 마음이 편치가 못했다. 나 없는 사이에 가족들이 그 짐을 다 정리해야 하니 힘들겠다.

 

날씨가 맑아 비행이 순조로왔고, 하늘에서 세상을 내려다보니 기분이 탁 트이고 좋았다. (나만 호사를 누리고 있다.)

 

2인용 숙소를 일주일간 나 혼자 사용하게 된다. 역시 나만 호사를 누리고 있는것 같아 황송하다.  이제부터 특강 준비를 해야 한다. (대충 짜오긴 했는데, 이사하느라고 제대로 짠것 같지도 않고.)  2층 숙소에서 내다보이는 나즈막한 건물들이 정겹다.  나로서는 바쁘면서도 '휴식'같은 시간이 될것도 같다.  잠을 못자서 졸립기는 한데, 준비 할 것들이 있다. 열심히.  (있다가 해가 지면 산책을 나가봐야겠다. 들판이 아름다워보였다.)

 

 

 

 

 

 

 

 

 

 

2010년 5월 27일 목요일

출장

일주일간 출장을 가야 한다.  본교에 가서 써머 워크숍을 진행해야 한다.  (나는 이런식의 출장이나 워크숍이 난생 처음이라서 조금 어리둥절하다.)  일단 교육용 자료를 준비한 것이 가방을 차지할 것이고, 일주일간 갈아입을 옷이나, 뭐 소지품들을 챙겨야 할텐데, 뭘 어떻게 챙겨야 할지 잘 모르겠다. 그냥 어리둥절하다.  토요일에 이사하고 일요일 새벽에 출장을 떠나야 하는 상황이다. (골이 아프다.)

 

노트북을 갖고 갈 생각을 하니, 내게 넷북이나 아이패드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고만다.  아이패드를 매장에 가서 갖고 놀아봤는데, 예상보다 훨씬 쓸모가 있어보였다.  노트북도 가져가야하고, 내 DSLR도 챙겨야 하고, 교육용 자료와 책들, 옷가지. 가방을 어떻게 꾸려야 할지. (특강비 받으면 일단 아이패드부터 질러버릴까, 이런 즐거운 상상을 해보기도 한다.).

 

 

 

공부

오늘 봄학기 사회언어학 수업 종강을 했다.  이것으로 봄학기는 일단락 되었다. (기말 프로젝트를 세밀히 평가하고 피드백을 주는 '나의 숙제'가 남아있긴 하지만.)

 

수업을 마치니 오후 세시. 피곤하고 배도 고프고, 근처에 나가서 아무거나 먹으려고 오피스를 나서는데, 강의실에서 학생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났다. 몇명이 남아서 한가롭게 이야기를 나누는 중.

 

[소생이 늦은 점심을 먹으러 나가는 길인데, 혼자 가기 심심하오니 따라오시면 라면을 사드리리]

내가 제안하자, 대학원생 몇명이 따라 나섰다.  내 작은 차에 가득 채워가지고 근처 '라면집'에 가서 '라면'과 '김밥' 그리고 '라볶이'까지 '진수성찬'으로 차려놓고 '종강 기념' 라면회를 간단히 했다.  (여기 미국 맞어?  하하하 )  하긴 내 학생들도 이런곳을 처음 와본다며 놀라워했다. 헤헤헤.

 

라면과 김밥을 섞어놓고 '질펀'하게 먹던중 내 나이또래의 학생 한분이 매운 떡볶이에 진땀을 흘리며 말했다:

:이번 학기가 언제 끝나나 했더니 끝이 나긴 나는군요.  태어나서 이렇게 공부를 열심히 해본것이 처음 입니다.  아이고 죽는줄 알았어요.

 

그분은 평생 공부하거나, 가르치는 일에 종사해 왔던 분인데, 뒤늦게 석사 프로그램에 들어왔다. 그런데 이렇게 '빡시게' 공부를 한것이 처음이라고 한다. ... 해서...  내 수업 진행 방법이 '나쁘지 않았구나' 하는 평가를 할수 있게 되었다.  나는 학생들에게 공부를 하라고 목조른적이 없다. 각자 자기 프로젝트를 선정하고 스스로 일을 진행했을 뿐이다.  스스로 잘 하고 싶어서 밤을 새웠을뿐, 내가 밤새라고 으르렁대거나 협박을 한 적도 없다.  스스로 좋아서 했을뿐.

 

이번학기에 학생들은 각자 스스로 연구과제를 정해서 작업을 해왔다.  오늘 연구 보고 세미나를 하는 것으로 종강을 한 것인데, 학생들 얼굴이 정말 딱하게도 야위어 있었다.  내가 보기에도 며칠씩 밤을 샌 몰골들이었다.  그만큼, 그들의 발표 내용도 예상을 뛰어넘는 것들이었다.  오늘 내 사회언어학 수업에서 각자 연구 발표한 학생들은, 아마도 대부분 올 가을 버지니아 지역 컨벤션에 서게 될 것이다.  그만큼 작품들이 좋았다.  그중에 한 작품은 내년 봄의 국제적인 컨벤션에 이름을 올려도 될것으로 보인다.  다들, 스스로 선택한 일에 열정과 '코피'를 자원해서 쏟았을뿐, 내가 그거 하라고 등떠민적 없다. 

 

그러고 보면 '교육'이란 앞에서 꽥꽥대고 떠드는 것이 아닐것이다.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여건과 분위기만 조성하고, 선생은 뒷전에서 바둑이나 두면 될지도 모른다...

 

 

 

2010년 5월 24일 월요일

창가의 파랑새

 

 

 

 

 

 

 

창가에 진종일 파랑새, 블루제이 (blue jay)가 와서 놀았다. 

내동 멀거니 내다 보기만 하다가 저녁때가 되어서야 카메라를 챙겨가지고 다가가 사진을 찍어보았다.

 

 

 

 

 

 

 

blue skies smiling at me, nothing but blue skies do i see

blue birds singing a song, nothing but blue birds all day long ~